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여행] 살 꽉 찬 대게 입에 넣고, 겨울바다 절경 눈에 넣고

[여행] 살 꽉 찬 대게 입에 넣고, 겨울바다 절경 눈에 넣고

기사승인 2018. 02. 20. 11:58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경북 울진 여행
여행 톱/ 후포항 대게 위판장
이른 아침 후포항 위판장에서 열린 경매 모습. 상인들고 경매인들이 바닥에 펼쳐진 대게을 지켜보며 값을 흥정하고 있다. 설이 지나면서 살이차기 시작한 대게는 3월 중순까지 먹기 딱 좋다/ 사진=울진군


음식을 좇아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요즘 대게가 제철이다. 대게 하면 경북 울진이다. 도로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서울에서 자가용으로 4시간 가까이 달려야 닿을 수 있는 도시다. 그래도 가서 대게를 맛보면 멀리서 찾아 온 수고가 절로 잊힌다.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강원도 강릉에서는 2시간이 채 안걸리니 강릉 찍고 울진까지 내쳐 달려도 좋다.
 

여행 톱/ 후포항
울진 최남단의 후포항/ 사진=울진군


 

여행 브리핑/ 대게축제
지난해 후포항 일원에서 열리느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 사진=울진군


◇ 후포항·죽변항 대게 한가득...“설 이후부터 제맛”

크기가 커서 대게가 아니다. 다리 모양이 대나무처럼 곧다고 대게다. 울진은 전국에서 대게가 가장 많이 잡히는 도시다. 이웃한 영덕이 한발 앞서 대게를 브랜드화했다. 그래서 과거에는 대게가 ‘영덕대게’로 통했다. 요즘은 달라졌다. 대게를 그저 대게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울진대게나 영덕대게나 매 한가지다. 울진 앞바다 왕돌초(잠) 주변 해역에서 대게가 많이 잡힌다. 그런데 울진 어부가 잡아가면 울진대게, 영덕 어부가 잡아가면 영덕대게가 된다. 어쨌든 사연 많은 대게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잡는다. 설이 지나면서 살이 차고 제 맛이 든다. 특히 ‘정월 대보름이 지나면 대게는 만져보지도 말고 사라’는 말도 있다. 3월 중순까지가 딱 먹기 좋다.

어떤 대게를 고를까. 질이 좋은 대게를 그나마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색깔을 보는 것이다. 배의 색깔이 노랗고 등의 색깔이 검은 대게가 살이 많이 찬 것이란다. 삶은 대게라면 무거울수록 실한 것이다. 만약 다리가 두개 이상 떨어져 나간 대게는 상품가치가 없다.

박달대게라는 것이 있다. 대게 중에 최상품이 박달대게다. 박달나무처럼 속이 단단하게 차고 맛과 향이 뛰어나다. 배 한 척이 하루 2∼3마리 밖에 낚지 못할 만 정도로 귀하신 몸이다. 경매가도 한 마리에 10만원을 훌쩍 넘길 만큼 비싸다.

또 붉은대게라는 것도 있다. 빛깔이 대게보다 붉다. 흔히 홍게라고도 불리는데 대게의 사촌쯤 된다. 깊은 바다에서 잡히는 붉은대게는 껍질이 단단하고 짠맛이 강하다. 그래서 대게보다 값이 싸다. 그래도 제맛이 들면 대게 못지 않게 맛있다. 오히려 붉은대게만 찾는 사람들도 있다. 붉은대게 역시 늦가을부터 겨울을 지나 이듬해 봄까지 입맛 돋우는 별미로 대접받는다.
 

여행 톱/ 죽변 '폭풍속으로 세트장'
해안절벽 위에 자리잡은 드라마 ‘폭풍속으로’ 세트장. 세트장 너머로 파도가 하트모양으로 부서지는 ‘하트해변’이 보인다/ 사진=울진군
여행 톱/ 죽변등대
100년을 홀쩍 넘긴 죽변등대/ 사진=울진군


◇ 그림 같이 예쁜 해변과 등대…내달 1일부터 대게 축제도 열려

울진에서 대게로 유명한 곳은 남쪽의 후포항과 북쪽의 죽변항이다. 항구 주변으로 대게 파는 가게들이 많이 모여 있다. 이른 아침에 항구에 간다면 위판장에도 들러본다. 바닥에 펼쳐진 대게가 마치 붉은 융단처럼 이색적이다. 경매인과 상인들이 주고받는 언어와 활기찬 분위기는 도시인에게는 흥미로운 구경거리다.

후포항에서는 매년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열린다. 올해 축제는 3월 1일부터 3월 4일까지 열린다. 대게 플래시몹, 대게송, 대게춤 등 다양한 테마의 행사가 열리고 대게와 붉은대게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직판장도 들어선다.
 

여행 톱/ 등기산 스카이워크
개장을 앞둔 후포 등기산 스카이워크/ 사진=울진군


후포항 옆에 등기산(53.9m)이 있다. 해발이 낮지만 산은 산이다. 정상에 오르면 항구와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팽나무 한 그루가 운치를 더한다. 이거 배경으로 사진 찍으면 참 멋지게 나온다. 한 두달 내로 등기산 정상에 명물이 하나 들어설 예정이다. 정상에서 바다로 뻗은 ‘후포 등기산 스카이워크’다. 약 50m 높이의 전망다리가 바다로 약 135m나 뻗어있다. 다리 위를 걸으면 바다 위를 것는 것처럼 느껴진다.

죽변항에서는 죽변등대를 찾아가본다. 1910년 붉을 밝혔으니 역사가 100년이 훌쩍 넘었다. 주변은 공원으로 잘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보는 바다 풍경이 장쾌하다. 해안을 따라 산책로도 조성돼 있다. 등대 옆에는 2004년 방송된 드라마 ‘폭풍속으로’ 세트장이 있다. 해안절벽 위에 그림 같이 예쁜 집 한채가 자리잡고 있다. 드라마 종영 후에도 이 풍경이 예뻐 세트장을 그냥 뒀다. 10여년이 흘렀지만 찾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세트장 너머로 파도가 하트모양으로 부서지는 ‘하트해변’도 보인다.
 

여행 톱/ 나곡바다낚시공원
바다로 뻗은 아치형 낚시잔교가 있는 나곡바다낚시공원/ 사진=울진군
여행 톱/ 매화리벽화마을
만화가 이현세가 태어난 매화리. 마을 담장에는 그의 작품 속 장면들이 그려져 있다/ 사진=울진군
여행 톱/ 함부로애틋하게세트장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세트장/ 사진=울진군


◇ 해변 드라이브는 기분 좋은 덤…나곡 바다낚시공원·매화리 벽화마을 눈길

죽변항에서 후포항까지 이어진 해안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강추다. 장쾌한 겨울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조선 숙종이 ‘관동제일루’라는 현판을 하사한 망양정, 울창한 소나무 숲이 인상적인 월송정 등이 이 길에 부려져 있다. 특히 망양정에서 덕신리까지 구간은 바다를 바로 옆에 끼고 달린다. 울진의 전형적인 어촌마을도 구경할 수 있다. 어촌의 작은 등대, 낚시꾼들의 모습, 작은 동네 슈퍼마켓 등이 한기를 날려줄 만큼 푸근하게 다가온다.

우선 죽변항에서 북쪽으로 삼척방향으로 올라가면 북면 나곡리가 나온다. 이곳에 나곡 바다낚시공원이 있다. 해안 바위에서 바다쪽으로 아치모양의 잔교(다리 모양의 구조물)가 뻗어있다. 길이가 130m나 된다. 잔교에서 낚시를 하면 갯바위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 잔교와 전망대 등을 연결해 공원으로 조성한 것이 바다낚시공원이다. 낚시에 관심 없어도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잔교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낚시공원 이용료는 5000원, 관광객 입장료는 1000원이다. 바다낚시공원에서 ‘함부로 애틋하게’ 세트장이 가깝다. 김우빈과 배수지가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로 지난해 방영돼 인기를 얻었다. 세트장이 김우빈의 집이었다.

망양정에서 가까운 매화리 벽화마을도 재미있는 곳이다. 매화리는 만화가 이현세가 태어난 곳이다. 매화면사무소에서 복지회관까지 약 250m 담장에 그의 만화 속 장면들이 그려져 있다. ‘공포의 외인구단’의 주인공 ‘까치’와 영원한 라이벌 ‘마동탁’도 볼 수 있고 ‘아마겟돈’ ‘남벌’ ‘블루엔젤’ ‘천국의 신화’ 등의 장면들도 만날 수 있다. 마을에는 누구나 만화책을 볼 수 있는 매화 만화도서관도 있다. 만화 500여권과 책 500여 권 등이 갖춰져 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