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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기획/조손가정] (1) “얼굴 모르는 엄마가 보고 싶어요”

[가정의 달 기획/조손가정] (1) “얼굴 모르는 엄마가 보고 싶어요”

기사승인 2020. 05. 1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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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희재(가명)는 어릴 때부터 엄마 얼굴을 몰랐다. 희재는 희재의 부모가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갑작스럽게 이 세상에 오게 됐다. 희재의 부모는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됐고, 희재가 채 자라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다. 희재는 어쩔 수 없이 할머니 손에서 크게 됐다. 학교에서도 친구가 별로 없는 희재는 집에 오기가 싫다. 이미 지난해부터 강아지 한 마리만 키우자고 할머니를 조르고 있지만 할머니는 대답없이 하루종일 누워만 계신다.

부모님과 자녀들이 유난히 더 생각나는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버이날과 어린이날, 부부의날 등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정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날들이 많지만, 나이 많은 조부모가 어린 손자녀를 돌보며 살아가야 하는 조손가정에서는 이런 평범한 행복도 남의 얘기다.

무엇보다 신체 활력이 떨어지는 조부모들은 스스로를 돌보기에도 벅차다. 더욱이 나이가 들면서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되고, 늘어가는 의료비는 경제적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어린 손자녀들도 자신들을 돌보는 손길이 절실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교육수준이 곧 경쟁력인 시대에서 조손가정 청소년들은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 채 일탈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바로 기회의 불평등으로 나타나고 미래 인재의 질적 수준을 낮추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각종 조사에서 조손가정이 가장 시급하게 돌봄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18년 기준 조손가정은 전국에 11만3297가구다. 또 조손가정에서 생활하는 18세 미만 아동 및 청소년은 총 5만9183명이다. 연령별로 5∼9세 아동이 1만8076명으로 가장 많고, 10∼14세 1만5715명, 0∼4세 1만4216명, 15∼17세 1만1176명 순이다. 2년의 시간이 지났음을 감안해도 4만명 가까이가 초등학교 학령 이하의 ‘어린이’인 셈이다.

조손가구 형성 원인은 부모의 이혼, 가출, 사망 등이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010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부모가 손자녀의 양육을 맡게 된 이유는 ‘부모의 이혼 및 재혼’이 53.2%였고 ‘부모의 가출 및 실종’이 14.7%, ‘부모의 질병 및 사망’이 11.4%, ‘부모의 실직 및 파산’이 7.6%로 조사됐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올해 5월 조손가정에 대한 복지체계를 점검하기 위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손가정은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기준 조손가정의 78.3%는 연 소득이 1000만∼5000만원이고, 1000만원 미만인 조손가정도 6.9%에 달한다. 전체 조손가정의 85%가량이 연 소득 5000만원 미만이다.

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8년 발표한 ‘아동종합실태조사(한부모와 조손가구를 하나의 범주로 분류·조사)’에 따르면, 한부모·조손가구의 월 가구 근로소득(평균 221만5000원)은 일반가구(413만7000원)의 절반가량에 그쳤다. 일반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총 260만원이지만, 한부모·조손가구의 경우 이보다 낮은 164만8000원으로 조사됐다.

복지혜택을 최우선으로 받아야 할 조손가정이지만 오히려 복지혜택과는 가장 거리가 멀다. 소년소녀 가장 가구나 독거노인 가구는 대부분 기초생활보호대상으로 지정돼 정부의 복지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조손가정은 보호자가 있다는 이유로, 같이 거주하지도 않는 부모가 있다는 이유로 복지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다.

조손가정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그들을 더욱 위축되게 한다. ‘아이들은 엄마가 돌봐줘야 한다’, ‘조부모 손에 자란 아이는 버릇이 없다’ 등 편견 가득한 시선은 조손가정을 더욱 음지로 몰아넣으며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게끔 만들고 있다.

아시아투데이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도 복지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조손가정의 실태와 대책을 짚어보며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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