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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마스크’에 갇힌 영유아들…“가정에서 감성 나눔·놀아주기 필요”

‘코로나 마스크’에 갇힌 영유아들…“가정에서 감성 나눔·놀아주기 필요”

기사승인 2021. 08. 2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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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0~5세, 코로나19로 인해 언어·신체 발달장애 영향 우려 커
초등학교 취학 후에도 부정 영향…"장애 경계선 아이들 더 피해"
'불안' 부추기는 부정 언급 피하고, 정해진 시간 집중적으로 놀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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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 4~5월 서울·경기지역 국공립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7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아동 발달 영향 조사 결과, 응답자 71.6%가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동훈(45·가명)씨는 ‘늦깎이 아빠’다. 마흔 넘어 결혼한 그는 지금 만 2살 아들을 두고 있다. 한창 아이 재롱으로 설렐 법도 하지만 최근 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들이 ‘아빠, 엄마’ 정도 간단한 단어는 말했지만 어느 시점부터 의미있는 단어나 문장을 말하지 않고 옹알거림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반년 동안 김씨는 아내와 함께 아들의 언어 장애 치료를 위해 병원을 들락날락했다고 한다.

담당의사도 특이 신체 장애나 질병은 없다며 ‘언어치료를 하며 기다려 보자고 할 뿐’이었다. 그런데 김씨가 요즘 유독 신경을 쓰는 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고 한다.

김씨는 “어린 아이가 장기간 마스크를 쓰면 언어 발달 장애가 생긴다는 말이 있어 신경이 쓰인다”면서 “언어치료를 계속 다니지만 ‘코로나 시국’이 아이에게 혹시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교육계에서 언급되는 가장 큰 화두는 ‘학습결손’이다. 학교 중심 교육을 하는 초등 이상 학생들이 등교 수업 중단과 비대면 수업 확대로 학습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코로나19 시대 영유아(만 0~5세)들의 발달 장애 문제도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언어와 신체, 감각 등 모든 발달 과정에서 가장 초기를 맞는 영유아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몰리고, 마스크에 갇힌 채 여러 가지 발달 지연과 장애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영유아 발달 영향 있다”…커지는 현장의 우려

코로나19 팬데믹이 유아동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는 초보적인 수준이다.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 이제 1년 8개월 정도 흘렀다는 시간적인 부족 문제도 있다. 본격적인 연구에 이르기는 아직 시기적으로 이른 단계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 영유아 보육 지원을 하고 있는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은 이미 코로나19 영향을 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언어와 신체활동 능력의 저하 현상에 대한 문제 인식이 크다는 점은 일부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4~5월 서울·경기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709명과 학부모 742명 등 총 145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가 아동의 발달에 미친 영향’ 설문조사를 했다.

당시 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 응답자의 71.6%는 코로나19가 아동 발달에 미친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학부모도 68.1%가 영향이 있다고 인식했다. 영유아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보육시설과 가정, 두 공간 모두에서 코로나19의 아동 발달 영향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이 느끼는 발달 영향에 대한 특징이 주목된다. 코로나19가 아동 발달에 미치는 영향 중 ‘바깥놀이 위축으로 인한 신체운동시간 및 발달기회 감소’에 대해 76%(상당히 그렇다 33.5%, 그렇다 42.5%)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또 ‘마스크 사용으로 인한 언어 노출 및 발달 기회 감소’에 대해서는 74.9%(상당히 그렇다 33.6%, 그렇다 41.3%)가 공감했다.

경기도 소재 한 어린이집 한 원장은 “코로나 이전보다 자신의 나이보다 한살 어린 것 같이 인지나 신체 발달 능력이 떨어지는 영유아가 늘어난 것도 달라진 점”이라면서 “전반적으로 영유아 나이에 적정한 신체 발달이 안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유아 발달 지연은 당장의 신체, 언어 발달 지연이라는 점에 국한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파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유치원을 마치고 초등학교로 진학하는 어린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창현 유아정책연구소 팀장은 “코로나19를 겪은 후 초등학교를 가는 유치원생이 많은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초등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초등연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유아기에 형성된 발달 능력이 학교에 대한 적응과 학교 교육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선 김씨 아들의 사례처럼 발달 장애 우려가 있는 영유아들이 적절한 환경 조성과 대우를 받을 수 없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 팀장은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가장 큰 문제는 발달지연 위험을 안고 있는 영유아가 방치될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장애 판정을 받지 않았지만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해 경계선에 서 있는 아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극복’ 가정에서 대안 찾기

전문가들은 영유아 보육시설에서 대응도 중요하지만 가정에서 영유아 발달 지연에 대한 코로나19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이 부모와 영유아들이 보내는 시간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자칫 영유아의 놀이장소와 행동에 제약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유미숙 숙명여대 교수는 “어른이 집에서 일을 하느라 아이들의 놀이시간과 공간을 빼았으면 안 된다”며 “아이들에게 놀이는 그들의 일이고 학습과정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칫 코로나19로 인한 부정적인 인식이 영유아들에게 각인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홍기묵 동은 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은 “아이들에게 너무 위험을 강조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면서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교육은 하지만 ‘깨끗히 손을 씻으면 괜찮다’는 식으로 긍정적인 표현을 쓰는 노력이 아이들에게 불안감을 덜 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부모가 코로나19 마스크에 갇힌 영유아들의 발달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풍성한 감정 나눔과 왕성한 활동을 함께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홍 소장은 “영유아들이 마스크를 씀으로 인해서 정서적인 교류 장애를 겪는데 왕성한 활동과 감정을 나누는 것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면서 “집에서 부모가 영유아에게 정서적인 이야기들이 담긴 동화책을 읽어주고 신체 활동을 통해 집중적으로 함께 놀아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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