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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목적지 가리개’ 없앤 카카오택시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기자의눈] ‘목적지 가리개’ 없앤 카카오택시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기사승인 2018. 04.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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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누리
카카오택시가 새로 도입한 ‘스마트 호출’ 서비스에서 목적지 비공개 정책을 철회했다. 새로운 유료 서비스 도입 사흘 만의 일이다. 이에 기존 택시 사용자들이 ‘폐해’로 꼽아왔던 ‘승객 골라 태우는 관행’을 제한하지 못하게 되면서 실질적으로 승객들이 부담하는 ‘택시비’만 올리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이 같은 행보는 미리 예견된 일이다. ‘목적지 미공개’에 대해 카카오 측에서 해당 서비스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택시 기사들의 의견 조차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마트 호출 서비스는 승객이 1000원을 더 내면 택시 배차 성공률이 높은 기사에게 연결해주는 인공지능(AI)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가 유료인 만큼 택시 기사들이 장·단거리를 차별하는 관행을 막는다는 취지로 호출을 수락하기 전엔 목적지를 볼 수 없게 했는데, 해당 택시 기사들의 마인드(사고방식)를 읽지 못한 게 화근이 됐다.

장·단거리에 따라 수 만원을 더 벌 수 있는 만큼 택시 기사 입장에선 몇 백원의 수수료를 더 받겠다고 스마트 호출 서비스를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즉, 단거리 손님의 ‘리스크’를 감당하기보단 기존처럼 목적지를 확인하고 호출에 응해 움직이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것이다. 이에 택시 수요가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 유료 호출 서비스를 이용해도 택시 잡기 어렵게 돼 돈 주고 선택한 서비스가 ‘유명무실’하게 됐다.

서비스 수수료 도입건은 기존 발표대로 유지하면서 ‘대체적인 서비스’로 여겨지던 목적지 미공개가 사라지면서 결국 택시비만 오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역설적이게도 이번 서비스는 택시업계 조차 반대하던 정책이다. 소비자 부담 증가로 택시 수요가 줄어들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해당 유료 서비스 이용료는 택시 요금과 별개의 비용인데도 소비자에겐 요금 자체 상승으로 받아들일까 우려된다”며 세 차례나 카카오택시 유료 서비스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움직여야 할 대중교통 택시 운송비가 사기업 카카오에 의해 책정되는 셈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일각에선 카카오 측이 목적지 미공개 호출에 대한 택시기사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외면한 채 유료 서비스 내놓는 데 급급, 목적지 미공개 기능을 추가했다가 업계의 반발을 이유로 들며 이를 철회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진다. 카카오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 만큼 플랫폼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일부 유료화, 적자 손실을 만회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밀접하게 연관된 관계자들의 목소리 먼저 듣는 게 서로를 위한 ‘윈-윈’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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