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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포항 수험생·학부모, 여진+애매한 시험대처 요령 ‘가중되는 혼란’

[포항 지진]포항 수험생·학부모, 여진+애매한 시험대처 요령 ‘가중되는 혼란’

기사승인 2017. 11. 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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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을 치르러 동해안을 건너 온 울릉도 수험생들이 해병대 청룡회관에서 공부하고 있다. /조준호 기자
“혹시 시험 중에 대형 사고라도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험을 치르는 것은 말도 안된다.”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모 커피숍에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지진대처 요령을 확인한 학부모 A씨(46·두호동)는 애매한 대처요령에 불만을 토로했다.

전날 밤과 이날 새벽 3.5 이상 규모의 강한 여진이 발생하면서 포항시에서 시험을 치를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근심은 가중되고 있지만, 정부가 발표한 시험 대책이 세밀하지 못하다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진피해가 심각한 경북 포항시 수험생들은 23일 관외로 이동 없이 수능을 치른다. 다만 지진 피해가 심각한 북구 지역 4개 시험장만 남부지역으로 이동된다.

북구에 있는 포항고·포항장성고·대동고·포항여고 고사장은 남구 포항제철중·오천고·포항포은중·포항이동중으로 바뀌게 됐다. 포항지역 수험생 6098명 가운데 이들 4개 학교에서 시험을 치를 예정이던 2045명의 시험장소가 바뀌게 됐다.

특히 시험 도중 지진이 발생해 진동이 크고 실질적인 피해가 우려되면 운동장 등 교실 밖으로 대피해야 한다. 교육부는 시험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은 전적으로 학교장 등 시험장 책임자와 시험실 감독관의 주관적 판단에 달려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수험생들에게 경미한 지진이 발생했을 때 감독관 허락 없이 밖으로 나갈 시에는 부정행위로 간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간처럼 숫자도 아니고 사람마다 지진을 느끼는 강도가 저마다 틀리는데 가, 나, 다로 나눈 강도를 감독관이 어떻게 판단하냐”며 “시험 당일 모든 지진대피에 관한 책임과 권한을 감독관과 학교장에게 주는 것은 이후 책임소재 및 혼란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입시라는 인생의 앞날을 좌우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를 객관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감독관의 주관적인 판단에 운명을 맞겨야 하는 학생들은 난감함을 표했다.

학생들은 안전보다는 정부가 일단 시험을 치르고 보자는 ‘무책임한 대응책’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진 불안감에 시험 압박감과 싸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수험생들은 “지진이 나도 대피 매뉴얼 따라 행동하는 것보다 그냥 시험을 쳤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험생 D군(18)은 “인터넷 상에 포항지역 수험생들 때문에 수능이 연기됐다며 비난하는 학생들의 입장도 이해된다”며 “학생들이 느끼는 포항지역 수능 계획안은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는 판단이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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