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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 맞은 ‘배철수의 음악캠프’, “청취자 없었으면 불가능했죠”

30주년 맞은 ‘배철수의 음악캠프’, “청취자 없었으면 불가능했죠”

기사승인 2020. 03.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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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수의 음악캠프’ 배철수 /사진=MBC
MBC 라디오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이하 음악캠프)는 1990년 3월 19일부터 방송을 시작해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팝 음악전문 프로그램이다. 2010년에 20주년, 2015년엔 25주년을 맞이했고 2017년 8월 3일에는 연속방송 최초로 10000회를 맞이하기도 했다. ‘최초의 기록’도 많다. 배철수는 최장수 단일 DJ의 기록을 세웠고 임진모 평론가는 최장수 게스트, 김경옥 작가는 최장수 작가, 국내 라디오 중 280팀이라는 최다 해외 아티스트 출연 등의 기록을 갖고 있다. ‘음악캠프’는 청취자들의 인생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DJ 배철수에게도 ‘음악캠프’ 자리는 크다. 30주년이 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젠 ‘음악캠프’를 빼놓고 무언가를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30주년이 올 수 있었던 건 스스로가 잘해서도 아니고 제작진의 힘으로만 일군 것도 아니었다. 함께 해준 청취자 덕분이었다.

배철수는 최근 진행된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벌써 30주년이 된 게 믿어지지 않는다. 너무나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시고 이런저런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으니 쑥스럽기만 하다”면서 “처음 ‘음악캠프’를 시작할 땐 제가 잘 해서 잘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30주년을 올 수 있었던 건 청취자가 없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저는 별 거 아니다. 청취자들이 최고다.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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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수의 음악캠프’ 임진모 평론가 /사진=MBC
배철수와 함께 해온 임진모, 김경옥 작가는 배철수에게 남다른 고마움을 전했다. 임진모는 “제가 ‘음악캠프’를 계속 해올 수 있었던 건 배철수의 매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매력이 30주년을 오게 한 거라고도 생각한다. 어떤 사람을 사랑하면 식을 수도 있고 호감도 바뀔 수도 있는데 매력은 그렇지 않다. 저도 ‘음악캠프’를 24년째 하고 있지만 지루하지 않다.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게 지루함인데, 배철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배철수는 느티나무 같은 사람이다. 30년을 해올 수 있었던 건 입지가 훌륭해서라고 생각한다. 제가 잘해서라기보단 좋은 자리에서 좋은 입지를 다진 것이다. 그것과 같은 맥락으로 배철수는 제 옆에서 입지를 다져준 느티나무다. 저는 느티나무 옆에서 30년을 잘 보내왔다”고 전했다.

임진모는 김경옥 작가의 역할도 한 번 더 짚어줬다. 그는 “아무리 달변의 소유자라도 대본이 비슷한 게 반복되면 부담감을 느끼고 무질서할 가능성이 크다. DJ의 그런 혼란을 잡아주는 게 오프닝 멘트다. 그런 측면에서 김 작가의 역할은 엄청나다. 라디오 프로그램이 자리 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DJ의 기량 같지만 정신적이고 인문적인 측면을 잡아주는 건 작가다. 김 작가는 그런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배철수는 30주년의 공을 MBC 라디오에게도 돌렸다. 그는 “MBC 라디오와 많은 PD들, 구성원들이 저에게 큰 기회를 준 거다. ‘음악캠프’는 제가 너무 많은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데 사실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그 재량을 PD들 덕분에 펼칠 수 있었다. 30여 명 가까이 ‘음악캠프’를 지나간 PD들에게 감사하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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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수의 음악캠프’ 김경옥 작가 /사진=MBC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30주년 기념 첫 프로젝트로 2월 17일~21일 영국 BBC 마이다 베일 스튜디오에서 ‘Live at the BBC’ 특별 생방송을 진행했다. 오는 3월 26일과 4월 2일, 2회에 걸쳐 방송되는 3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더 디제이’에서는 더욱 깊은 이야기가 담길 예정이다. ‘더 디제이’ 연출을 맡은 조성현 PD는 “배철수는 카메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다큐를 촬영하면서도 ‘찍지 마’를 15회, ‘연출하지 마’를 8회나 말했다. 라디오가 적합한 사람”이라면서 “배철수 씨가 처음엔 1년을 버티려고 했다더라. 그래서 어떻게 30주년을 오게 된 건지를 살펴봤다. 생각지도 못한 감동 포인트들이 있더라. 30년간 지켜온 원칙이 장수의 이유인 것 같더라. 다큐를 찍다보면 피사체를 오래 지켜보고 실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엔 그런 적이 없다.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록밴드 송골매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배철수는 ‘음악캠프’를 하기 전까지도 록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배철수는 “록음악만 최고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음악캠프’를 시작하고 청취자들이 계속 히트곡을 신청해오니까 억지로라도 음악들을 듣기 시작했다. 계속 듣다 보니 음악에서 장르라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걸 느꼈다”며 “컨트리 음악과 힙합은 거리가 정말 멀지만 최근 ‘올드타운 로드’ 같은 곡은 컨트리와 힙합이 컬래버된 음악이다. 우리나라 가요계도 최근 트로트 열풍이 불고 있다. 지금은 음악에 대한 편견이 없다. 오히려 대중들이 현명하다는 생각을 한다. 대중들이 한 쪽으로 기울다가도 좀 긴 호흡으로 보면 대중들의 판단이 옳다는 걸 깨닫는다”고 변화한 음악관에 대해 설명했다.

국내 음악시장에서는 예전만큼 팝시장이 크지 않다. 오히려 K팝의 발전과 동시에 다양한 음악이 대중들의 선택을 받는다. 팝 음악에 집중해온 ‘음악캠프’의 정체성에도 영향이 있을 거라는 기우도 존재했다. 이에 대해 임진모는 “팝시장이 살아났다가 가라앉는 현상은 반복되고 있고 기본적으로 예전보다 위축된 건 분명하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음악은 팝과 한 배를 탄 느낌이다. 팝은 우리 가요가 질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캠프’도 비례했다. 팝시장에서 ‘음악캠프’의 위상은 막강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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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순탁 작가(왼쪽부터), 배철수, 임진모 평론가, 김경옥 작가, 김빛나 PD, 조성현 PD /사진=MBC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음악캠프’를 다녀갔다. 그 중 배철수는 세상을 떠난 해외아티스트 딥 퍼플의 존 로드를 다시 초대하고 싶다고도 했다. 배철수는 “어떤 분을 초대하든 그 분은 소중한 손님이다. 그분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런 분위기가 많은 분들을 초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며 “우리 프로그램에 와준 거장들에게 많은 걸 배웠다. 어떤 분야든 성공한 분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성공의 이유를 알게 된다”고 말했다.

30주년을 지나온 ‘음악캠프’는 이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 배철수 역시 지금껏 해왔던 대로 ‘음악캠프’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라디오는 6개월마다 개편을 한다. 이번에 ‘음악캠프’도 개편을 하게 되면 6개월의 시간이 더 주어지는 거다. 그럼 계속 재밌게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배철수는 “제가 록밴드로 시작을 했으니 끝맺음도 록밴드로 맺고 싶다. 구창모 씨와 송골매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 중이다. 모든 일은 ‘음악캠프’가 30주년을 맞는 19일 이후로 미뤘다”고 전했다.

배캠30th 포스터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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