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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상철 입법조사처장 “입법영향분석 없는 입법은 부품 없이 달리는 차”

[인터뷰] 박상철 입법조사처장 “입법영향분석 없는 입법은 부품 없이 달리는 차”

기사승인 2024. 05. 1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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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영향분석, 현실 맞는 법 만들기 위한 절차… 제도화 위해 국회법 개정 필요”
“운영위 안 열려 입법영향분석 제도화 늦어져… 21대 국회서 안 되면 22대서”
박상철 국회 입법조사처장-04
박상철 국회 입법조사처장./이병화 기자
박상철 입법조사처장이 "입법영향분석이 없는 입법 과정은 중요한 부품이 없이 달리는 불안정한 차 같다"면서 "국회법 개정을 통한 입법영향분석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8일 만난 박 처장은 입법조사처가 적극 추진 중인 '입법영향분석' 제도의 필요성을 묻는 말에 이 같이 답했다.

입법조사처는 입법 및 정책과 관련된 사항을 조사·연구해 국회의원 및 국회의 위원회에 제공함으로써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국회의 전문적인 입법·정책 조사분석 기관이다. 최근에는 입법 시 해당 법률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과 효과 등을 분석하는 입법영향분석 제도 도입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입법조사처가 적극 추진 중인 입법영향분석 제도의 의미와 그 필요성에 대해 박상철 입법조사처장을 만나 들어 봤다.

다음은 박 처장과의 일문일답.

-입법조사처에서 입법영향분석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먼저 입법영향분석 제도의 개념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린다.

입법영향분석은 좋은 법률을 만들기 위한 수단 중에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본다. (국회에서) 법을 만들었을 때 과연 현실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어떤 효과가 있을까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 절차가 국회 입법 과정에 없다. 현실에 맞는 법을 제대로 만들기 위한 입법 절차 중에 하나다. 입법영향분석이 없는 입법 과정은 차로 치면 중요한 부품이 없이 달리는 불안정한 차 같다. 현재 우리 입법이 굉장히 불안한 게 많지 않나. 한 마디로 더 좋은 법률을 만들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절차다.

-입법영향분석 제도가 필요한 이유와 실행될 경우 기대효과는.

정치·경제·사회·문화·국제관계 질서하고 연결된 법도 있을 텐데, 그런 것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을 전문가가 해줘야 된다. 법이라는 것이 누군가한테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야 되는 (근거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입법영향분석을 해서 법을 만들면 좋은 법률이 될 수밖에 없다.

-입법영향분석 제도의 도입을 위해 국회에서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일단은 입법영향분석을 할 수 있는 전문 기관이 있어야 되는데, 그게 입법조사처다. 유럽이 입법영향분석이 어느 정도 체계화된 곳 중 하나인데, 유럽에는 '유럽의회조사처'(EPRS, European Parliamentary Research Service), 미국은 미국 의회조사국(CRS,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우리는 국회 입법조사처(NARS, National Assembly Research Service)가 있다. 전문적인 기구가 있어야 된다. 각 분야별로 조사관이 있어야 된다.

또 법이 만들어질 때 어떠한 법에 입법영향분석서를 의무적으로 붙일지, 어떤 형태로 어느 시점에 붙일지를 법제화해야 된다. 이를 위해 국회법을 개정해야 된다. (현재도) 입법조사처가 입법영향분석은 하고 있는데, 이것을 제도화하기 위해서 지금 국회법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이 된 상태다. 이건 여야 간에 싸울 거리는 아니기 때문에 (21대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갈 수도 있고, 만약에 안 된다면 22대 때 과정을 밟아야 된다. 국회법 개정에 의한 제도화가 필요하다.

-21대 국회가 마무리되어가는데, 관련 법안은 아직 상임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 법안 통과가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늦어지는 이유는 일단 운영위원회가 국회법의 소관 상임위원회인데, 운영위가 묘하게 위원회 중에서 가장 안 열린다. 입법영향분석 때문에 안 열리는 게 아니라, 대통령실이 소관 부서다 보니까 여야 간 항상 정치적으로 예민한 위원회라 정치적인 이유로 잘 안 열리고 있어서 지연된 것이다. 또 이 법안이 작년 7월에 소위원회에서 상정이 됐는데 (법안의 소위 통과를 위해서는) 대개 소위가 한 3번 정도 열려야 된다. 통과의례상 절차인데, 세 번째 소위가 열리려는데 4·10 총선에 돌입이 돼 버렸다. 선거 때 운영위가 열리는 것은 사실은 기대난망이다. 어떻게 보면 외적인 이유로 좀 지연됐을 뿐이지,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다.

-21대 국회 내에서 관련법 통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만큼, 22대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활한 법안 통과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

일단 21대 때도 안 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번 회기 때는 통과시켜야 될 법은 여야 간에 어느 정도 합의가 돼 있는데, 그 합의 선상에 집어넣으면 간단히 되는 것이다. 그래도 날짜가 촉박하니까 21대 때 안 되면 22대 때 시작하자마자 이것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의 이해도가 높아서 빨리 하는 게 국민들을 위해서 좋겠다는 합의가 이루어지도록 지금도 새로 바뀐 원내대표단이라든가 당선인들, 정책위의장 등을 만나고 있다. 또 오는 21일 날 초선 당선자 대회가 있다. 거기에 우리 기관장들이 와서 입법조사처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그 설명서도 만들어서 입법영향분석에 대한 설명을 했다.

그리고 입법조사처가 작년에 구체적으로 입법영향분석서가 어떻게 나오는지 샘플을 3개 정도 만들었다. 올해 초에 제가 미국에 가서 유엔개발계획(UNDP)에 가서 보니까 저개발국가 지원 사업 중 하나가 민주주의 확산 이런 게 있더라. 민주주의를 위해 제일 좋은 게 좋은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입법영향분석 샘플을 저개발국가들한테 보여주면 도움이 될 거라고 했더니, 그쪽에서 아주 반기더라. 그래서 (관련) 책자를 번역해서 세계적으로 활용하면 한국 입법영향분석의 세계화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알리면서 이제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입법조사처를 어떻게 활용을 할 것이냐라는 걸 굉장히 홍보를 많이 한다. 입법조사처가 대국민 홍보를 좀 많이 하려고 한다. 좋은 법률이 만들어져야 되지 않나. 그러려면 법이 그만큼 현실에 맞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입법영향분석 제도 도입 필요성도) 홍보를 하려 한다.

또 국회의원들은 입법조사처에 관해 입법을 할 때 첫 단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기구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입법영향분석 샘플을 계속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법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한때는 (법을) 많이 만든 사람이 훌륭한 국회의원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새는 거꾸로다. 법을 제대로 만들어야지 그냥 졸속 과잉으로 만드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21대 때 법안을 갖고 여야 간에 대치 상황이 되면서 자기 성찰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입법영향분석에 대한 거부 반응은 없다고 본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입법영향분석을 원하는 의원들이 있으면 여력이 닿는 대로 항시 서비스를 해 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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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국회 입법조사처장.//이병화 기자
-지난 1월 입법영향분석 제도와 관련해 유엔개발계획(UNDP) 정책·프로그램 국장을 면담하고, 4월에는 제도를 소개하는 기획보고서를 발간해 이후 UNDP에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UNDP라는 것이 UN에 있는 저개발국가의 발전을 지원해 주는 기구인데, 그 중에 민주주의를 지원하는 부서가 있다. 제가 거기 가서 '민주주의라는 것이 꼭 저개발국가만 안 되는 게 아니라 잘 사는 나라도 민주주의가 잘 안 된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국회가 있는 곳에서 좋은 법을 만들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저개발국가를 도와주는 것이라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입법영향분석에 관해서 제가 유럽하고 미국 워싱턴에 가서 면담을 해보니까 우리가 지금 입법영향분석 시범 사업을 하고 있는 게 10년 째 됐는데, 그 내용들이 유럽과 미국하고 비교했을 때 더 낫다는 것을 확인을 했다. 그래서 UNDP 국장을 만나면서 (보고서를) 우리가 번역을 해서 보낼 테니 당신들이 회원 국가들한테 같이 전파를 하면 어떻겠냐 그랬더니 그렇게 해 주면 고맙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제 이 보고서를 번역을 해서 보내려고 한다.

-향후에도 UNDP와 입법영향분석 제도의 필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계속할 생각인가. 관련해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 있다면.

저는 (관련 활동을) 적극적으로 확대를 하려고 한다. 그래서 UNDP하고 아주 체계적인 상호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을 것이다. 한국에도 서울 사무소가 있는데, (관련) 자료가 넘어가면 반응이 올 것이다.

제가 볼 때는 (국가 간에) 법을 교류하는 것이 진짜 한 차원 높은 교류다. 문화 교류라든가 경제 교류는 도움을 주는 교류를 하는 것이고, 그 나라하고 법률까지 알게끔 교류를 하면은 실질적인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단순하게 우리가 법을 좀 잘 만든다는 차원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입법영향분석 제도 외에 입법조사처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법이 만들어졌을 때 모든 국민한테 영향이 가지 않나. 그런데 행정부가 시행령을 가지고 실제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해서 막상 법은 좋게 만들었는데 집행 자체가 잘 안 되고 있다든가, 사법부에 가서 보면 사법부 시각에서는 (법률이) 위헌인 경우가 많다. 이건 좀 고쳐야 되지 않나. 그래서 일단 법을 만드는 의원들을 입법조사처가 입법 지원을 전문적으로 해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더 나아가서 입법조사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회가 만든 법이 지금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가도 항상 체크를 해야 한다. 또 전 국민이 원하는 법을 만드는 게 제일 좋은데, 적극적으로 이런 입법을 해야 된다는 걸 발굴을 하기 위해 국회의원들도 와서 보고, 전문가나 학회도 보고, 일반 국민도 관람하는 컨퍼런스 등의 장을 마련하는 것에 입법조사처가 딱 적격이다. 그래서 그런 사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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