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동남아시아 차량공유서비스 전쟁…그랩·우버 등 ‘각축전’

동남아시아 차량공유서비스 전쟁…그랩·우버 등 ‘각축전’

기사승인 2017. 03. 23. 15:45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동남아시아 내 차량공유서비스 업체들의 전쟁이 치열하다. 이에 오토바이부터 택시까지 서비스 범위도 확장되는 추세다.

IT전문매체 더테크포탈은 23일(이하 현지시간) 끝나지 않을 듯한 차량공유서비스 업체들의 경쟁 속에 싱가포르 ‘그랩(Grab)’이 21일부터 미얀마에서 그랩택시 베타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그랩의 발표가 나온 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우버(Uber)’도 미얀마에서 서비스를 ‘조만간’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면서, 미얀마에 이들의 경쟁을 위한 새로운 전장이 마련됐다고 전했다.

그랩과 우버는 동남아시아에서 앞다퉈 세력을 확장해왔다. 현재 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싱가포르·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 등 6개국은 동남아시아 지역 차량공유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시장 규모는 2015년 25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에서 2025년 130억 달러(약 14조 5500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여기에 미얀마처럼 아직 발굴되지 않은 국가들까지 더하면 성장 잠재력은 더욱 크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 최대 시장으로 손꼽히는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주목할 만하다. IT전문매체 씨넷은 16일 교통체증으로 악명 높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차량공유서비스 업체들이 오토바이를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랩은 2015년 5월부터 인도네시아에서 현지의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인 ‘오젝(Ojek)’을 기회로 삼아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인 ‘그랩바이크(GrabBikes)’를 출시했다. 차를 타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1시간 걸릴 거리도 단 15분이면 주파가 가능하고, 요금도 8km 당 1만 2000루피아(약 1000원)로 저렴해 인기가 높다. 최근 그랩은 향후 4년 동안 인도네시아에 7억 달러(약 78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우버도 지난해 4월 ‘우버모터(UberMotor)’ 서비스를 론칭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앤드루 맥도날드 우버 아시아·태평양 지역 책임자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인도네시아 전역에 진출하길 원하며 이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우리의 시장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에 계속해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는 이들이 넘어야 할 막강한 현지 라이벌들도 있다. 2015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한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 스타트업인 ‘고젝(Go-Jek)’이다. 고젝은 최근 세쿼이아인디아·노스스타그룹·워버그핀커스 등으로부터 5억 5000만 달러(약 6100억 원) 상당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며 지난 수년 사이 13억 달러(약 1조 45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현지인들에게 더욱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그랩이 동남아시아에서 미래의 성공을 장담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치가 약 20배나 더 큰 우버와 승부를 겨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매체는 지난해 8월 우버가 중국의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디디추싱에 밀려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오히려 이것이 역설적으로 우버를 그랩의 더욱 강력한 라이벌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가며 출혈경쟁을 벌여온 우버가 디디추싱에 중국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랩의 활동 영역으로 더욱 깊숙이 밀고 들어갈 수 있는 여유 자원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의 플로리안 호프 파트너는 “지난 1년 사이 우버가 동남아시아에서 지배권을 얻을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면서 “우버는 기존에 소수의 인력을 현장에 두고 제한된 범위의 서비스만 제공해오던 것에서 택시·자가용·오토바이 공유 서비스 등 그랩처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현지 전략을 개선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들 업체가 무섭게 세력을 확장해감에 따라 일각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베트남 VN익스프레스는 최근 베트남에서 인기를 끄는 우버와 그랩이 현지 오토바이 택시인 ‘쎄옴(xe om)’ 기사들의 수익을 잠식하고 있다며, 기존의 많은 기사들이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전했다.

하노이에서 쎄옴 기사로 일하는 중년 남성인 탄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버모터와 그랩바이크 등 애플리케이션들이 등장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전통적인 기사들을 저버렸다”며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