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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삼성 따라하기 시작, 두려워 해”...이병철-스티브 잡스 운명적 만남

“애플, 삼성 따라하기 시작, 두려워 해”...이병철-스티브 잡스 운명적 만남

기사승인 2020. 03. 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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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부상' 저자 케인 "애플, 삼성의 점진적 혁신 결과 따라하기 시작"
"팀 쿡 애플 CEO 물러날 것...애플 보고서 '삼성 두려워 해'"
이병철 "잡스, IBM 대항 유일한 인물", 잡스 "삼성, 최고 회사 될 것"
삼성의 부상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된 ‘삼성의 부상(Samsung Rising)’을 쓴 제프리 케인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 한 한국식 제과점에서 아시아투데이 등과 만나 ‘애플이 삼성을 따라 하기 시작했고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진=워싱턴 D.C.=하만주 특파원
‘애플이 삼성을 따라 하기 시작했고 두려워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된 ‘삼성의 부상(Samsung Rising)’을 쓴 제프리 케인의 말이다.

이코노미스트·월스트리트저널(WSJ)·타임 등 유력 매체의 특파원 출신으로 한국에서도 5년 동안 근무했던 그는 이 책을 쓰는 데 10여년이 걸렸고, 400명의 국내외 인사들을 인터뷰했다고 말했다.

이 책은 부제가 ‘애플을 물리치고 기술(Tech) 정복에 착수한 한국 거인의 내부 이야기’인 것처럼 40년 전 후진국 한국에서 설탕·제지·비료 등을 생산하던 삼성이 세계 최고 기술 기업이 되는 과정, 그리고 애플과의 경쟁과 협력 등을 다루고 있다.

저자와의 만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병) 사태로 음식점 등이 문을 닫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 한 한국식 제과점에서 이뤄졌다.

제프리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된 ‘삼성의 부상(Samsung Rising)’의 저자 제프리 케인./사진=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애플의 삼성 따라하기...“애플, 삼성 두려워해”...“팀 쿡 애플 CEO 물러나는 듯”

저자는 삼성과 애플의 관계에 관한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삼성 대(對) 애플’의 관계에서 흥미로운 점은 삼성이 더 많은 다양성의 휴대폰을 더 많이 만들기 시작하면서 애플이 사실상 삼성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며 “애플이 최초의 아이폰을 발명했지만 삼성은 더 큰 화면, 방수 기능의 휴대폰을 만드는 점진적인 혁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시간의 경과에 따른 작은 혁신으로 제품을 만드는 삼성의 접근 방식”이라며 “애플이 삼성이 실제 많은 발전을 했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는 것 같다”고 전한 뒤 자신이 본 애플 내부 보고서는 애플이 삼성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이 더 많은 휴대폰을 판매하고, 작은 화면부터 갤럭시노트나 태블릿 등 대형화면까지 더 다양한 옵션을 제공, 소비자들에게 더 적합한 맞춤을 제공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의 부상
◇ “안드로이드폰 사용자, 아이폰 사용자보다 스마트·창의적이라고 스스로 생각”

아울러 삼성이 내부 시장조사를 한 결과 미국에서 삼성 등 안드로이드폰 사용자가 자신들을 아이폰 사용자보다 더 스마트하고 창의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저자는 말했다.

삼성은 애플 사용자들을 스티브 잡스를 사랑하는 추종자로 보고, 소비자들이 스티브 잡스의 과대광고를 따르지 않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기기를 제공하려고 힘을 쏟았다는 것이다.

◇ 70대 이병철 삼성 회장과 28세 스티브 잡스의 운명적 만남...이병철 “잡스, IBM 대항 유일한 인물”....잡스 “삼성, 최고의 회사 될 것”

저자는 삼성과 애플의 관계가 ‘공생적 파트너십’이라며 이는 1983년 70대 이병철 초대 삼성회장과 28세 스티브 잡스의 운명적 만남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스티브 잡스는 1983년 애플 경영진 대표단과 함께 삼성을 방문, 이병철 회장과 면담하면서 태블릿 컴퓨터를 만들기 위한 구상을 설명한 후 삼성이 앞으로 디스플레이·메모리·반도체 등 태블릿의 모든 부품을 만드는 최고의 회사가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저자는 전했다.

아울러 이병철 회장도 임원들에게 스티브 잡스가 당시 큰 지배적인 회사였던 IBM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스티브 잡스는 해고됐다가 1997년 복귀했고, 2005년 황창규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과 만나 애플 제품에 대한 삼성의 부품 공급 계약을 맺게 된다.

저자는 “삼성이 아이팟과 아이폰을 가능하게 했는데 이는 애플이 초기 스마트폰에 잘 작동하는 칩을 찾기 못했었기 때문”이라며 “황창규 팀이 2007년 첫번째 아이폰이 나오기 전 마지막 순간에 칩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과 애플은 전문 분야를 가지고 있어 협력을 해야 하지만 싸우기도 한다”며 “이는 마치 키스하고 싸우는 불행한 기혼 커플과 같다”고 덧붙였다.

◇ “이건희 회장, 세계 변화 공부, 삼성 ‘최고’될 것 예견...이건희 회장, 변화 요구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회사 되지 못했을 것”

이건희 삼성 회장에 대한 저자의 평가도 후한 편이다.

그는 “형사적 유죄선고와 스캔들에도 불구, 전직 삼성 임원들은 이건희 회장에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며 1980·90년대에 삼성이 지금처럼 최고가 돼 전 세계 모든 대기업이 한국에 와 직접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건희 회장은 이를 알았던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명이었다”며 “그는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면서 독서와 영화 감상을 하고, 세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공부했기 때문에 이를 미리 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삼성이 모든 것을 모든 것을 바꿔야 하고, 그래야 훌륭한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며 “만약 이건희 회장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삼성은 오늘과 같은 주요 회사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 기업문화 ‘톱다운 방식 군사식’...창의적 사고 필요 소프트웨어에 부적합”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삼성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는 삼성의 기업문화가 ‘톱다운 방식의 군대식’이라며 이는 하드웨어 생산에는 적합하지만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소프트웨어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삼성 내부에서도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스타트업 삼성’을 주창하고 기업문화 개혁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결국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기존 전통으로 되돌아갔다고 저자는 아쉬워했다.

저자는 “삼성은 모든 것을 만들고 소프트웨어가 소통하는 생태계 회사가 되려고 노력했는데 내부적으로 소프트웨어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식했다”며 “이는 소프트웨어 과정에 하드웨어 과정과 문화를 적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삼성은 최근 소프트웨어 부문에서의 경쟁력 저하는 다른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보완하면서 삼성 갤럭시 만의 길을 찾아가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 삼성, 하드웨어 생산에 집중한 배경...구글의 견제?

저자는 삼성이 하드웨어 생산에서 독립된 ‘미디어 솔류션 센터’를 세우고 소프트웨어 생산을 본격화하려고 했을 때 구글이 임원을 보내 ‘구글이 안드로이드·운영체계(OS)·구글 뮤직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이 소프트웨어에 너무 깊이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고, 모토로라를 인수, 휴대폰을 생산해 삼성과 직접 경쟁하려 했다가 삼성과 ‘합의’를 본 후 모토로라에서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합의’는 외부에서 볼 때 구글이 하드웨어에서 손을 떼고, 삼성도 소프트웨어에서 철수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를 반영하듯 구글은 지날 2월 1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삼성전자 신형 갤럭시 스마트폰 언팩(공개) 행사를 앞두고 새로운 버전의 안드로이드를 선보일 것이라고 예고하는 등 삼성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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