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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리건 변호사들, 기자 학생 집단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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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기자

승인 : 2016. 02. 18. 15:12

힌두근본주의 조직, 경찰 방치 속 2번째 집단폭행...인도 정부, 선동죄 강화 움직임
APTOPIX India Student Protests
힌두 근본주의 대중조직 ‘상 파리바르(Sangh Parivar·의용단일가)’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이는 인도 변호사들이 17일 뉴델리 파티알라(Patiala) 법원에서 기자와 선동 혐의로 체포된 카나이야 쿠마르(Kanhaiya Kumar) 자와할랄 네루대학교(JNU) 학생동맹 회장 일행을 막고 소동을 벌이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인도 뉴델리에서 기자와 학생 피의자에 대한 폭력 사태가 연이어 발생했다. 가해자가 변호사들이었고, 경찰이 이름 방조해 인도 사회가 받는 충격은 크다.

인도 유력일간지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18일 1면 톱기사 ‘경찰이 다시 군스(Goons·정치깡패)가 마음대로 하게 방치했다’에서 지난 15일에 이어 전날 뉴델리 파티알라(Patiala) 법원에서 일어난 폭력 사태와 관련, “경찰 본부와 정부 청사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파티알라 법원에서 유례가 없는 법과 질서 붕괴 사건이 일어났다”며 “믿을 수 없게도 월요일(15일) 기자와 다른 사람들에 테러를 가한 검정 양복의 군스들이 중무장한 경찰이 있는 가운데서도 다시 돌아와 같은 짓을 했다”고 했다.

네루대
자와할랄 네루(Jawaharlal Nehru) 인도 초대총리의 동상이 있는 인도 뉴델리 네루대학교 교정./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사건은 17일 80~100여명의 변호사들이 선동 혐의로 체포된 카나이야 쿠마르(Kanhaiya Kumar) 자와할랄 네루대학교(JNU) 학생동맹 회장과 기자들을 폭행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지난 15일 기자와 쿠마르 회장의 체포에 항의하는 네루대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같은 집단으로 힌두 근본주의 대중조직 ‘상 파리바르(Sangh Parivar·의용단일가)’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날 오후와 저녁 두차례에 걸쳐 쿠마르 회장과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주먹으로 폭행을 가하고 빰을 때렸고, 이를 피하는 기자들에게 돌멩이를 던졌다. 그리고 ‘언론을 교수대로’ 등의 구호도 외쳤다. 이들은 또 대법원이 파견한 조사단에게도 야유를 보내면서 빈병과 돌을 던졌다.
이 같은 폭력사태는 3000여명의 중무장한 경찰이 법원 안팎을 경비하는 가운데 있어났다. 경찰은 폭력사태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고, 용의자를 한명도 체포하지 않았다. B S 바시(Bassi) 델리 경찰청장은 폭력 변호사들은 ‘법원의 법무관들’이라며 사실상 옹호해 비판을 샀다.

쿠마르 회장은 지난 12일 학내에서 카슈미르(Kashmir) 분리주의자 모하메드 아프잘 구루(Mohammad Afzal Guru)의 3주기 추도식을 불허한 대학 당국과 정부를 비판하는 연설을 한 이유로 ‘반인도(Anti-India)’ 선동죄로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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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뉴델리 네루대학교(JNU) 캠퍼스 강의건물에 부착돼 있는 좌파 학생조직 AISF의 벽보./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아프잘 구루는 2001년 16명이 숨진 인도 의회 테러범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죄로 사형을 선고 받아 2013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의 사형을 둘러싼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은 ‘대학이 반인도주의자들의 소굴’이 됐다며 선동죄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네루대 사태도 이 같은 움직임 속에서 발생했다. 마헤이쉬 기리(Maheish Girri) BJP 국회의원이 네루대학에 아프잘 구루 추도식을 불허할 것을 요청해 관철시켰고, 이어 경찰이 대학당국의 요청으로 항의집회를 개최한 쿠마르 회장을 체포했다.

이에는 힌두 민족주의 단체이면서 BJP의 모체인 민족봉사단(RSS)의 학생조직 전인도대학회의(ABVP)가 깊이 관여돼 있다. ABVP는 지난 1월 중남부 텔랑가나(Telangana)주 하이데라바드(Hyderabad) 중앙대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로히드 베물라(Rohith Vemula) 연구원이 자살한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그룹이다.

아울러 이들은 17일 발리우드(Bollywood)의 최고배우 샤룩 칸(Shah Rukh Khan)이 28년만에 대학 졸업장을 받기 위해 델리대를 방문했을 때 ‘돌아가라’ ‘타도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샤룩 칸
지난해 11월 30일 아시아투데이의 인터뷰에 답하는 발리우드(Bollywood)의 최고배우 샤룩 칸(Shah Rukh Khan)./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이들은 샤룩 칸이 지난해 11월 “종교적으로 비관용...이 나라에서 세속적이지 않은 것이 애국자로서 가장 나쁜 범죄다”고 한 것이 반인도주의 행위라며 비난하고 있다. 이처럼 이들의 반인도주의, 반민족주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

유력지 더 힌두(The Hindu)는 17일 ‘누가 반민족주의자(Anti-national)인가’라는 칼럼에서 “베물라와 쿠마르에게 민족주의는 인도 정부보다 인도 국민의 복지가 우선되는 것이었다”며 “이러한 정치적 견해가 이들을 군다(Goonda·정치깡패) 민족주의자들의 위협에 노출시켰다”고 했다.

이어 “상 파리바르의 민족주의자 분류에 따르면 이미 중앙 인도의 원주민, 달리트(불가촉천민) 대학생, 좌파 지식인, 인권운동가, 종교적 소수자, 반핵운동가, 소고기 섭취자, 파키스탄을 미워하지 않는 자, 이(異)종교 간 커플, 동성애자, 노동운동가들은 반민족주의자였다”면서 “군다 민족주의자들이 파티알라 법원에서 벌인 사건을 생각하면 이제 반민족주의자 범위를 언론인, 네루대 학생처럼 옷은 입은 자, 신분증 미소지자, 군다 민족주의자들의 행동을 취재하는 자, 그리고 군다 민족주의자들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으로 확대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만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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