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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4차선 도로서 무단횡단 행인 치어 숨지게 한 트럭운전사 무죄”

법원 “4차선 도로서 무단횡단 행인 치어 숨지게 한 트럭운전사 무죄”

기사승인 2018. 05. 1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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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1
4차선 도로에서 횡단보도가 아닌 차로로 무단 횡단을 하며 갑자기 뛰어든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트럭운전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운전자가 이 같은 상황까지 대비해 운전할 의무는 없다는 취지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0단독 김재근 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운전사 A씨(54)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5일 오전 8시20분께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한 도로에서 갑자기 차도로 나온 B씨(여·62)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았다. B씨는 병원에 옮겨졌지만 8일 만에 결국 숨을 거뒀다.

사고 당시 A씨는 4차선 도로의 2차로에서 좌회전하기 위해 시속 30㎞의 속도로 주행 중이었다.

그런데 길을 건너기 위해 무단횡단을 하던 B씨가 직진 차로인 3·4차로에서 정지 중이던 차량들을 지나 A씨가 주행 중인 2차로까지 들어왔다 사고가 났던 것.

B씨가 A씨의 차량에 치인 사고 지점은 횡단보도로부터 40m나 떨어져 있었다.

검찰은 A씨가 전방 주시의무 등을 위반해 사고를 냈다고 판단, A씨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운전자에게 이 같은 이례적인 상황까지 대비해 운전해야할 의무는 없다고 본 것.

교통사고와 관련해선 스스로 교통법규를 준수한 운전자는 상대방도 교통법규를 준수할 것이라고 믿고 운전하면 족하지, 상대방의 비이성적 행동이나 규칙 위반까지 대비해 운전할 필요는 없다는 이른바 ‘신뢰의 원칙’이 존재한다.

그동안 대법원은 자동차와 자동차 간의 사고에선 이 같은 원칙에 입각해 판단을 해왔지만, 자동차와 보행자와의 사고에선 원칙의 적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이번 사건처럼 보행자가 무단 횡단을 하다가 사고가 난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자동차 운전자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크다고 보고 신뢰의 원칙에 따른 판결을 내려 왔다.

재판부는 “보행자는 횡단보도로 횡단해야 하므로, A씨로서는 피해자가 3·4차로를 가로질러 다른 차량 사이로 무단 횡단할 것으로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근거로 “B씨가 3차로를 지난 때로부터 약 0.44초 만에 A씨의 차에 부딪혔는데 일반적으로 인지반응 시간에 1초 정도가 걸린다”며 “A씨가 무단 횡단하는 B씨를 발견하지 못했을 개연성이 있으며 발견했더라도 충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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