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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해협이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대만해협이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기사승인 2024. 03. 2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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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이재명 당진-19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충청남도 당진시 당진전통시장을 찾아 발언을 하고 있다./이병화 기자


"대만해협이 뭘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이 있어요? 그냥 우리는 잘 살면 되는 거 아닙니까?"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 그냥 '셰셰(謝謝·고맙다)',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충남 당진시장에서 한 말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대(對)중국 외교정책을 비판하고자 한 발언인데요. 아무리 선거철이라지만 그 수위가 아슬아슬하죠.

국민의힘은 이날 논평을 내고 "최소한 국제정세 이해도 없이 중국을 대하는 굴종적 자세가 그대로 들어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당진시장에서 "그게 도대체 뭐 하는 소리입니까? 세계 질서 속에서 어떤 역할과 정의의 편에 서지 않는 나라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습니까?"라고 강하게 비판했죠.

이 대표의 발언을 한 번 곱씹어봤습니다. 먼저 대만해협은 정말 우리와 상관이 없는 곳일까요?

한국해양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해양무역 의존도는 99.7%입니다. 사실상 우리가 마주한 세상은 오롯이 바다와 연결돼 있죠.

그래서 바다가 막혔을 때 입는 손실이 어마어마 합니다. 우리나라로 향하는 해상교통로가 단 하루만 차단되도 수천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하죠. 15일 이상 차단되면 제철산업, 제조업, 건설업 등 한국 경제의 근간이 마비되고요. 해상이 100일 이상 차단되면 국가 경제가 거의 사망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항로는 말그대로 바다 위의 길입니다. 대한민국의 안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항로는 극동아시아 항로, 동남아시아 항로, 중동 항로, 북중미 항로, 오세아니아 항로가 있습니다. 조금 멀리 떨어져 있긴 하나 중요한 곳으로는 중남미 항로, 유럽 항로, 아프리카 항로도 있고요.

특히 대한민국 해상 물동량의 약 30%가 옮겨지는 극동아시아 항로가 핵심입니다. 대만해협이 바로 여기에 있죠.

극동아시아 항로의 남쪽으로 가면 동중국해를 지나 동남아시아에 도착합니다. 이 길목이 바로 대만해협입니다.

우리나라가 중동에서 수입하는 원유도 동남아시아 항로의 거점인 말라카 해협을 타고 대만해협을 지나 부산항, 울산항, 인천항, 평택항으로 옵니다.

만약 대만해협에 큰 일이라도 생긴다면 국내 유가가 급등하고 경제가 흔들릴 겁니다. 대만해협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우리는 잘 살 수가 없죠. 이미 수많은 시나리오들이 제시되고 있고요. 대만 뒤에 있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이토록 막중합니다. 

이 대표의 '셰셰' 발언도 우려스러운 것은 마찬가지 입니다. 이 발언은 윤석열 정부의 미국 중심 외교 정책을 비판하고, 중국과도 잘 지내며 우리의 이익을 취하자는 취지였던 것 같은데요.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에 따른 세계 공급망 재편을 떠올려 보면 조금 공허합니다.


미중 무역갈등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對)중국 관세 부과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양국 관계는 조금 풀렸다가도 다시 경색되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중 정책에 있어서 만큼은 트럼프보다 더 집요하고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데요.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태양광 등 첨단 산업 핵심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자 설계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이 그 대표적인 예 입니다.

미국이 IRA 시행으로 전세계에 준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사업하고 싶으면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라'는 겁니다. 미국이 말하는 가치는 자유와 민주주의고요.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과 그에 따른 '가치 동맹 간의 경제 블록화'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룹니다. 전략적 모호성은 한때 우리의 분명한 성장 동력이었지만, 앞으론 양쪽 모두에게 '셰셰'라고 말하기 참 어려운 시절이 오고 있다는 의미겠죠.

이건 조금 별개의 이야기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0년대 중반부터 한국 기업들도 움직였습니다. 최근 10년새 우리나라의 주요 대기업들은 중국에 세웠던 생산기지를 베트남, 인도 등으로 조용히 옮겨왔습니다. 진출 국가의 상황을 예측하고 변화에 대응하는 건 역시 기업들이 빠르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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