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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뷰] “김정은 발언 엄포로만 받아 들여선 안된다”

[기획 인터뷰] “김정은 발언 엄포로만 받아 들여선 안된다”

기사승인 2014. 04. 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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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연평도, 노크 귀순, 무인기 '기습' 당해…'말로만 전비태세' 해이한 군 기강 문제
허평환 전 기무사령관2
허평환 전 국군기무사령관은 6일 오후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 소행 추정의 무인기 추락과 관련해 ‘북한의 무인기 기습’으로 규정하고 우리 군의 철저한 대비를 주문하고 있다. 허 전 사령관은 “최근 북한의 움직임을 보면 자신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기습 공격을 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북한이 왜 이 시점에 무인정찰기를 띄웠는지 그 의도를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병화 기자 photolbh@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노크 귀순’까지 우리 군이 사전에 제대로 징후를 파악하고 대비했더라면 얼마든지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무인기 기습’까지 모두 일방적으로 당했다. 북한이 앞으로 작심하고 기습 공격했을 때 지금처럼 말로만 하는 군사 대비태세를 갖고는 절대로 안 된다.”

허평환 전 국군기무사령관(65·예비역 육군 중장·육사 30기)은 6일 오후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 소행 추정의 무인기 추락과 관련해 ‘북한의 무인기 기습’으로 규정하고 우리 군의 철저한 대비를 주문했다.

허 전 사령관은 “최근 북한의 움직임을 보면 자신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기습 공격을 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북한이 왜 이 시점에 무인정찰기를 띄웠는지 그 의도를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전 사령관은 “북한의 김정은이 내년까지 무력 통일을 하겠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해 온 관행처럼 단순히 엄포로만 받아 들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면서 “당장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고 우리 군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전 사령관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노크 귀순’, 무인정찰기까지 기습을 당한 것을 보면서 우리 군이 이런 수준에서 대비하고 분석하며 판단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거듭 주문했다.

-최근 북한이 무인기를 띄우는 의도는?
“단순히 촬영 목적이 아니다. 북한은 이미 청와대나 국가 주요 핵심시설, 포진지 군사시설까지 고정 좌표와 자료는 다 갖고 있다. 연평도 포격 도발 때를 보면 군부대 시설에는 곡사포를 발사했는데 그곳에서 사상자가 생겼다. 152mm 곡사포는 정확히 군 공사장과 탄약고, 유류고에 떨어졌다. 민간인과 산간 지역에는 방사포를 쐈다. 전차 직사포까지 결국 모든 포격 수단에 대한 고정 좌표를 다 갖고 있는데 무엇하러 정찰을 하겠는가. 이미 미사일과 전투기, 장사정포, 특수작전 부대까지 고정 좌표를 입력해 놓고 있다. 이번에 무인정찰기를 보낸 것은 실제 유사시 움직이는 물체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화력 공격을 하고 기동작전 계획을 세우기 위한 의도다.”

-일단 우리 군 조사에서는 북한 무인기에 영상 전송 기능이 없다고 하는데 그게 가능한가?
“사실 북한이 우리처럼 최첨단 한·미 연합 정보·감시·정찰 자산이 없다. 이번 무인기가 겉으로 보면 조잡할지 모르지만 북한이 여건 안에서는 충분히 훌륭하게 기능할 무인정찰기 갖고 있다. 지금 영상전송 기능이 없다고 하지만 곧 장착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무인정찰기를 내려 보내는 것은 전쟁이나 유사시 실시간 타격 정보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유사시 포병이나 작전 기동 간의 강·약점을 분석해야 한다. 최약점을 뚫고 강점을 굴복시켜야 하는 것이다. 화력 지원 측면에서도 실시간 포격이 가능한 것을 유사시 확인하기 위함이다. 아무리 특작부대라고 해도 자기 눈에 보이는 것만 보인다.”

-북한 도발이 임박했다고 보는 것인가?
“북한은 모종의 도발에 이어 전면전까지 착착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제일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전면적인 남침공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선제 기습은 못하니까 선제 기습을 당한 상태에서 어떻게 대비하고 거꾸로 평양을 점령하고 통일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시기는 장담하지 못하지만 6·25때처럼 이번 여름이 될 수도 있다. 남쪽에 녹음이 우거지면 특수부대를 집어 넣으면 정찰기를 띄워도 탐지가 안 된다. 아마 북한이 도발을 한다면 여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무인기 능력을 어느 정도로 보나?
“상당량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다. 지금 시험 운용단계인지 이미 야전군에 배치되고 있는지, 계속 개발하고 있는지, 이번에 떨어지지 않았으면 탐지도 못했을테니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야전군에 배치했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 무인기가 떨어졌지만 우리가 격추 시킨 것이 아니다. 단순히 고장에서 떨어진 것인지 연료 부족인지 봐야 한다. 하지만 연료 부족은 말이 안 된다. 이미 무인기를 띄울 때는 연료에 대한 계산이 다 돼 있다. 연료는 아닐 것이다. 일부러 북한이 떨어 뜨렸을 가능성도 봐야 한다. 전시 전선 정찰용과 함께 실시간 영상정보 전송 능력, 가미가제식 공격용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 해상 함정이나 특정인 테러를 겨냥한 공격에도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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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평환 전 국군기무사령관은 6일 오후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김정은이 내년까지 무력 통일을 하겠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해 온 관행처럼 단순히 엄포로만 받아 들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면서 “당장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고 우리 군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이병화 기자photolbh@
-북한이 왜 일부러 무인기를 떨어 뜨렸다고 판단하나?
“북한이 전쟁이나 대규모 도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다. 의도적으로 한두 대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과거 간첩사건을 보면 간첩들이 일부러 일지를 떨어 뜨려 놓고 간다. 우리는 급해서 떨어 뜨렸다고 보는데 그건 아니고 의도적이라고 나는 판단한다. 우리가 이만큼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것이다. 이번 무인기는 대규모 남침 도발 때 운용하기 위한 준비 차원이다. 이걸 우리 군이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북한이 과거에도 무인정찰기를 보낸 적이 있나?
“이번처럼 공중으로 무인정찰기를 보낸 것은 처음이다. 특수 부대원이나 잠수함은 보냈다. 당연히 우리 군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원래 북한은 상상을 초월하는 집단이다. 우리 국민들이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은 북한군이 못 먹고 못 살기 때문에 전쟁을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북한의 고위 핵심 탈북자들을 만나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북한은 전쟁 준비를 철저히 하고 언제든지 전쟁할 수 있는 나라라고 말한다. 김일성과 김정일 암살 기도가 있었고 김정은도 암살 기도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북한이 망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세력이 등장할 것이다. 설사 김정은이 암살당해도 북한 전체를 이끌어가는 수뇌부 지도층은 북한 정권을 버리고 우리한테 오지 않는다.”

-우리 군이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먼저 군사적 대비를 해야 한다. 대규모 도발이나 전면 기습 남침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대규모 도발에 대해서는 우리 군이 국면별로 잘하고 있다. 하지만 기습 도발은 근본부터 다시 짚어보고 대비해야 한다. 기습을 받았을 때 최단 시간에 피해를 최소화해 전쟁 주도권을 우리가 장악하고 전쟁을 종결하고 통일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훈련과 무기 체계를 준비해야 한다. 또 북한의 무인기가 성능이 좋아지고 수가 늘어나면 났지 우리한테 발각됐다고 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 무인기에 대한 성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조기에 탐지하고 포획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북한이 왜 무인기를 만들어 운용하고 성능이 어느 정도이며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지, 우리는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인지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이번에 군의 기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 ‘저탐 레이더를 갖고 와야 한다. 북한 것인지 객관적 분석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만 많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첨단 장비와 분석, 병력이 있어도 어떻게 그걸 뚫고 오는지에 대한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우리 군이 기강 해이로 근무를 제대로 안했는지, 레이더가 문제인지 확인해야 한다. 좋은 장비가 답이 아니다. 아무리 장비가 좋아도 우리 군이 경계를 소홀히 하면 소용없다. 병력과 장비, 시설이 없어서가 아니라 근무 태만으로 기습을 당하는 것이다.”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도 강하게 일고 있다.
“지금 우리 군의 기강과 자세에 문제가 있다. 군의 수뇌부는 책상 머리에서 보고서로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발로 직접 뛰면서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면서 전투를 해야 한다. 전투는 장병들 손에서 나오는데 장병들이 자기 자리에서 기강이 서 있는 가운데 사기가 높아야 한다. 자기 임무를 누가 보든 안 보든 제대로 수행하는 군대가 돼야 한다.”

-우리 군이 이번에 무인기를 포착할 수도 있었다고 보나?
“우리 군의 무기체계가 우수하다고 본다. 지금 시급한 것은 새로운 무기 도입이 아니다. 기존 갖고 있는 무기체계를 잘 정비해서 늘 성능을 잘 발휘 하도록 관리 유지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지금 우리 장병들의 사기가 낮고 기강도 안 좋다고 본다. 군의 기강은 어떤 상황이든 죽을 각오를 다하는 것이다. 노크귀순이나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보면서 제 자리에서 감시하고 기본·원칙을 지키는 군이었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고 설사 일어났더라도 우리가 승리했을 것이다. 무인기가 소음이 없고 포착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우리 군이 대공초소도 있고 보초도 다 있는데 제대로 대공 감시하고 운용을 했으면 무인정찰기를 발견할 수 있다. 그걸 제대로 안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수뇌부도 현장에서 부하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해야 한다. 수뇌부가 그걸 소홀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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