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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2차 핵담판 결렬 원인, 북미 설명의 공통점과 차이점

트럼프-김정은 2차 핵담판 결렬 원인, 북미 설명의 공통점과 차이점

기사승인 2019. 03. 0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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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원인, 영변 핵시설 외 '플러스알파(+α)'
리용호 북 외무 "영변, 현 단계 가장 큰 보폭 비핵화
트럼프 "영변 폐기 대가로 '전면적' 대북제재 해제 요구", 리용호 "일부 해제 요구"
Trump Kim Summit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인 지난달 28일 오후 2시 15분(하노이 현지시간) 숙소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사진=하노이 AP=연합뉴스
미국과 북한은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놓고 첨예한 장외 진실공방을 벌였다.

양국은 결렬 원인이 미국이 요구한 영변 핵시설 외 ‘플러스알파(+α)’라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북한이 요구한 제재해제 규모를 놓고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북·미의 설명을 종합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핵 담판’ 결렬은 영변 핵시설 폐기의 의미에 대한 북·미의 평가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 트럼프-김정은 2차 ‘핵 담판’ 결렬 원인, 영변 핵시설 외 ‘플러스알파(+α)’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선언’ 채택 불발 직후인 지난달 28일 오후 2시 15분(하노이 현지시간) 숙소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전면적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면서 김 위원장이 전체를 해제하겠다고 말한 영변 핵시설과 관련, “영변 핵시설은 매우 큰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가 하는 것을 이루기에 충분치 않다”며 의미 있는 ‘+α’의 추가 조치가 있어야만 제재 문제를 손볼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보다 ‘+α’를 원했던 것 아니냐”며 미국이 영변 이외에 추가 우라늄 농축시설 등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북한이 놀랐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면서 “미사일도 빠져있고, 핵탄두 무기 체계가 빠져있어서 우리가 합의를 못 했다. (핵)목록 작성과 신고, 이런 것들을 합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북 리용호 심야 기자회견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1일 새벽(현지시간) 2차 북·미 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데 대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사진=연합뉴스
◇ ‘+α’, 강선 우라늄 농축 의심시설, 북 비공개 미사일 운용기지

미국 측이 요구한 ‘+α’는 지난해부터 미국·일본 언론이 보도한 ‘강선’ 등 우라늄 농축 의심시설과 북한의 비공개 미사일 운용기지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지난달 22일 전 청와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강성 등 최대 10여곳 안팎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평양 근교에 가지고 있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해도 북한의 핵 개발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보도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7월 미 워싱턴 D.C.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를 인용해 북한이 영변 이외에 운영 중인 우라늄 농축시설은 ‘강성(Kangsong)’ 발전소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우리 정보당국의 한 소식통은 “미국 정보기관에서 우라늄 농축시설 장소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관련 정보는 기본적으로 한·미가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은 28일 북한에는 영변 외에도 최소 2개 이상의 핵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나는 아마도 강선 부근에 위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고, 미국 블룸버그통신도 지난달 “최근의 보고서들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 의심시설 2곳을 계속 가동해왔다는 걸 보여준다”며 “한 곳은 영변 핵시설 근처에 있고, 다른 하나는 가스 원심분리기 시설로 의심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해 11월 북한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약 20곳의 ‘미신고(undeclared ) 미사일 운용기지’ 중 13곳의 위치를 확인했다며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함경남도 허천군 상남리 미사일 기지 등에 관한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US North Korea Summit Closing Yongbyon
북한 당국이 2008년 6월 27일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모습./사진=신화·AP=연합뉴스
◇ 리용호 북 외무상 “영변, 현 단계 가장 큰 보폭 비핵화 조치”

이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 10시간 뒤인 1일 오전 0시 15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숙소인 멜리아호텔에서 맞불 기자회견을 열어 “영변 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 공동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조·미(북·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 수준을 놓고 볼 때 현 단계에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회담 과정에 미국 측은 영변지구 핵시설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미국의 ‘+α’ 조치 요구가 결렬의 한 원인이었음을 확인했다.

◇ 트럼프 “영변 핵시설 폐기 해제로 ‘전면적’ 대북제재 해제 요구”, 리용호 “일부 해제 요구”

북한이 영변 핵시설 해제에 대한 대가로 요구한 미국의 상응조치인 대북제재 해제 범위에 관해서는 북·미의 설명이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전면적’ 제재해제를 요구했다고 했고, 리 외무상은 ‘일부’를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리 외무상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고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 그 중에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2016년부터 취한 (유엔의) 대조선 결의는 2270호·2375호 등 다섯 개인데 이 가운데서도 100%가 아니고 여기에서 민생과 관련된 부분만 제재를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 북 해제 요구 제재, 북 경제 타격 경제제재 결의안...미국의 대북협상 지렛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한 결의안 2270호 채택을 시작으로 같은 해 2321호, 2017년 2356호·2371호·2375호·2397호 등 6차례의 대북 경제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최 부상이 언급한 2270호는 민생 목적을 제외한 석탄·철·철광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했고, 2375호는 북한에 대한 유류공급 30% 감축과 대북 투자 및 합작사업, 의류 완제품 수출을 금지했다.

안보리의 이 같은 대북제재는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를 막고, 김 위원장의 ‘궁중경제’에도 지장을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제재가 김 위원장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며 대북 협상의 주요 지렛대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1단계 수준인 영변 핵시설 해체에만 만족할 수 없었고, (이것으로) 오랫동안 쌓아온 협상 지렛대를 놓칠 순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협상을 비판하는 민주당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의 대북제재 해제에는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북제재는 한번 해제하면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국·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사실상 되돌리기 어려운 불가역적 성격을 띤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핵 담판’ 결렬은 영변 핵시설 폐기의 의미에 대한 북·미의 평가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측은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단일 카드는 대북제재 해제와 ‘등가’가 아니라고 인식했고, 북한은 ‘부분적 제재해제’와 걸맞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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