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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발급 때 조현병 숨기면 속수무책…“안전 위해 기관 간 정보 공유 필요”

운전면허 발급 때 조현병 숨기면 속수무책…“안전 위해 기관 간 정보 공유 필요”

기사승인 2019. 06. 1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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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 숨길 시 알 수 있는 방법 전무…법률 재·개정 등 시스템 정립 필요"
조현병 면허
시민들이 운전면허 응시원서를 작성하고 있다. /김서경 기자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의 운전면허 발급 시 정신 병력 확인이 형식에 그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현재 운전면허시험장을 관리하는 도로교통공단은 면허 신규·재발급 시 작성하는 응시원서에 ‘질병·신체에 관한 신고서’를 두고 있다. 신고서에는 치매·조현병(정신분열증) 등 정신질환 뿐 아니라 청력·색채식별 여부(적색·녹색·황색의 구별) 등이 적혀 있다.

이는 응시자가 직접 신고하는 것으로 해당 사실을 숨길 경우 면허 발급권이 있는 경찰청과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도로교통공단이 응시자의 병력을 파악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도로교통공단
서울의 한 운전면허시험장에서 본 신체검사서로 ‘해당사항 없음’에 색연필이 그어져 있다. /김서경 기자
실제 지난 4일 오전 조현병 환자가 몰던 승용차가 대전~당진고속도로에서 역주행, 마주 오는 승용차와 정면 충돌하는 사고로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신 병력 신고를) 개인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상황에서 난 사고라고 말하고 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의거, 정보 공유에 제한이 있어야 하나 국민의 교통안전을 위해서라도 정신병이나 치매 등 도로에서 꼭 필요한 건강정보를 해당 기관에 최소한으로 제공하는 법률 재·개정 등 시스템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질환으로 병원 입원·요양등급 판정 기록의 경우 기관에 통보되나 아주 특수한 경우 현재 응시자가 취득 단계에서 병을 숨길 시 기관이 알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며 “제3자에게 개인 정보가 제공되는 것인데다 민감한 정보라서 기관 간 공유가 안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내 중증정신질환자로 등록된 사람은 △2017년 1만1871명 △2018년 1만377명 △2019년(4월 기준) 1만536명이다. 하지만 경찰과 전문가들은 치료를 중단한 이들을 포함해 실제 환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가에 집계된 정신질환자 중 치료를 중단한 이들도 상당수”라며 “제2, 제3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이들의 면허를 일정 부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56조에 따라 교통사고 유발자의 정신질환 여부가 전문의 진단서나 입원 경력 등으로 상당 부분 인정될 때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등록,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경찰청이 지난 2017년 11월 발표한 2016 범죄자 범행시 성별 정신상태에 따르면 전체 교통범죄 약 55만건 중 △정신이상 74건 △정신박약 16건으로 집계됐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적성검사 응시 원서를 10년간 보관하나 개별 항목에 대한 통계를 내지는 않는다”며 “인권 문제가 걸린 만큼 정신질환자들의 운전을 모두 제한할 수는 없더라도 경찰청 등에서 대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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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시험장에 비치된 운전면허시험 응시원서 위임장. /김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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