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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냐 미국이냐’ 고민에 빠진 에르도안

‘러시아냐 미국이냐’ 고민에 빠진 에르도안

기사승인 2019. 05. 3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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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와 미국의 우호관계는 1947년 터키가 공산주의 세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트루만 독트린을 지지하면서 본격화됐다. 1974년 터키가 키프로스에 군사 개입을 하면서 한 때 냉담한 관계가 지속된 적도 있지만 1980년 국방 및 경제 협력 협정을 맺은 이후 전통적 동맹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터키의 러시아제 군사장비 도입 문제를 놓고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 이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2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양국 갈등의 시작은 터키가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라고 할 수 있는 S-400 지대공 미사일방어체계를 구매하기로 결정하면서 비롯됐다. S-400은 몇 달 안에 러시아로부터 인도될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이 터키의 이같은 행보에 강력 반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터키는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35의 도입 역시 추진중인데, 미국은 S-400 도입과 F-35 도입은 양립될 수 없다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터키에 넘기기로 한 F-35의 초도 물량 4대의 인도를 연기한 상태. 로이터통신이 2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애리조나주 소재 루크 공군기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터키 조종사들의 F-35 훈련 프로그램을 중단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시한 선택 마감시한은 다음달. 특히 ‘미국 적대세력 제재에 관한 법률CAATSA)’에 근거, 터키가 S-400 도입을 강행할 경우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은 터키 땅에 러시아의 S-400과 F-35가 함께 있게 될 경우 S-400 레이더가 F-35를 탐지하는 기술을 갖게 돼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의 안보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의 압박에도 쉽사리 S-400 구매를 철회할 수 없는 입장이다. 또다른 강대국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미국이 제시한 선택지가 ‘F-35냐 S-400이냐’라면 러시아가 제시한 선택지는 ‘S-400이냐 시리아 이들리브냐’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수년 간 이어져 온 시리아 내전에서 터키와 러시아는 서로 다른 편을 지원했다. 러시아는 이란과 함께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정부군 편에 섰고, 터키는 반군을 지원했다. 하지만 2016년 이후 터키의 대(對)시리아 정책은 사실상 시리아와 터키의 국경지대에서 쿠르드족의 세력 확대를 저지하는데 집중됐다. 터키가 미국에 품고 있는 가장 큰 불만도 미국이 이슬람국가(IS) 퇴치를 위해 쿠르드족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

시리아 내전이 마무리된 현재 터키는 러시아·이란과 함께 시리아에서 삼각편대를 형성중이다. 만일 에르도안 대통령이 S-400 구매 계약을 철회한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공군을 동원해 시리아 반군의 마지막 거점이자 터키의 군사요새가 있는 이들리브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최근 터키가 이곳의 알카에다 연관 테러단체들을 제대로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터키가 이들리브 인근의 통제권을 확보한 것은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이는 러시아의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말로 미국과 적대하게 된다면 이는 터키의 나토 회원국 자격 논란이나 F-35 도입 실패로 끝날 문제가 아니게 된다. 최근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 붕괴된 리라화의 가치 등 터키가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음을 감안하면 미국과의 갈등 상황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입지를 매우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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