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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넬 “방송출연 없이 공연장 채우는 우리, 자부심 있죠”

[인터뷰] 넬 “방송출연 없이 공연장 채우는 우리, 자부심 있죠”

기사승인 2019. 10. 2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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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오분 뒤에 봐'를 발매한 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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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2019년은 밴드 넬(김종완 이재경 이정훈 정재원)이 결성된 지 20주년을 맞는 해다. 아이돌 그룹이 무수히 쏟아지고 색깔이 다른 싱어송라이터들의 계속 되는 등장이 있었지만 넬은 자신들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왔다. 두터운 팬층은 아이돌 부럽지 않을 정도다.

그런 넬의 20주년은 정작 본인들에겐 특별하지 않다. 해오던 대로 음악을 만들고 대중들과 팬에게 앨범을 공개했다. 최근 공개된 8번째 미니앨범 ‘COLORS IN BLACK(컬러스 인 블랙)’은 검정색이라고 느껴지는 감정에도 여러 색깔이 있다는 영감을 시작으로 시작한 앨범이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오분 뒤에 봐’를 비롯해 ‘클리셰(Cliche)’ ‘무홍’ 등 총 9곡이 담겼고 전곡을 김종완이 만들었으며 넬 멤버들이 편곡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넬은 “‘블랙’은 우리가 흔히 어두운 감정, 슬픔과 좌절감, 우울함 등을 표현하는 색이다. 하지만 그 어두운 감정 속에도 여러 색깔이 있다고 느껴졌다. 본래 ‘검정색’에 관한 앨범을 만들고자 했는데 태국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함께 멤버들과 지내며 만들다보니 색깔이 있는 검정으로 곡을 만들게 됐다”며 앨범 뒷이야기를 전했다.


“사실 2년 전쯤에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짜 어두운 앨범을 만들어보자 했어요. 그러다 태국에서 지내면서 음악적 색깔이 좀 바뀌게 됐지만 사실 그렇게 밝은 앨범도 아니에요. 하지만 그것 역시 듣는 사람의 몫이겠죠. 음악은 강요하거나 딱 하나로 짚어서 이야기하라 순 없으니까요. 가사는 사운드들과 대비되는 부분이 있어서 앨범을 듣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타이틀곡 ‘오분 뒤에 봐’는 연중행사로 변해버린 친구들과의 만남에 대한 아쉬움을 가사로 표현했다. 넬 특유의 섬세하고 몽환적인 사운드가 담긴 이 곡은 기존 팬들의 만족도를 높이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10대 혹은 20대 때 자주 만나던 친구들을 지금은 1년에 한두 번 보게 되더라고요. 자연스러운 변화겠지만 그런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졌어요. 어쩌면 앞으로 20번, 혹은 10번밖에 못 볼 수도 있죠. 과거의 시간이 그리워지는 마음을 담아 탄생한 곡이에요. ”

앨범 수록곡들은 굉장히 확실한 개성을 가진 가사가 담겼다. 전반적인 곡들의 색깔은 넬의 팬이라면 신선하지만 익숙하게 받아들일 법하다. 그러나 아름다움에 대한 슬픔을 담은 ‘무홍’이나 강박을 즐기자는 내용이 담긴 ‘일기오보’, 꿈속에서라도 꿈을 꿔보자는 ‘꿈을 꾸는 꿈’ 등의 수록곡들은 넬 특유의 독특한 발상이 담겼다.

“부정적인 감정을 딱 하나로 짚긴 어려워요. 뭐가 됐든 끝은 항상 같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요. 엔딩이 정해진 삶을 사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과정은 즐거울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이야기들이 이번 앨범에도 담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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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독특한 발상에서의 신선함도 있겠지만 위로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넬은 위로를 위한 음악을 만들기보단 듣는 사람에 따라 위로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믿었다.

“누군가에게 저희의 음악이 위로나 힘이 되는 건 너무나 기쁘고 보람 있는 일이에요. 사실 우리의 음악은 듣는 사람들이 기운을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쓴 곡은 아니었어요. 만약 그런 이야기가 쓰고 싶었다면 팀에 관한 이야기를 했겠죠. 우리의 앨범은 멤버들이 서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일 수도 있고 넬이 넬로서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듣는 사람에 따라 위로나 공감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너무나 좋을 것 같고요.”

20주년을 맞은 넬은 꽤 덤덤했다. 이정훈은 “네 멤버가 모두 기념일에 대해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팬들이 알려주시고 회사 분들이 알려주셔서 알았다”고 말했다.

“저희는 음악을 하고 있으면 동료지만, 그렇지 않을 때엔 친구에요. 그것이 함께 오래 할 수 있었던 이유 같아요. 개개인이 가장 뛰어난 뮤지션은 아닐 수 있지만 넷이 최선을 다 해 음악을 만들고, 인생에 다른 걸 포기하고 음악을 1순위로 놓고 한다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순수한 믿음을 갖고 있어요. 그러한 희생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어요. 저희 네 명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음악을 순수하게 좋아해요.”

결성 20주년이 된 넬에게 가장 큰 칭찬은 ‘넬처럼 되고 싶다’는 후배들의 이야기다.

“후배들이 가끔 ‘부럽다’ ‘넬처럼 되고 싶다’고 말할 때 굉장히 뿌듯해요. 저희는 시작할 때 딱히 롤모델이 없었어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가 잘해왔구나’라고 느껴져요. 음악의 힘도 느끼고요. 저희가 방송을 하지 않고도 음악만으로 공연장을 채울 수 있고 계속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자부심이 있는 편이에요.”

마지막으로 넬은 3년 2개월 만에 발매된 이번 정규앨범에 대해 “현실을 잊고 들어줬으면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요즘은 시대가 너무도 빠르게 지나가요. 정규 앨범을 들으려면 대략 50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해요. 온전히 하나의 앨범을 듣는데 시간을 쓰는 게 어려워진 세상이죠. 그럼에도 이 앨범을 듣는 분들이 있자면 잠시 현실을 잊고 온전히 음악을 들으며 여유를 가졌으면 해요. 그렇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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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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