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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영구채 발행 봇물…‘눈 가리고 아웅’?

[마켓파워]영구채 발행 봇물…‘눈 가리고 아웅’?

기사승인 2016. 02.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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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우량 기업들의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증가하고 있다. 조달 금액을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회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재무 구조 개선에 나선 기업들에게 환영받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명목 만기가 30년일 뿐 사실상 단기 채권과 다를 바 없는 만큼 ‘부채’로 분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눈가리고 아웅식의 회계 처리로 오히려 비우량기업이 악용할 수 있는 여지만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전일 22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고 이를 대한항공 전액 인수한다. 한진해운은 조달 자금 전액을 대한항공에 빌린 대출금을 상환하는데 쓸 계획이다.

사실상 부채를 부채로 돌려막은 셈이지만, 회계 상으로는 재무 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보는 셈이다. 차입금 줄고 자본금은 늘어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817%다. 그러나 영구채 발행 이후 부채비율은 620%로 200%포인트 가까이 줄어든다.

문제는 조기 상환 옵션이다. 한진해운이 발행한 영구채의 명목만기는 30년이나 1년 후 조기상환할 수 있게 설정됐다. 다시말해 1년 뒤에 언제든지 상환될 수 있는 만큼 자본으로서의 연속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실상 5년 이하의 조기 상환 조건이 붙은 영구채의 경우 사실상 자본으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만기가 짧은 영구채는 고금리 단기 채권과 다를 바 없다”라며 “콜옵션 행사가능 시점이 2~3년부터 시작되는 영구채에 대해서는 부채로 간주하고 신용등급을 산정할 방침”고 평가했다.

최근 영구채 조기 상환 시점은 점차 짧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영구채를 발행한 기업의 절반 이상이 3년 이하의 조기 상환 조건을 내건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건설과 CJ건설은 조기상환 시점이 발행일로부터 2년 뒤며 이밖에 대한항공, CJ푸드빌, 풀무원, 두산중공업(유럽법인) 등이 3년이다.

또 영구채는 실제 자본과 달리 계속 이자를 갚아야해 갈수록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위험요소로 꼽힌다. 한진해운의 경우 1년 뒤 조기상환하지 않으면 발행 금리는 연 9.575%에서 10.575%로, 2년 뒤에는 연 14.575%로 뛴다. 특히 비우량기업의 경우 단기간 내 자금 상환이 어려울 경우 이자 비용만 높아져 재무 건전성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영구채의 경우 사모 발행되는 만큼 금융당국에 사전 신고할 의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관리·감독이 쉽지 않다”라며 “은행에서 발행하는 영구채 형태인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의 경우에는 규제가 마련돼있지만, 영구채 발행의 경우 특별한 제제안이 마련돼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후 제재 수위를 높이는 방법을 통해 ‘회계 꼼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높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분석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후 적발에 된 경우에 한해서 제재 수위를 높이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좋다”며 “중도 상환 조건에 대한 금융당국 내부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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