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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대책 ‘가속화’… 에너지기업 판 흔든다

미세먼지 대책 ‘가속화’… 에너지기업 판 흔든다

기사승인 2017. 05.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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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으로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중단을 결정한데 이어 경유세 인상카드까지 준비하면서 에너지 기업들의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에너지 소비패턴의 변화는 기업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와 기존 프로세스를 뒤흔들고 체질을 바꾸기 위한 추가비용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경유값은 리터당 평균 1274.67원으로, 휘발유값(1484.39원)의 85.9% 수준에 해당한다. 하지만 정부가 85% 수준으로 맞추고 있는 휘발유 대비 경유값 비중을 다음달 90%로 높인다고 가정해 현재 값에 적용하면 경유 1리터는 1335.95원으로 60원 더 비싸진다.

석유업계에 따르면 현재 경유세 인상을 놓고 4개 부처가 격론을 벌이고 있다. 환경부가 강력하게 인상을 외치고 있고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는 신중론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용역을 수행 중인 4개 국책연구기관은 다음달까지 인상 여부를 결정 짓고 공청회를 가질 계획이다.

급변하는 에너지 정책에 정유사들은 속이 탄다. 물론 세금을 높인다고 해서 정유사들이 당장 큰 손해를 보는 건 아니다. 인상된 세금은 경유 판매가에 반영되고, 또 안 팔린 경유는 해외 수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유가로 늘었던 드라이빙이 다시 줄어들게 되면 전반적으로 석유제품 소비가 감소하고, 소비자들도 차츰 경유차를 선택하지 않게 돼 경유시장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재 경유는 정유사들이 가장 많이 생산해내고 있는 제품으로, 생산량의 약 50%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 물량을 더 늘리게 되면 역내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수출단가가 떨어지고 이는 기업 실적을 좌우하는 마진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경유 소비가 줄면 현재 경유생산에 최적화된 조 단위 고도화 설비 역시 교체 또는 시설변경이 필요해져 대규모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경유 생산에 유리한 유종을 수입하고 있지만 원유 도입선을 변경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입한 원유로 생산해 내는 여러가지 제품이 국내에서 소모되는 게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석유 믹스인데, 여기에 왜곡이 생기면 정유사 실적 악화나 제품별 가격인상 등의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문재인 정부의 친환경드라이브에 전기·수소차 바람이 더 거세질 것이란 관측에 따라 정유사들은 정유보단 석유화학 경쟁력을 키우는 데 더 집중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발전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 중 가장 먼저 시행에 들어간 노후 석탄 발전 8기를 6월 한달간 가동을 중단하는 조치는 추후 노후 석탄 발전소의 전면 가동 중단을 시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노후 석탄발전기를 전면 가동 중지하고 LNG발전으로 대체하면 전력을 사들이는 한국전력은 연간 3736억원의 전력구입비가 추가 지출된다. 이는 연 10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한전으로선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추후 공약대로 40년 이내 ‘원전 제로’를 실현하고 현재 1% 수준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인다는 정책이 가시화 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각에선 대규모 에너지설비를 구축하기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데 이 비용은 상당한 수준의 산업용 전기료 인상 또는 한전이 직접 발전사업에 뛰어드는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정부는 불공정 거래 해소를 위해 송·배전망과 발전사업을 분리하는 규제를 가해 왔지만 해소의 실마리가 제공되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국회에선 한전의 발전사업을 허용하기 위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발의 되기도 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 저감 공약의 현실화는 에너지 공기업·민간기업에 상당 수준의 희생과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중장기 에너지 전략을 수립할 때 부작용과 기업들 상황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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