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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선거 앞둔 동남아 ‘스트롱맨’들…“경쟁자는 이미 제거됐다”

2018년 선거 앞둔 동남아 ‘스트롱맨’들…“경쟁자는 이미 제거됐다”

기사승인 2018. 01. 1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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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BODIA KHMER ROUGE VICTORY DAY <YONHAP NO-5250> (EPA)
사진출처=/EPA
올해 선거를 앞둔 동남아시아의 ‘스트롱맨(독재자)’들이 일찌감치 정적을 제거해 놓은 채 다가오는 선거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미국 온라인매체 쿼츠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동남아 가운데 캄보디아·태국·말레이시아가 올해 각각 총선을 앞두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권위주의가 확산되는 와중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한가지 큰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스트롱맨’들의 정적들이 이미 제거된 후에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아시아의 스트롱맨들은 자신의 경쟁 후보가 될 수 있는 특정 야당 지도자를 타깃으로 한 명령을 내리거나 혹은 야당 자체를 쓸어내버리는 방법을 이용해 자신의 지위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민주적 절차에는 신경쓰지 않고 대중의 인기만 얻으면 계속해서 집권할 수 있다는 포퓰리즘이 이 지역 스트롱맨들의 권위주의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고 있다고 동남아 문제 전문가인 토마스 페핀스키 코넬대학교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가난·범죄·정체성으로 인한 국민 갈등·정치적 불안정 등을 해결하는 데 약점이 있다는 생각이 자리잡으면서 반자유주의적인 정책들의 인기가 국민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동남아시아 지역 지도자들에게 민주주의나 인권 문제 개선을 비판하거나 요구하는 경우가 줄어든 것도 이러한 스트롱맨들의 부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함께 이 지역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또 하나의 강대국인 중국 역시 동남아의 민주주의 여건에는 전혀 개의치 않은채 막대한 경제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등 아시아의 스트롱맨들을 웃게 하는 부분이다.

우선 오는 7월 29일 총선이 예정된 캄보디아의 경우를 살펴보면 훈센 총리의 재집권 가도를 가로막을 정적들은 이미 지난해 거의 다 제거됐다고 할 수 있다. 캄보디아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제1야당인 캄보디아 구국당(CNRP)의 해산을 명령했다. 대법원은 CNRP가 외국인들과 결탁해 정권을 전복하려 하는 ‘컬러 혁명’을 도모했다면서 정당을 해산하고 지도부 118명에 대한 정치활동을 평결일부터 향후 5년간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앞서 캄보디아 검찰은 켐소카 CNRP 대표를 지난 9월 반역죄로 구속한 바 있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구금 중이다. CNRP의 다른 지도자들은 모두 해외로 도피한 상태다.

훈센 정부는 캄보디아의 자유 언론들도 모두 해체시킬 기세다. 영자신문 캄보디아데일리는 지난해 8월 캄보디아 재무부로부터 약 10년간 밀린 세금 630만 달러(약 71억 원)를 한 달 안에 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신문은 과세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항의했으나 세금을 내지 못해 결국 폐간됐다. 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정부는 미국의소리(VOA)에 방송 중단을 명령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국영기업 1MDB를 둘러싼 비자금 스캔들로 위기를 맞은 나집 라작 현 총리가 선거를 앞두고, 자국 다수 민족인 말레이족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이슬람 보수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1MDB 스캔들을 비난한 야당인 민주행동당(DAP) 소속 림관웅 페낭 주 수석장관을 뇌물죄로 체포하며 반대파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그러나 또다른 스트롱맨이 나집 총리의 유력한 반대 후보로 부상하면서 ‘스트롱맨 대(對) 스트롱맨’의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1981~2003년 말레이시아를 20년 넘게 통치하다 92세의 나이로 야당 후보로 돌아온 마하티르 모하메드 전 총리가 야당 후보로 선출되면서 나집 총리와의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마하티르가 이끄는 야당 연합은 여당에 유리한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획정)으로 인해 나집 총리의 발목을 잡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도 군부가 수차례 총선 일정을 연기한 끝에 결국 오는 11월 총선을 치루기로 확정했다. 태국 군부정권 일인자인 쁘라윳 찬오차 총리는 지난해 10월 “내년 11월에 선거가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예정대로 선거가 치뤄질 경우 지난 2014년 군부가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이후 치뤄지는 첫번째 선거가 된다.

미국외교협회 소속 동남아시아 전문가인 조슈아 쿨란트칙 박사는 태국 군부가 내년 11월 드디어 총선을 치루기로 결정한 것은 민정이양 선거를 통해서도 군부가 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군이 계속 정치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헌법을 통과시킨 것이 태국 군부의 자신감의 바탕이 됐다는 이야기다.

또한 지난해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 잉락 친나왓 전 총리가 해외로 돌연 망명하면서 레드셔츠 세력이 약화된 것도 태국 군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태국 시민사회는 친 탁신계인 ‘레드셔츠’와 군부·왕족 등 기득권 계층인 ‘옐로(노란) 셔츠’로 양분돼 있으며 레드셔츠의 수장이 바로 지난 2006년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탁신 전 총리다. 2008년 법원에서 권력 남용 등을 이유로 유죄 선고를 받은 후 해외도피 중인 탁신에 이어 지난해 여동생인 잉락 전 총리마저 해외로 망명하면서 레드셔츠는 구심점을 잃은 상황이다.

태국 군부는 스스로를 태국에 더욱 안정된 형태의 민주주의를 자리잡게 하는 선한 가이드 역할로 묘사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태국 경제를 부흥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군부는 여전히 국민들의 정치적 활동을 일체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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