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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법이 생물학 품으면 따뜻해질 것…포용·숙론으로 풀어야”

최재천 “법이 생물학 품으면 따뜻해질 것…포용·숙론으로 풀어야”

기사승인 2023. 03. 1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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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대한민국 다윈 후진국"…진화론 중요성 강조
崔 "다윈 이론 핵심은 다양성…인간 겸허하게 만들어"
崔 "수명 늘고 배움 기회 많아져…'숙론'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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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강연 후 이원석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 간부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김임수 기자
국내 대표적 생태학자인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16일 검찰 간부를 상대로 "법이 생물학을 품으면 따뜻해질 것"이라며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깊은 대화를 통해 통섭(統攝, Consilience)의 지혜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최 교수는 이날 오전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 6층 대회의실에서 '다윈, 진화 그리고 다양성'을 주제로 한 초청 강연에서 "대한민국은 다윈 후진국"이라며 21세기 들어 찰스 다윈 진화론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 간부들과 직원들은 강연장을 빼곡하게 채운 뒤 1시간 30분가량을 경청했다.

최 교수는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서 지난 1000년간 인류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인물 1000명을 선정했는데, 금속 활자를 발명한 구텐베르크가 1위를, 찰스 다윈은 7위를 했다"라며 "영국에서 실시한 '50가지 위대한 아이디어'에 대한 설문조사의 경우 1위가 인터넷이었는데, 여기서도 다윈의 진화론이 7위를 했다. 8위가 '과학적 방법'이었는데, 다윈의 진화론이 그보다 한 수 앞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교수는 "이처럼 다윈은 막강한 인물인데 왜 우리에게는 존재감이 없을까, 생각해볼 만한 일"이라며 2005년 다윈포럼 기획한 뒤 2009년 여러 학자와 함께 종의 기원을 완역하는 등 국내에 다윈의 진화론을 알리는 데 앞장서게 된 계기를 밝혔다.

최 교수는 "당시 다윈은 비주류 학자에 소심한 사람이었다"라며 "다윈은 끊임없이 다른 학자에게 편지를 보내 이론을 검증받았다. <종의 기원>은 6번 개정됐는데,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내용이 확확 바뀌었다. 다른 사람들의 비판과 충고를 모두 반영해서 새로 쓴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윈의 이론은 다양성을 설명하는 이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생 생물학을 공부하며 거의 모든 문제를 다양성으로 풀어냈다. 다윈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인간을 철저히 겸허하게 만든다는 것"이라며 "법학에도 다윈의 이론을 접목할 수 있다. 저는 법이 생물학을 품으면 따뜻해질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다양한 사회가 훌륭한 사회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별로 그렇지 못하다. 회사에서도 한목소리로 일사불란하길 원하고 다양하면 정신 사납다고 싫어한다. 자연은 다양해지고 있는데 인간은 역행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최 교수는 '전문성 강화를 통한 협업과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외연을 넓히는 것 중에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한 검사의 질문에는 "20년 전 국내에 통섭의 개념을 소개했는데, 만남이 있어야 발전한다. 한 우물만 파면서 다른 우물에 관심을 안 두던 시대는 지났다"며 "어느덧 우리가 오래 사는 동물이 됐고, 배움의 기회가 많아졌다. 모든 걸 박사학위 수준으로 배울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과 대화 가능한 수준이 돼 깊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숙론'을 할 줄 알게 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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