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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자가 없으면 성폭력도 없다?

[칼럼] 여자가 없으면 성폭력도 없다?

기사승인 2018. 04. 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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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귀천_사진3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No Woman, No Cry”라는 유명한 노래가 있다. 오래 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자 어떤 친구가 ‘여자가 없으면 남자가 울 일도 없을 거다. 남자들이 여자 때문에 우는 거 여자들은 알까?’라는 취지의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는 “No Woman, No Cry”를 “여자가 없으면 울음도 없다”로 해석해 여자 때문에 우는 남자의 노래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로부터 한참 뒤 이 노래 제목은 그런 의미가 아님을 알게 됐다. 이 노래를 부른 밥 말리(Bob Marley)는 흑인들의 아픔, 자유와 행복을 위한 투쟁을 노래로 표현했던 자메이카의 전설적인 가수다. ‘No Cry’의 ‘No’는 영어의 ‘Don’t‘에 해당되는 자메이카어의 발음을 표시한 것이기 때문에 이 노래 제목은 ’여자여, 울지 말아요‘라는 뜻이다.

특히 이 노래는 식민지시절 외세에 의해 유린당해야 했던 자메이카 여성들과 조국을 향해 울지 말라고 위로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말하고자 하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요사이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난 것은 우리 사회에 휘몰아치고 있는 미투운동과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 ‘펜스룰’ 때문이다. 그러나 미투운동에 대해 펜스룰로 대처하겠다는 발상은 미투운동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여성들이 미투운동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학교·직장 등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권력형 성희롱·성폭력의 심각성이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은 직장 내 권력관계에서 권력을 가진 강자(주로 남성·상급자·정규직·고참)가 약자(주로 여성·하급자·비정규직·신입)에 대해 가하는 폭력이자 차별이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은 조직문화와도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직적 위계구조와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문화가 강한 조직·성차별적 관행이 만연해 있는 조직에서는 구성원 간의 성희롱·성폭력도 자주 발생되는 특징이 있다.

미투운동은 권력을 가진 자가 성적 언동을 통해 가하는 폭력과 차별에 맞서 사회적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자신이 속한 조직, 더 나아가 우리 사회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를 외면한 채 여성을 성적 대상 내지 잠재적인 성범죄의 대상으로 전제하면서 직장 내에서 여성을 배제하고 채용을 거부하는 행위는 고용 상 성차별에 해당된다.

남성입장에서는 펜스룰을 성범죄자가 되거나 성범죄자 누명을 쓰게 될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편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조직 내에 여성이 없다면 성폭력이 문제될 일도 없을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러나 전형적인 남성 중심 조직인 군대 내 성범죄의 상당수는 남성군인을 대상으로 동성 간에 발생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여성이 없다고 해서 성폭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권력형 성폭력의 가해자는 조직 내의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는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을 예방·제거하고자 한다면 여성을 밀어낼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 상호간에 인격을 존중하고 성차별 없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근본적으로는 어린 시절 성평등과 인권교육이 철저하게 이루어지도록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지금의 미투운동이 성폭력 때문에 고통받고 눈물 흘리는 여성들을 비롯해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희망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여성들이여, 울지 말아요(No Woman, No C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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