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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아버지의 꿈과 트롯가수 진욱

[칼럼]아버지의 꿈과 트롯가수 진욱

기사승인 2023. 06. 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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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완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교수
K-pop의 시장에 50-60대 중장년층이 “큰손”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변화의 견인차인 TV조선의 미스터트롯 오디션의 인기는 타방송국의 트롯오디션과 비교불가한 부동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BTS보다 임영웅”이라는 표현처럼 무명의 트롯가수 임영웅을 100만장이상의 대스타로 만들었기에 올해 미스터트롯2 경연은 논란 속에서도 또 다시 인기를 얻어 새로운 트롯스타군단을 배출하였다. 이런 오디션 프로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팬들이 새로운 스타를 통하여 아름다운 노래로 위로를 받고 무명가수들의 성장을 함께하며 성공이라는 대리희망을 갖기 때문이다.  

이번 결승전에서는 부모님의 연이은 병환으로 가수의 꿈을 버리고 20대를 아르바이트로 전전해야했던 한 청년이 아버지를 위한 노래를 불렀다. 미스터 트롯2 경연을 통해 실크 미성의 가수라는 별명을 얻은 무명가수 진욱은 서울에서 머나먼 남쪽마을 창원에서 태어난 고아출신의 아버지가 꾸었던 성공의 꿈을 ‘서울가 살자’에 담아내었다.  


그 이불솜 베게 다 버리고 

우리 이제 서울 가서 살자 

그대야가 말한 천 번에 약속은 

괜찮으니 서울 가 살자 

저 달이 건너가 먼저 비춘다니 

우리 무슨 어떤 걱정 있을까요 

(...) 

별빛이 뜨고도 해가 있다는 

그곳에서 어떤 행복 기다릴까요 


대형기획사 소속도 아니고 타오디션 우승자출신도 아닌 무명가수 진욱은 미스터트롯2에서 ‘회초리’, ‘무심세월’, ‘송인’, ‘가시오’ 등 주로 서사가 있는 곡들을 선정하여 트롯의 섬세한 감성을 표현했다. 즉흥적인 인기를 얻기 위해 다른 우승후보들이 신나고 빠른 곡을 선택했지만 진욱은 부르스풍의 ‘이별편지’를 부른다.  


가시 돋혀 있어도  

우리는 장미라는 걸 왜 모르나요?  

이토록 아름다운 밤에 나를 홀로 두나요? 

안개 속에 갇힌 채 그대 부름은 

오늘 밤도 소리 없는 기다림  

오늘밤도 잠 못 드는 편지 


진한 감성과 절제된 표현력을 가진  진욱의 중성적인 미성은 문학적 가치를 가진 트로트의 서사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서울로 이사하고 싶었던 아버지의 꿈은 좌절되었고 가수 진욱은 경기도 평택시에서 태어났다. 미스터 트롯2에서 6위를 차지한 진욱은 오늘 6월 17일 토요일 8시 평택 오성강변 축제에 초청가수로 선다. 평택의 아들 가수 진욱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감성을 사랑하는 그의 팬덤 실크로드의 상징 연분홍의 트롯 빛은 오성강변을 얼마나 물들일지 기대가 된다. 


배지완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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