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인도 최고배우 비관용 비판에 발리우드도 양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151125010015414

글자크기

닫기

하만주 기자

승인 : 2015. 11. 25. 17:30

아미르 칸 "아내, 인도 떠나야하는 게 아닌가고 물을 정도로 비관용 문제 심각" 발언에 정계, 문화계 양분, 첨예하게 대립...극단주의자, 초상화 태우며 항의 시위
세 얼간이
인도 최고배우 아미르 칸(Aamir Khan)이 지난 23일 ‘아내가 자녀의 안전을 위해 인도를 떠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물을 정도’라며 인도 사회의 비관용 문제를 제기한 후 인도 사회가 양분돼 논란에 가담하고 있다. 아미르 칸은 세 얼간이(사진)의 주연을 맡았다.
톨레랑스(관용) 논쟁이 인도 사회를 양분시키고 있다. 특히 인도 발리우드(Bollywood·뭄바이 옛지명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의 최고배우 아미르 칸(Aamir Khan)이 지난 23일 ‘아내 키란 라오(Kiran Rao)가 자녀의 안전을 위해 인도를 떠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물을 정도’라며 인도 사회의 비관용 문제를 제기한 후 정치계뿐 아니라 발리우드도 양분돼 논란에 가담하고 있다.

인도 언론도 25일 이 문제를 주요 기사로 집중 보도했다. 최고권위지 타임스 오브 인디아(TOI)는 1면톱으로 다뤘다.

아미르 칸의 발언에 대해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은 그의 초상화에 붉은 페인트를 뿌리고, 불에 태우는 등 과격 시위를 하고 있다. “파키스탄으로 떠나라”는 요구도 있고, 그가 광고를 맡은 온라인 쇼핑몰 애플리케이션 지우기 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한 영화제작자는 ‘국민에게 상처를 남겼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은 인종·종교·계급 등의 다양성 속에서도 조화를 유지해 온 인도 사회의 관용이 위험 받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미르 칸의 지명도와 영향력이 이 문제를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사회적 논쟁으로 비화시킨 측면도 있다.
아미르 칸은 샤룩(Shahruck) 칸·살만(Salman) 칸과 함께 발리우드의 ‘3대 칸’으로 불리고 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세 얼간이’와 역대 인도 최고 흥행작 ‘외계인(PK)’, ‘둠3’의 주연을 맡았으며 2013년에는 미국 타임지가 뽑은 세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인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파드마 부샨(Padma Bhushan)상과 파드마 쉬리(Padma Shri) 훈장을 받았다.

아미르 칸은 23일 인디안 익스프레스 그룹의 발행인이었던 고 람나스 고엔카(Ramnath Goenka)상 시상식에서 ‘부인의 우려’를 전하면서 “지난 6~8개월 동안 실망감이 커지고 있고 놀라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무엇이 잘못됐는지 비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역사학자·과학자들이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며 “상을 반납하는 것은 그들의 생각을 전달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인도 작가·과학자 등 지식인들이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의 행위에 대한 소극적인 대처를 비판하면서 정부로부터 받은 훈장·상을 반납하는 등 항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옹호한 것이다. 지식인들은 지난 8월 힌두교의 우상숭배를 비판한 M.M. 칼부르기 교수가 살해되고, 9월말에는 ‘소고기를 먹는다’는 선동 때문에 50대 이슬람교도 가장이 힌두교 주민들의 집단폭행으로 숨지는 등의 문제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집권 인도국민당(BJP)의 샤나와즈 후사인(Shahnawaz Hussain) 대변인은 24일 아미르 칸의 발언에 대해 “인도가 당신을 스타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면서 “(발언은) 국가를 중상하려는 캠페인으로 국민회의당(INC·콩그레스당)과 공모한 것이고, 콩그레스당은 선출된 정부와 인기 있는 총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M. 벤카이아 나이두(Venkaiah Naidu) 의정담당 장관은 “어떤 사람들이 잘못된 것을 선동하고, 다른 사람들은 틀린 선전에 속고 있다”며 “인도 상황은 다른 국가보다 나으며 인도 국민은 관용적이다”고 했다.

BJP 소속 한 국회의원은 “아미르 칸이 떠난다면 인도의 인구 문제를 경감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아비쉐크 마누 싱비(Abhishek Manu Singhvi) 콩그레스당 대변인은 “아미르 칸의 언급은 모든 인도가 말하는 것”이라며 “그가 ‘콩그레스 사람’이라고 취급되지 않기를 희망하고 믿는다”고 했다.

라훌 간디(Rahul Gandhi) 부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정부와 모디 총리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을 비애국적·반국가적이고 조종 당하고 있다고 낙인찍지 말고, 무엇이 국민을 어렵게 하고 있는지 이해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면서 “이것이 괴롭히고, 위협하고 악용하는 대신 인도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발리우드도 논쟁에 가담했다. 배우 아누팜 커(Anupam Kher)는 “아미르 칸은 부인에게 인도가 그를 슈퍼스타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말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커는 BJP 지지자로 지난 7일 뉴델리에서 정부에 항의하는 지식인들을 비판하는 데모를 벌이기도 했다.

영화감독 람 고팔 바르마(Ram Gopal Varma)는 “그들은 소위 ‘비관용적인’ 국가에서 유명인이 됐다”며 “어떤 국가와 비교해도 인도는 관용적이다. 만약 여기에서 불행하다면 어떤 나라에 갈 것인지 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바로마 감독은 아미르 칸의 출세작 랑길라(Rangeela)의 메가폰을 잡았던 영화인이다.

배우 겸 사회자 라비나 탄돈(Raveena Tandon)은 “헛소리 집어치워라. 온 나라를 수치스럽게 하지 말고, 모디가 총리가 된 날 이후부터 행복하지 않았다고 왜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단편영화 제작자 울하스(Ullhas) PR은 24일 ‘그의 언급이 국민에게 상처를 남겼다’며 아미르 칸을 경찰에 고소했다.

반면 영화제작자 마헤쉬 바트(Mahesh Bhatt)는 “아미르 칸의 이슈가 침소봉대되고 있다. 우리의 안전을 지켜줄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배우 나세루딘 샤(Naseeruddin Shah)는 바르리 마스지드(Babri Masjid)가 파괴된 후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했다.

바르리 마스지드는 인도 중북부 우타르 프라데시(Uttar Pradesh)의 힌두교 성지 아요디아(Ajofdhya)에 있는 이슬람 사원으로 1992년 12월 과격 힌두교인에 의해 파괴된 이후 정당 간 대립과 사회적 혼란이 극심했다.

샤룩 칸도 수주 전 ‘인도 사회의 비관용 환경이 불편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극단주의자들의 움직임도 거세다. 극우성향의 지역정당인 쉬브 세나(Shiv Sena)의 람다스 카담(Ramdas Kadam) 대표는 “그는 지금까지 축복 받은 배우였다. 하지만 이제 보니 우리가 뱀에게 우유를 건네준 것 같다. 그가 만약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다면 파키스탄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들은 구글 앱스토어를 방문, 아미르 칸이 전속계약을 맺은 온라인 쇼핑몰 스냅딜(Snapdeal)의 앱에 대해 별 평가 1개를 매기고 있고,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앱 지우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만주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