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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강신호 동아쏘시오 명예회장은 작명왕…이름만 붙이면 ‘대박’

[취재뒷담화] 강신호 동아쏘시오 명예회장은 작명왕…이름만 붙이면 ‘대박’

기사승인 2020. 12.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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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출」박카스D(Drink, 1963)
1961년 출시된 박카스./ 제공 = 동아쏘시오그룹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은 회사를 이끌던 경영자이기 전에 작명가로도 이름이 드높습니다. 동아쏘시오그룹의 제품 대부분이 그를 통해 이름을 얻었기 때문이죠. 강 명예회장은 이름을 손수 지어줄 만큼 자사 제품에 대한 애착과 작명 센스가 남다른 것으로 유명합니다.

17일 동아쏘시오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박카스의 매출은 2343억원, 판피린은 345억원, 노스카나는 100억원, 스티렌은 204억원, 자이데나는 53억원, 슈가논은 142억원, 모티리톤은 27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 제품들의 공통점은 모두 강 명예회장이 직접 작명을 했다는 겁니다.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인상적인 제품명이 매출로까지 이어진 거죠.

강 명예회장의 대표 히트작은 국민 자양강장제로 불리는 ‘박카스’입니다. 대한민국 사람치고 박카스 한 병 안 마셔본 사람은 찾기도 힘들죠. 1961년 출시된 박카스는 강 명예회장의 첫 작품으로, 당시 제품 이름을 두고 고심하던 그는 독일 유학 시절 함부르크 시청 지하 홀 입구에 서 있었던 신상 바커스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주당들을 지켜주고 풍년이 들도록 도와준다는 바커스. 피로와 술로 약해진 간을 보호한다는 자양강장제의 콘셉트와도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다만 강 명예회장은 ‘바커스’의 표기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하다고 판단, 한국인의 어감과 직관적인 표기법을 고려해 ‘박카스’라고 지었습니다. 회사명이나 성분명을 이용해 제품명을 정하는 것이 고작이던 시대에 의약품의 이름에 신화 속 이름을 붙이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거죠.

‘자 이제 되나, 잘 되나’라는 뜻을 연상시키는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도 강 명예회장의 손을 거쳤습니다. 업계에선 쉽고 재미있게 기억되는 이름으로 의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인지도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여드름 흉터 치료제로 인기를 끌고 있는 노스카나 역시 직접 작명했습니다. 없음을 뜻하는 ‘No’와 흉터라는 의미를 지닌 ‘Scar’의 합성어로 노스카나를 사용하면 흉터가 없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이 밖에도 ‘순환하다’라는 뜻을 지닌 ‘Circulate’에서 따온 혈액순환개선제 ‘써큐란’, 당이라는 의미의 ‘Sugar’와 없다의 ‘None’을 합친 제 2형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 ‘배가 낫지요’라는 문장을 네 글자로 줄여 만든 소화제 ‘베나치오’, 통증(pain)과 열(pyrexia)이란 단어를 조합해 만든 판피린(panpyrin) 등이 있습니다.

강 명예회장이 제품 이름에 공을 들인 이유는 선친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강 명예회장은 ‘사업하는 사람은 늘 상표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던 선친의 유지를 이어 받아 제품 작명을 중시하게 됐다고 합니다. 현재 강 명예회장은 동아치매센터의 센터장을 맡아 노인관련 치료제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가 이름을 붙여줄 신약이 또 나올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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