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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축제날 생각하는 인도의 다양성과 그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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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기자

승인 : 2016. 03. 25. 07:29

인도의 자산 다양성, 최근 민족주의 논란으로 위협...경제발전 위한 국민통합, 방법론 고민해야
홀리
24일 인도 뉴델리 네루대학교(JNU)에서 열린 홀리(Holi) 축제에서 행진을 하는 대학생들./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24일은 인도 홀리(Holi) 축제일이다. 봄의 시작을 의미하며 겨울의 마지막 보름달이 뜨는 전날 이브부터 축제 열기가 뜨거워진다. 힌두 비슈누(Vishnu)신을 숭배한 프라흘라다(Prahlada)가 불사의 마왕 히라니야카쉬푸(Hiranyakashipu)와 고모 홀리카(Holika)의 계략에 이긴, 선이 악에 승리한 날을 기념하는 축제다. 인도 전역이 알록달록 물드는 ‘색깔의 축제’이기도 하다. 스스로 혹은 서로서로 얼굴과 몸, 그리고 옷에 색깔을 묻히면서 즐거워한다.

물감을 적신 물건을 서로 던지며 환호하고 유쾌한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공휴일이라서 상점은 문을 닫는다. 알코올 섭취가 금지된 장소에서조차 어느 정도의 음주가 허용되는 날이지만 ‘와인숍’으로 불리는 알코올 판매점의 문 또한 굳게 닫힌다. 모두가 생업을 잠시 접어두고 ‘화끈하게 즐기는 날’인 것이다.

인도의 축제는 힌두교의 다양한 기념일만이 아니라 이슬람교, 시크교 등과 관련된 명절에도 진행된다. 가히 ‘축제의 나라’라 할 만하다. 축제들을 보면서 인도의 다양성을 더욱 실감하곤 한다. 서로 다른 역사·언어·인종·종교·관습의 13억 인구를 끌어안고 인도가 하나의 국가로 기능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거대한 ‘다양성’을 구성원들이 피차 인정하기에 가능한 현실이다.

헌법에 공인된 22개의 공식어를 비롯해 실질적으로 1500개의 언어가 영어와 더불어 통용되는 하나의 공동체, 하나의 국민국가(Nation State), 말 그대로 기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인도 헌법도 이 같은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비롯해 여러 종교, 정파 등으로 나눠진 인도 지도층들은 한결같이 ‘다양성’을 존중한다. ‘다양성이 인도의 힘’이라는 원칙에 이견은 없어 보인다.
모디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에서 2번째)가 지난달 13일 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주 뭄바이(Mumbai) 반드라 쿠를라(Bandra Kurla) 콤플렉스(Complex)에서 개최된 ‘메이크 인 인디아’ 주간 전시회장을 방문, 한국관이 설치된 홀에 입장하고 있다./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하지만 최근 이 ‘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비관용적 민족주의 논란을 둘러싼 문제다. 인도국민당(BJP)이 2014년 총선에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으로 과반수 의석을 확보, 국민민주연합(NDA) 연합정권을 수립한 이래 BJP의 모태이자 ‘대법원’으로 불리는 힌두민족주의단체 민족봉사단(RSS)의 목소리가 커졌다. 국민통합의 강력한 메커니즘으로 전통적 종교·문화·관습의 합일체인 힌두이즘을 내세우고 강요하는 분위기가 심화된 것이다. 비(非)힌두계 인도인들의 정체성과 존재방식이 위협 받고 있다는 불안, ‘다양성’을 해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내에는 모디 총리를 포함, RSS 출신 각료와 장관들이 다수 포진, RSS의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힌두교 여신 두르가(Durga)의 ‘전사’를 자칭하는 강성 스미리티 이라니(Smriti Irani) 인적자원부 장관도 RSS 출신이다.

아미트 샤(Amit Shah) BJP 총재는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바라트 마타 키 자이(Bharat Mata ki Jai·조국 인도 만세)’구호를 강제하는 문제에 대해 “논쟁 그 자체가 반역 같은 것”이라고 단언할 정도다.

그는 구속됐다가 풀려나는 과정에서 일약 전국적 유명인사가 된 카나이야 쿠마르(Kanhaiya Kumar) 네루대학교(JNU) 학생회장 문제에 대해서도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카슈미르 분리주의자의 추모집회에서 연설을 한 행위 자체가 ‘반(反)인도(Anti India)’라는 것이다.

네루대
지난달 중순 ‘반인도(Anti-India)’ 선동 혐의로 카나이야 쿠마르(Kanhaiya Kumar) 인도 네루대학교(JNU) 학생회 등이 구속된 이후 네루대 본부 앞 광장에서 시작된 야외강의가 이들의 석방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사진=하만주 뉴델리(인도) 특파원
이런 분위기는 발리우드(Bollywood)의 최고배우 샤룩 칸(Shahrukh Khan)과 아미르 칸(Aamir Khan)이 인도 사회의 비관용 문제를 제기했다가 곤욕을 치른 것과 연장선상에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인도의 대외 이미지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 ‘메이크 인 인디아’ ‘디지털 인디아’ 등 모디 정부의 경제정책 추진을 위해 필요한 외국인 직접투자(FDI)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이미 산업화·민주화를 거친 선진국들에게 현재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배타적인 ‘국수주의’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 인도가 공산당 중심의 중국과 다른, 자타가 공인하는 최대강점 ‘다양성’을 스스로 평가절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류 역사의 경험에 비춰볼 때 급속한 경제발전을 시도할 경우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은 매우 유용하다. 언어나 가치관 면에서 단일성이 높아짐으로써 얻어지는 행정적 편의도 무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이 같은 방법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최근 일련의 사태는 19~20세기에 국민국가를 성립시킨 선(先)·후(後)발 근대국가들의 초기형태, 혹은 그것의 일시 붕괴 직전에 보이는 몸부림, 예컨대 단일한 언어·종교·역사의식으로 구성원을 억지로 묶어내려는 내셔널리즘(민족주의·국수주의)을 어설프게 모방하는 모양새로 이해될 수
있다. 경제발전의 위한 인도 정부의 진정성은 이해하지만 좀 더 지혜로운 방법론을 고민해야 할 때다.
하만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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