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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에서도 해외로 뻗어나간 우리 예술

불황 속에서도 해외로 뻗어나간 우리 예술

기사승인 2014. 12. 1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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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짚어본 올해 문화계②
<편집자주>올해 문화계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하지만 그러한 가운데도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영국 BBC프롬스에 데뷔하고, 국립무용단 작품이 내년 칸 댄스 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초청받는 등 해외서 인정받았다. 또한 제1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서 한국관이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으며, 이우환 작가가 베르사유궁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선전을 펼쳤다. 그러나 폭언과 성희롱, 인사전횡으로 서울시향 박현정 대표가 직원들로부터 퇴진을 요구받고,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이 비리로 직위 해제되는 등 불명예스러운 일도 있었다.

아시아투데이 전혜원 기자 = ◇세월호 참사 = 공연계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각종 공연과 행사가 줄줄이 취소 혹은 연기됐으며 공연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제작발표회, 팬미팅 등도 연달아 취소됐다. 또한 기업체가 진행하던 단체관람 프로그램도 모습을 감추고, 각 시·도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현장체험학습 자제 지시를 내려 학교 차원에서 마련한 공연관람 일정 상당수도 취소됐다. 일부 공연 유료 객석 점유율은 20%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까지 빠짐없이 열려온 한국뮤지컬대상이 올해는 열리지 않았고, 더 뮤지컬 어워즈는 시상식 없이 수상자 명단만 발표했다.


템페스트
국립극단의 연극 ‘템페스트’.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 =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을 맞아 그의 작품을 다양한 시각에서 재해석한 작품들이 잇따라 공연됐다. 국립극단은 ‘맥베스’ ‘노래하는 샤일록’ ‘템페스트’를, 명동예술극장은 ‘줄리어스 시저’를 무대에 올렸다. 창작뮤지컬 ‘오필리어’도 공연됐다. 연출가 이윤택과 한국셰익스피어학회가 함께 기획한 제2회 셰익스피어 문화축제도 열려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정명훈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서울시향 BBC프롬스 데뷔 =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은 8월 핀란드 투르쿠 뮤직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그라페네크 페스티벌, 이탈리아 메라노 뮤직 페스티벌, 영국 런던 BBC 프롬스 무대에 섰다. 특히 BBC 프롬스에는 한국 교향악단으로는 처음이자 2001년 일본 NHK 심포니 이후 아시아 오케스트라로는 두 번째로 입성했다. BBC 프롬스는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축제로, 모든 공연이 BBC 라디오를 통해 영국 전역과 전 세계에 방송된다. 이곳에 초청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서울시향의 이번 데뷔 무대는 현지에서 호평 받으며 한국 클래식 음악의 위상을 높였다.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 폭언·성희롱 =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들이 박현정 대표의 폭언·성희롱·인사전횡 등을 이유로 12월초 퇴진을 요구했다. 박 대표가 정명훈 예술감독과 서울시향 운영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나서면서 조직 전체가 논란에 휘말렸다.

◇해외 유수 오케스트라 내한 = 앨런 길버트가 지휘하는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시작으로 독일 쾰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대니얼 하딩이 이끄는 100년 역사의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파보 예르비의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정상급 악단들이 잇따라 한국관객과 만났다. 특히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와 함께 첫 내한공연을 한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23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13년 만에 내한한 체코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탄탄한 실력과 오랜 명성을 지닌 악단들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를 통해 몇몇 유명 악단을 편애하던 국내 관객의 기호가 지명도보다는 실력을 찾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취향도 더욱 깊어지고 넓어졌다는 것을 보여줬다.


강수진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임명
= 2월 세계적 발레리나 강수진이 국립발레단에 예술감독 겸 단장으로 임명됐다. 강수진 부임 이후 국립발레단은 정통 클래식 발레에만 머물러 있던 데서 벗어나 모던발레에 처음 도전하는 등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신작인 네오클래식 ‘교향곡 7번’, 모던발레 ‘봄의 제전’으로 호평 받았다. 또한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무대에 유럽에서 사랑받는 신선한 소품들을 소개하는 등 다양한 레퍼토리와 무대로 환영받았다.

◇국립무용단 첫 해외 공연 = 국립무용단은 창단 후 처음으로 외국 안무가와 협업해 만든 ‘회오리’, 현대무용가 안성수가 참여한 판타지 무용활극 ‘토너먼트’ 등 참신하고 완성도 높은 신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회오리’는 내년 프랑스의 세계적 무용축제인 칸 댄스 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초청돼 한국 무용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는 국립무용단이 출연료를 받고 가는 첫 해외 공연이다. 지난해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 연출로 주목받았던 ‘묵향’도 내년 12월 프랑스 4개 도시 투어가 확정됐다.


국립무용단 토너먼트
국립무용단의 ‘토너먼트’.
◇국내 1세대 연극평론가 여석기 별세 = 연극비평 분야 선구자이자 영미 희곡 전문가인 여석기 국제교류진흥회 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이 6월 교통사고를 당해 92세로 별세했다. 1964년 한국셰익스피어학회 창립에 이어 1970~1980년 연극비평 전문지 ‘연극평론’ 발행인을 맡는 등 국내 연극평론계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1960년에는 유치진 등 당대를 대표하는 연극인들과 함께 서울 중구 예장동에 드라마센터를 설립, 젊은 극작가를 양성하고 연극 진흥에 힘썼다. 그의 이름을 딴 ‘여석기 연극평론가상’은 국내 연극평론계의 대표적 상으로 남아 있다.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 흥행 = 침체된 환경 속에서도 외국 소설을 재창작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8만명 넘는 누적 관객, 마지막 달 평균 객석점유율 95%를 기록하며 이례적인 흥행을 거뒀다. 충무아트홀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이 공연은 5월 11일 폐막 예정이었지만 호응에 힘입어 9회 공연을 연장했다.


프랑켄슈타인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아이돌 가수 뮤지컬 출연
= 올해도 아이돌 가수들이 잇달아 뮤지컬 무대에 진출했다. 소녀시대 서현과 슈퍼주니어 규현이 뮤지컬 ‘해를 품은 달’에 출연했다. 애프터스쿨 출신 가희와 비스트 장현승이 ‘보니 앤 클라이드’ 무대에 올랐다. 엠블랙의 지오가 ‘바람의 나라’에, 엑소 백현이 ‘싱잉 인 더 레인’으로 관객과 만났다.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쾌거 = 6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1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서 한국관이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차세대 건축가’ 조민석이 커미셔너를 맡은 한국관은 분단이라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남북한의 건축 100년을 조망한 전시 ‘한반도 오감도’를 선보여 세계 건축계의 인정을 받았다. 1993년 세계적인 아티스트 백남준이 공동 대표로 참가한 독일관이 황금사자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한국관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것은 미술전(홀수해)과 건축전(짝수해)을 통틀어 처음이었다.


◇이우환 베르사유궁 전시 =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은 6월부터 프랑스 파리 근교의 베르사유궁에서 아시아 작가로는 일본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2010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인전을 열었다. 이우환은 세계적 권위의 인터넷 미술 매체 아트넷(Artnet)이 최근 3년여간의 경매 결과를 집계해 발표한 ‘생존 작가 톱(Top) 100’에서 47위를 차지하며 한국 작가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11월 열린 미술품 경매사 소더비의 ‘현대미술 이브닝 세일’ 뉴욕 경매에서는 이우환의 작품이 23억여원에 낙찰되며 그동안 뉴욕에서 거래된 이우환의 작품가 중 최고액을 기록했다.

◇홍성담 작가 걸개그림 = 9월 제10회 광주비엔날레가 ‘터전을 불태우라’는 주제로 열렸다. 광주비엔날레 본행사에 앞서 개막한 특별전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걸개그림 전시가 유보되면서 작가들의 참여 철회가 잇따르는 등 파행이 계속됐다. 끝내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가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 퇴진 = 제자와 전 부하직원을 학예연구사로 부당 채용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돼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이 10월 직위 해제됐다. 정 관장은 지인 2명의 서류 전형 채점 결과를 조작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하고 면접 위원도 아니면서 면접시험에 개입해 이들이 합격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년 1월 19일까지 임기인 정 관장은 2개월 정직 처분을 받아 사실상 임기가 종료됐다. 1969년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한 이래 관장이 개인 비리로 직위 해제되고 검찰 수사까지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미술계의 충격은 컸다.



◇김흥수 화백 별세 = 추상과 구상의 조화를 꾀하는 ‘하모니즘’ 창시자인 원로화가 김흥수 화백이 6월 9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1992년 43살 연하의 제자 고 장수현(1962∼2012) 김흥수미술관장과 부부의 연을 맺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김 화백은 95세의 나이에도 붓을 놓지 않고 열정적으로 작업해온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목이었다.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구속 = ‘재벌가 화상’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는 동양그룹이 빼돌린 미술품을 대신 팔아주고 이중 일부 판매대금을 넘겨주지 않은 혐의로 9월 구속됐다. 그동안 재계의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의 창구로 수차례 거론됐던 홍 대표는 2011년 오리온 그룹의 비자금 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3년 만에 또다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단색화 재조명 =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던 단색화가 국내외에서 새롭게 조명 받았다. 박서보·윤형근·정상화·하종현 등 1세대 단색화 작가의 작품이 해외 유수 아트페어와 경매 시장에 소개되며 눈길을 끌었다. 파리 페로탱 갤러리에서는 박서보 회고전이, 뉴욕 블럼앤포갤러리에서는 하종현 개인전이 각각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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