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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儒商] ‘상인 천시’는 유학(儒學) 탓 아니다

[한국의 儒商] ‘상인 천시’는 유학(儒學) 탓 아니다

기사승인 2016. 02. 14.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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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상 그들은 누구인가<3>
명성보다 이익을 우선시 했던
동시대 명ㆍ청 상인 지위높아
正道를 강조했던 유학 영향
조선시대엔 대부분이 '빈천'
신분 상승의 기회 놓쳤을 뿐
직업적 차별은 전혀 없었다
“우리는 현재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대에 살고 있으며, 상인은 경제 주체로 중시돼야 한다. 유학은 상인을 천시하므로 현대에 맞지 않은 폐기돼야 할 구시대 유물”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는 조선에서는 유학을 이념으로 국가를 경영했고, 아울러 상인을 천시했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그렇지만 과연 조선이 상인을 천시한 이유가 유학 때문일까? 조선과 동(同)시대에 주자학을 관학으로 삼고 중농억상 정책을 채택한 중국 명·청 시대의 상인의 지위에 대해서 알아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청의 옹정(擁正) 시대(1724)에 유어의(劉於義)는 “산서지방의 풍습은 이익을 명성(名聲)보다 더 중시한다. 자손 중 준수한 자는 대부분 장사의 길로 들어서고, 그 다음이 서리(胥吏)가 되고, 재능이 중간 이하인 자는 비로소 독서를 하여 과거에 응시케 한다. 이 까닭은 선비의 기풍이 낮아지고 쇠퇴해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시대상에 대해 청대의 심요(沈堯·1798-1840)는 “옛날에는 4민(사·농·공·상)이 나누어져 있었지만, 후세에는 4민이 나누어지지 않았다. 옛날에는 선비의 자식은 항상 선비가 될 수 있었지만, 후세에는 상인의 자식이어야 비로소 선비가 될 수 있었다, 이것은 송·원·명 이래로 변천된 큰 차이 점이다”《『낙범루문집』권24》라고 했다. 명대 유학자 하심은(何心隱·1517~1579)은 “상인은 농부나 공인보다 귀하고, 선비는 상인보다 귀하며, 성인은 선비보다 귀하다”고 했다.

명·청 시대의 상인은 선비와 비슷한 지위에 있었지만 조선은 달랐다. 조선은 국가가 통제하는 육의전 상인과 인삼 등의 독점권을 가진 상인을 제외한 대부분은 빈천했고, 사·농·공·상중에서 신분적으로 가장 낮았다. 왜 그랬을까?

첫째. 조선은 주자학 이외 다른 학파는 이단으로 철저히 배척하는 획일적인 사회이었다. 송대의 유가들은 사·농·공·상 사민을 깨우쳐 유가 문화 질서를 세우려고 했었다. 주희(朱熹·1130~1200)는 ‘4민을 동시에 각성시켜야 한다’는 육구연(陸九淵·1139~1192)과 달리 선비를 가르쳐 각성시킨 후에 삼민(농·공·상)을 교화시키려고 했다. 그러므로 자연히 선비를 중시하게 되었다. 명대는 주자학을 관학으로 채용했지만, 다른 한편 사민이 평등하다는 왕양명(王陽明·1472~1528)의 양명학이 풍미하는 등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였다.

둘째, 명·청과 조선이 모두 중농억상정책을 시행했지만 조선만이 모든 생산과 판매를 국가가 장악하는 관장(官匠)과 관상제(官商制)를 채택했다. 조선 말기 임상옥(林尙玉·1779~1855) 등 국가로부터 무역독점권을 얻은 일부 상인이 부를 이룰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상인은 생계수단으로서의 상업활동만 인정받았기 때문에 빈곤했다.

이에 비해 명·청은 소금 등 일부품목은 국가가 관장했지만 나머지는 상인들이 자유로이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이들은 상업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으며 이들 중 ‘소봉(素封)’이라 불린 거부들도 많았다.

끝으로, 조선에서는 선비출신인 양반계급은 과거제와 음서제(蔭敍制)를 통해 신분을 세습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상인은 먹고살기 급급해 자제들을 과거에 응시시킬 수 없었고, 선비로의 신분상승의 기회가 막혀있었다. 한편 중국은 심요의 말과 같이 상인의 자제가 선비의 자제보다도 과거에 급제하기가 더 쉬운 열린사회였다.

결론적으로 조선시대 상인이 천시된 이유는 유학 때문이 아니었으며, 특유의 사회적 환경 때문이었다. 유학은 정도(正道)로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을 뿐 직업적 차별을 하지는 않았다. /글=이제홍 태성회계법인 회장


이제홍 태성회계법인 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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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3월 6일생(본관 : 경주, 경북안동인)
△학력
1965년 안동농림고등학교 졸업 / 2010년 안동대학교 사학과 석사과정 졸업(문학석사:중국사)
/ 2014년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박사과정 수료(중국사전공)
△경력
1969년 공인회계사시험합격(공인회계사) / 1971년 제10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 1989년 대통령비서실 사정비서관 / 1991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 / 1996년 국세청 부산지방국세청장 / 2005년 한영회계법인(Ernest & Young) 회장 / 2012년~태성회계법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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