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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작 된 ‘화유기’…열악한 제작환경 민낯 또 드러났다

문제작 된 ‘화유기’…열악한 제작환경 민낯 또 드러났다

기사승인 2017. 12. 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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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유기' 포스터 /사진=tvN

 너무 큰 기대를 받아서일까. 계속되는 악재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이승기의 복귀작이자 스타작가 홍자매의 신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화유기'가 계속되는 악재로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방송 중인 tvN 새 토일드라마 '화유기'(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박홍균)는 고대소설 서유기를 모티브로 퇴폐적 악동요괴 손오공(이승기)과 고상한 젠틀요괴 우마왕(차승원)이 어두운 세상에서 빛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특히 '화유기'는 이승기가 전역 후 택한 첫 작품이자 지난 2013년 '주군의 태양'으로 화려한 호흡을 보여줬던 홍정은, 홍미란 작가와 박홍균 감독이 6년 만에 의기투합해 눈길을 모았다. 여기에 '최고의 사랑'으로 '독고진'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남겼던 차승원이 출연하며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tvN에 편성되어 더욱 큰 관심을 받았다.


기대만큼 결과도 좋았다. 23일 방송된 1회는 시청률 5%(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이하 동일)를 넘으며 큰 관심을 입증했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날 방송된 2회였다. 2회는 컴퓨터그래픽(이하 CG)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배우들의 와이어가 그대로 노출되고 CG 작업이 안 된 블루 스크린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돌발 사고에 당황한 tvN은 중간광고를 늘리고 다른 예능 프로그램의 예고편으로 시간을 끌다가 결국 '방송사 내부 사정으로 종료합니다'라는 문구만 남긴 채 방송을 중단했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화유기' 방송사고와 관련한 안건 상정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tvN은 사고 다음날인 25일 오후 6시 10분에 중간광고 없이 '화유기' 2회를 편성했다. 그러나 불만의 목소리는 줄지 않았고 누리꾼들은 박홍균 PD가 전작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간의 논란을 지내온 박 PD인 만큼 이번 작품에서는 더욱 신경을 썼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MBC에서 CJ E&M으로 이적한 박 PD의 첫 작품인 '화유기'는 장르 특성상 CG 작업이 필수인 만큼 시간적 여유를 두고 작업을 했어야 했다. 


또한 tvN의 잘못도 크다는 반응이다. '화유기'의 2회 방송분이 제대로 편집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을 시작했다면 혹시 있을 방송 사고에 대한 대처도 마련해놨어야 했다. 자막으로만 양해를 구했다는 건 '화유기'를 기다리고 기대해왔던 시청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실종했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tvN 측은 오는 31일 방송 예정이었던 '화유기' 4회도 내년 1월 6일로 연기했다. 



문제가 된 '화유기' 방송사고 장면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3일 새벽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화유기' 세트장에서 스태프 A씨가 추락해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고도 있었던 것. A씨는 MBC 자회사인 MBC아트 미술팀 소속이자 '화유기' 제작사인 JS픽쳐스로 용역을 나온 현장 팀장이었다. A씨는 3m 이상 높이의 바닥에 떨어져 허리뼈와 골반 뼈가 부서지는 사고를 당했고 뇌출혈 증세까지 보이다 간신히 의식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가 알려지자 tvN 측은 급하게 공식입장을 내고 "안타까운 사고로 아픔을 겪고 계신 가족 분들께 가슴 깊이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화유기'에 관심을 주시는 모든 분들께 송구한 말씀을 전한다"라며 제작진이 A씨의 응급실 이동과 초기 진료 과정을 함께 했고 지속적으로 상호 연락을 취하며 사후 처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중들의 질타와 함께 업계에서도 질타의 목소리가 커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측은 27일 '화유기' 측이 해당 스태프가 피로 누적을 호소하며 다음 날 설치를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JS픽쳐스 측이 설치를 강요했다는 증언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조합 측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JS픽쳐스의 미술감독과 사고 현장인 세트를 부실 시공한 업체의 대표 뿐 아니라 현장 총 책임을 맡은 박홍균 PD의 사고 직후 대응과 책임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고들이 익숙한 건 지난 5월 있었던 사고가 대중들의 기억에 명확히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신입조연출 이한빛 PD가 CJ E&M에 입사한 지 불과 9개월 만에 자살을 택했던 사고였다. 견뎌내기 힘든 노동력 착취와 언어폭력에 시달린 게 이유였다. 이에 CJ E&M 측은 "경찰 조사 결과를 수용하고 지적된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등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약 7개월이 지난 현재, 나아진 건 아무것도 없는 모양새다.


작품을 완성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에 대한 결과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사이, 더욱 중요한 것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다. 배우들과 제작진의 호흡도 중요하지만 그들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하는 스태프들의 노고도 알아줘야 한다. tvN을 비롯해 박홍균 PD 역시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면 재발 방지에 더욱 노력하고 스태프들의 소중함을 알았어야 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 환경은 작품을 완성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 누구 한 명이 잘해서가 아닌, 스태프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노력하고 고생해서 만드는 게 드라마"라며 "'화유기'의 이번 사태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더 이상 사고가 없도록 많은 대중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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