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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닫은 명품큰손 왕서방…위안화약세·경기둔화 압박

지갑 닫은 명품큰손 왕서방…위안화약세·경기둔화 압박

기사승인 2018. 11. 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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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 및 위안화 약세 압박으로 명품 ‘큰손’ 중국인들의 사치품 구매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이는 중국 중산층의 구매력이 약해진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출처 = 스위스 컨설팅 기관 디지털럭셔리그룹(Digital Luxury Group) 산하 명품 소식 사이트 럭셔리소사이어티(luxurysociety) 홈페이지
전세계 명품 판매량의 3분의 1을 담당하던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실질임금보다는 부동산과 주식 등 금융투자로 재산을 불리던 중국 중산층들이 위안화 및 자산 가치 하락 압박을 감지하고 명품 소비부터 줄이고 있는 것.

중국 베이징 소재 정보기술(IT)기업에 종사하는 ‘화이트 칼라’ 켈리 차이 씨는 서구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애호가였지만 최근엔 그것의 반 값도 안 되는 400달러(약 44만원) 코치 핸드백조차 사지 않는다. 그는 “명품을 더 사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자녀교육에 더 신경쓰면서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이 씨는 자녀를 위해 학군 좋은 동네에 살면서 매달 2300달러(약 257만원)를 주택 대출금을 갚는데 쓰고 있다. 자녀의 개인교습 및 과외 활동비도 달마다 꾸준히 나간다. 차이 씨 같은 중산층이 명품 소비를 줄이는 것은 그 나라의 경제가 불안하다는 ‘조기 경보’라고 닛케이아시안리뷰가 최근 보도했다. 

BNP파리바그룹의 루카 솔카 명품 전문 애널리스트는 “중국 소비자신뢰지수(CCI)가 최고점에서 점점 벗어나는 것을 보고 있다”면서 “만약 하향세가 이어지고 미·중 무역전쟁이 악재로 작용한다면 결국 중국인들의 명품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경제분석조사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중국 지사의 왕단 애널리스트도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 소비자신뢰지수를 떨어트렸다”면서 “사람들은 허리띠를 졸라맸고, 고가 명품 소비 심리도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인들은 지난 10년 간 서구 명품 브랜드의 ‘큰손’ 자리를 지켜왔다. 세계 명품업계는 2012년 시진핑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반부패 캠페인으로 중국 시장에서 타격을 입었지만 2016년 말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 세계 명품 매출액은 지난해 204억 달러(약 22조8000억원)로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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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회복세도 둔화되고 있다. 우선 사치품 중에서도 건당 매출액이 큰 자동차 수요가 줄고 있다. 지난 9월 중국의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1.6% 급감하며 6년래 최대 낙폭을 보였다. 세계 최대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올해 3분기 자사 제품의 중국 판매 증가율이 전년과 비교해 10% 후반에서 10% 중반으로 떨어졌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이탈리아 고급 남성복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 역시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몇 개월 동안 중국 수요가 감소한 것을 고려해 내년 현지 매장 개점 수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 중산층 구매력이 약해진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중국 중산층의 구매력은 그들의 실질임금이 아닌 부동산이나 주식투자에서 나오는 수익과 관련 깊다. 홍콩무역발전국(HKTDC)이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산층 가정의 약 95%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월수입의 평균 26.6%를 주식이나 보험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중신은행의 랴오허 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식시장에 불안감이 여전히 존재하고 부동산 시장은 얼어있다”면서 “이 같은 상황은 중산층이 돈 쓰는 것을 더 꺼리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1월 최고치를 경신한 후 현재 30% 정도 하락했고, 경기 불황 여파로 부동산 수요가 감소하자 개발업자들은 아파트 분양가를 30%까지 내린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해외 지출 단속을 강화하고 국내 소비를 장려하고 있는 것도 세계 명품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글로벌 투자기관인 CLSA의 마리아나 코우 애널리스트는 “이 정책의 목적은 명품 관세를 피해 외국에서 물건을 사고 중국으로 들여와 웃돈을 줘서 판매하는 다이구(daigou)를 규제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큰돈 쓰는 중국인 여행객에게도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해외 여행객 1억3000만명은 지난해 현지에서 1150억 달러(약 128조5000억원)를 썼다. 중국인 명품 소비의 75%는 해외에서 이뤄진다고 글로벌 경영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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