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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 이후 구매 담당부서를 중심으로 연일 후판 물량 확보를 위한 비상대책 회의를 열고 있다.
당장 건조 중인 선박에 쓸 후판은 보유하고 있지만, 신규 선박 건조용은 꾸준히 들여와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조선소들은 현재 짓는 선박에 쓸 후판을 미리 넉넉하게 들여놓고 작업한다"면서도 "포스코 포항제철소 정상화가 수개월을 넘겨 지속되면 조선뿐만 아니라 자동차, 가전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함께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일본·중국산 후판 비중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물량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광양제철소나 일본 제철소 등지에서 후판을 공급받아 대응하려 한다"며 "필요하다면 중국 제철소로부터 후판 수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중국산 후판은 국산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운송 시간을 고려해 들여와야 한다. 조선 3사가 이달 중 건조에 돌입하는 선박들은 지난해 수주한 물량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이날 고로 3기, 일부 제강공장이 재가동됐지만, 기존처럼 물량을 공급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더욱이 냉천 범람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포항제철소 압연라인은 이날 배수가 80%가량 끝났다. 기름과 진흙이 뒤엉킨 지하시설물 기계는 아직 피해 상황 파악조차 어렵다. 일각에서는 지하 시설을 수리하기보단 철거 후 새로 짓는 편이 더 빠를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포스코 관계자는 "광양제철소의 생산능력을 최대로 확대하고 재고 물량을 고객사에 공급하겠다"고 전했다.
포스코의 생산능력이 제한되면 후판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포항제철소의 지난해 쇳물 생산량은 1685만톤, 국내 전체 생산량의 35%가량이다. 후판 생산량은 338만톤, 냉연강판과 선재는 각각 291만톤과 274만톤을 생산했다. 조선 3사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르노, 쌍용차 등도 포스코 고객사다. 사실상 조선, 전자, 자동차, 건설 자재 등 국내 주요 산업군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사들은 3년치 일감을 쌓아둔 상태라 끊김 없이 건조하려면 후판을 원활히 구매해야 하는데, 포스코 생산차질이 장기화되면 가격 협상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