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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놓은 산은, 한국GM 사태 늦장대응에 ‘책임론’

손 놓은 산은, 한국GM 사태 늦장대응에 ‘책임론’

기사승인 2018. 02.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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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문제를 두고 또 다시 자회사 관리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GM의 지분 17%가량을 보유 중인 2대 주주 산은이 주주권 행사를 통한 경영 감시를 제때 하지 못해 이런 사태가 초래됐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한국GM이 주주감사에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산은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19일 산은에 따르면 한국 GM과 산은은 실사 시기와 범위·방법 등을 정하기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이번 실사는 정부와 산은이 한국GM의 경영상황을 확인하고 GM 본사와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한국GM의 철수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적자가 시작되고 본사 차원의 글로벌 사업 재편이 본격화된 2014년부터다. 이후 3년 동안 한국GM의 누적 적자는 2조원 가까이 불어났으며 작년 자본잠식 단계에 접어들었다. 유럽 철수로 한국GM도 큰 타격을 받은 탓에 수출은 더 급감했다. 게다가 노사 갈등, 제임스 김 사장의 중도 사임까지 겹치면서 철수설은 지난해부터 다시 고개를 들었다.

산은도 한국GM의 국내시장 철수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일찌감치 감지해왔다. 산은이 작년 7월 자체적으로 작성한 ‘한국GM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GM의 대내외 경영여건 지속 악화와 해외철수 분위기, 대표이사 중도 사임 등을 근거로 철수 징후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분 처분제한 해제 시점이 임박한 것도 문제로 지목했다. 산은은 2002년 대우자동차를 GM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채권단 대표로 출자에 참여한 후 작년 10월까지 15년 동안 GM이 보유 지분을 팔지 못하게 하는 자산처리 거부권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도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산은의 책임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회계장부 열람권, 회사의 업무와 재산상태를 조사하기 위해 법원에 검사인 선임을 청구할 수 있는 주주권 행사 방안이 있음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산은은 한국GM 이사 10명 중 3명의 추천권을 갖고 있었지만 한국GM의 사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경영자료 역시 그간 받아보지 못한 점도 산은의 경영관리 능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실사 협의와 동시에 고금리 대출 의혹과 납품 가격, 과도한 연구개발(R&D) 비용 의혹 등을 소명할 세부 자료를 요청했으나 ‘늦장 대응’이라는 질타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경영 견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책임을 GM 측에 돌리고 있는 태도도 문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현재 3명의 사외이사가 한국지엠 내부에서 여러 요구를 했지만 지분율 17%를 가진 소수주주에 불과해 대주주인 GM의 일방적인 결정을 견제하지 못했다”며 “GM의 일방적인 자료 통제와 비협조적인 행태로 정확한 사실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GM측에서 미국과 한국의 통상관계 등을 볼모로 산은의 주주권을 우회적으로 압박해온 점도 문제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산은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작년에 딱 한번 자료제출을 요청했던 것 외에는 그간 주주로서의 권리 행사에 팔을 걷어붙인 적이 없었던 만큼 허수아비 주주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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