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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NYT “트럼프-김정은 상대 오판” WSJ “북미 눈높이 달랐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NYT “트럼프-김정은 상대 오판” WSJ “북미 눈높이 달랐다”

기사승인 2019. 03. 0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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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트럼프, 북 수용 어려운 일괄타결 요구"
"김정은, 영변카드로 핵심 대북제재 해제 가능 잘못 계산"
WSJ "트럼프-김정은, 북미 간극 개인적 친분 돌파 생각"
"북 요구 일부 경제해제, 미 사실상 전면해제"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 결렬 원인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상대방의 입장을 오판했기 때문이라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분석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당초 미국과 북한의 눈높이가 너무 달랐지만 두 정상이 서로에 대한 친밀감을 내세우며 상대방의 과감한 결단과 양보에 기대를 걸었다가 결렬됐다고 전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사진=하노이 AP=연합뉴스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 결렬 원인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상대방의 입장을 오판했기 때문이라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당초 미국과 북한의 눈높이가 너무 달랐지만 두 정상이 서로에 대한 친밀감을 내세우며 상대방의 과감한 결단과 양보에 기대를 걸었다가 결렬됐다고 전했다.

NYT는 정상회담에 관여한 당국자 6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북한이 수용하기 어려운 일괄타결(그랜드바겐)을 요구했고, 김 위원장도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핵심적인 대북제재 해제를 끌어낼 수 있다고 잘못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시설을 포기하면 대북제재를 전면 해제하고 북한의 경제발전을 이끄는 제안’은 역대 미 행정부가 북한의 반대에 부닥쳤던 내용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 마이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비롯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진들은 일괄타결 방식의 비핵화 가능성을 사실상 ‘제로’로 봤지만 자신을 능숙한 협상가로 자평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도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핵심적 제재조항들을 해제하자고 요구한 것은 미국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웠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폼페이오 장관은 ‘영변만으로 합의하면 곳곳에 핵 프로그램을 숨겨둔 젊은 지도자에게 속아 넘어가는 것으로 비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북·미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간 실무협상부터 뚜렷한 시각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특별대표는 노후화된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제재완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북한에 전달는데 김 특별대표는 ‘오직 김 위원장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영변 핵시설 내부의 어떤 시설을 해체할지에 대해서도 일관성이 없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전용열차에 올라 베트남으로 향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에 탑승한 시점까지도 실무협상은 교착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영변 카드’를 내세워 5건의 대북 경제제재를 해제해달라고 요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타결로 맞섰다는 것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 1일 새벽 하노이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호텔 기자회견에서 “유엔 제재결의 11건 가운데 2016년부터 2017까지 채택된 5건, 그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일부 제재해제 요구’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미국으로서는 안보리 대북제재의 근간을 흔드는 포괄적 요구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결국 과도한 자아(ego)가 나쁜 베팅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익명의 당국자는 CNN방송에 “김 위원장은 ‘백업 플랜’이 없었다”면서 “선언문에 서명할 것으로 매우 자신있게 기대하면서 하노이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북한 대표단 역시 합의 기대감 속에 정상회담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국자는 CNN에 “북한은 영변의 모든 것을 내놓으려 했다. 공식적인 문서의 형태로 완전히 해체하려고 했다”면서 “북한은 아주 진지하게 협상에 나섰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대표단이 그 제안을 거절하고 떠났다”고 전했다.

아울러 WSJ은 이날 ‘핵 협상은 정상회담 이전에 좌초했다’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몇 주 전부터 결렬을 예고하는 틀림없는 징후들이 있었다”며 통상적으로 정상회담을 강행하지 못할 정도로 북·미 간 눈높이가 너무 달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상호 우호적인 관계를 내세우며 상대방의 과감한 결단과 양보에 기대를 걸었지만 양측 모두 “꿈쩍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측에 더 과감하게 나설 것을 요구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올인’하도록 독려했다”고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북한도 미국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들을 했다고 전했다.

전 미국 당국자는 “두 지도자의 개인적 친분만으로 좁히기에는 북·미의 간극이 너무 컸다”면서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정상회담 이전에 해결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정상회담에 앞서 기대치를 낮추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여전히 북한이 생각하는 수준과는 차이가 컸다고 WSJ은 분석했다.

북한은 2016년 3월 이후 채택된 대북 결의안의 해제를 요구했는데 미국은 광물·수산물·석탄·원유·정제유를 아우르는 제재해제를 사실상 전면해제에 해당한다고 받아들였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미국 당국자들은 계산기를 두드렸고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해제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했다”면서 북한 핵프로그램의 핵심이기는 하지만 ‘영변 핵시설 부분폐쇄’의 대가로 제공하기는 어려웠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으로서도 아직은 영변 이외의 핵시설을 해체하거나 대량파괴무기(WMD) 프로그램을 동결할 준비는 없는 것 같다면서 “분명해진 것은 북핵 이슈에서 빠른 해결책은 없다는 현실이고 북미 모두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라고 WSJ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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