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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수 칼럼]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과학과 국제적 기준을 고려해야

[진창수 칼럼]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과학과 국제적 기준을 고려해야

기사승인 2023. 06. 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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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앞두고 설비 시운전에 들어가면서 오염수 방류는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오염수를 둘러싼 공방은 한국 정치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것은 2011년 3월 11일이었다. 그동안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는 대책 마련이나 국제적 협력에는 무관심했다. 2021년 문재인 정부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국회답변에서 사전협의와 정보 공유를 전제로 'IAEA(국제원자력기구) 기준에 맞는 절차에 따른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고 한 것에 불과했다. 이전 정부들은 수산물의 검역을 강화하는 법안과 지원 대책이라도 세워야 했건만 이마저도 등한시했다. 

오염수 방류가 코앞에 닥쳐서야 정치권은 뒤늦게 정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야가 싸워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정치권의 대립은 국민 불안만 가중시키고 있다. 초유의 소금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우리 어민과 횟집 주인은 절박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무책임한 정쟁의 결과는 한국 국민들이 고스란히 짊어지게 되었다. 이제 감정적이고 비논리적 수준에서의 소모적인 정쟁은 그만두어야 한다. 과학과 국제적인 기준에 의거한 종합적이고 합리적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첫째, 과학 영역(IAEA의 검증)의 결론을 기반으로 국민의 안전을 재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염수 문제는 한일 양국 국민의 건강뿐 아니라 국민 정서와 직결된 정치의 영역이기도 하다. 7월 IAEA의 오염수 관련 최종 검증보고서가 나오면 일본 정부는 7~8월 방류를 결정할 예정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도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방침을 정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IAEA가 일본의 영향력 아래 있어서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합리적인 태도가 아니다. IAEA의 검증에는 한국과 중국의 과학자들도 참여하고 있다. 더욱이 더 공신력있는 다른 기관을 찾기도 어렵다. 국제기구를 믿지 않고 한국의 검증만을 주장하는 것은 국제 사회에서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설사 한국이 독자 검증을 실시하더라도 신뢰의 문제는 여전히 남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IAEA 보고서가 한국 국민들의 심리적 불안 현상이나 일본 내부의 불안 심리까지 반영한 결과는 아니다. 따라서 윤 정부는 필요하면 일본에 자료를 수시로 요구하여 문제점과 한계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윤 정부는 과학적이면서도 국민들의 심리적 불안을 감안한 대응 논리를 분명하게 세워야 한다.

둘째, 해양의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인 시야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라는 대규모 고성능 정수장치를 통해서 방사성 핵종을 걸러낸 '처리수'를 해양 방류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거부하기 힘들다. 반대론자들은 삼중수소가 발생하는 잠재적 위험도 고려하여 방류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삼중수소가 바닷속 생물 체내에 축적되면 인체에 해를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반대 주장은 과학적으로 타당할지는 논란이 있으며,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 중국 등 이미 원전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은 원전 냉각수를 해양 방류하여 삼중수소를 다량으로 방류를 해왔다. 특히 중국의 다야만 원전에서 방출하는 오염수는 삼중수소의 상한선이 후쿠시마보다 10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원전의 경우도 삼중수소를 해양으로 방출해 왔던 게 사실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미국과 캐나다는 찬성했고, 다른 당사국들인 태평양도서국포럼(PIF)과 주요 7개국(G7)도 반대하지는 않았다. 후쿠시마 해양 방류의 반대 주장이 국제적으로 설득력을 가지려면 국제규범을 마련하여 모든 원전의 삼중수소 방출 통제 기준을 더욱더 높여야 한다. 그리고 한국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기비용의 상승과 기술개발에 많은 비용이 들어 당장 추진하기는 어렵다. 이 점에서 한국이 반대만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앞으로 해류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태평양 연안국가들의 입장을 지켜보면서 국제적인 기준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오염수 문제는 한일관계 개선과 분리하여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일본정부의 입장을 반복할 필요도 없고, 한국 나름의 기준에 따라 독자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야당이 근거 없이 감정을 부추기는 것도 문제이지만, 정부는 야당의 집요한 반대를 '괴담' 수준으로만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한국이 일본을 설득하는 재료이자 정치적 자원으로 삼는 노력도 필요하다. 다만 일본과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삼가야 한다. 일본은 이미 후쿠시마, 미야기 등 8개현의 수산물 수입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아직 시기상조이며 반일을 부추기는 재료가 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한일관계 개선과는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 지금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성 물질 검출 수준이 낮다고 하더라도 경계를 늦추지 말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정보 분석 능력과 관리능력을 높여야 한다. 그 예로 수산물에 대한 해양 오염 감시와 수산물 방사능 검사를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하여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입장만을 고수하기보다는 소비자와 관련 업계(유통업계, 수입업계, 전문가)와 함께 소통하면서 오해와 불신을 씻도록 노력해야 한다.

오염수 문제는 정쟁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되며 일본 문제로만 바라보는 시각도 바람직하지 않다. 윤 정부는 엄밀한 과학적 검증을 통한 국민의 신뢰회복을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한다. 앞으로 오염수 문제는 일본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데이터 공유를 통해 국제적인 기준을 만든다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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