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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가운’이 대세? 의학 드라마의 이유 있는 열풍

‘하얀 가운’이 대세? 의학 드라마의 이유 있는 열풍

기사승인 2012. 08. 2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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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자들의 니즈(Needs) 간파·리얼리티와 전문성 확보·따뜻한 휴머니즘
MBC '골든타임'                                                                                               /사진=MBC
아시아투데이 신경희 기자 = 안방극장에 몰아친 의학 드라마의 열풍이 심상치 않다.

올해 초 방영이 끝난 KBS '브레인'을 필두로 MBC '닥터진', OCN '신의 퀴즈3'에 이어 MBC '골든타임', SBS '신의'가 지상파 채널을 점령하고 있다.

다음달에는 국내 최초의 양한방 메디컬 드라마인 tvN '제3병원', '허준'과 '대장금'을 연출한 이병훈 PD가 메가폰을 잡은 '마의'(馬醫)가 '골든타임' 후속으로 시청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라 그 어느 때보다 의학 드라마의 열기가 뜨겁다.

한국 메디컬 드라마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 마니아층을 넘어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안방극장 분위기를 바꿔놓은 의학 드라마의 인기요인을 분석해 봤다.

◆ 진부한 드라마 탈피·의학 드라마 본연에 충실

콘텐츠 과잉의 시대인 요즘, 어디에선가 본 듯한 드라마는 브라운관에서 설 땅을 잃었다. 예전 같으면 향후 전개 내용이 짐작 가능한 진부한 설정의 드라마여도 시청자들이 익숙함에 이끌려 묘한 재미를 느끼고 혹시 모를 반전을 기대하며 시청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시청자들의 눈이 굉장히 높아졌다. 재벌2세와 신데렐라의 달달한 로맨스를 그린 멜로물, 출생의 비밀과 불륜·복수 등을 다룬 일명 '막장 드라마', 불치병과 죽음·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같은 신파조의 이야기 등은 '전파 낭비'라는 혹평과 더불어 시청률 부진의 늪에 빠지기 쉽다.

때문에 최근의 드라마들은 한층 다양해진 장르와 퀄리티 있는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려 노력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의학 드라마는 높은 퀄리티와 뚜렷한 정체성, 재미와 감동 모두를 충족시키며 인기 장르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사실 의학 드라마는 '의학'이라는 생소한 소재와 그에 따른 난해함 때문에 30년이 넘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시청자들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1994년 MBC 드라마 '종합병원'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의학 드라마의 효시는 1980년 KBS에서 방영된 '소망'이라는 일요 아침 드라마이지만,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것은 지난 1994년부터 2년간 MBC에서 방송된 '종합병원'이다.

이 드라마는 평균 시청률 20%를 상회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의학적 전문성을 살리지 못한 채 러브라인만 부각됐다.

물론 전광렬·신은경·이재룡·김지수·전도연 등의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는 나름의 의의도 있지만, 통상의 연애물과 차별화시키지 못한 채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로 돼버렸다.

그러나 이 같은 한계와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며 의학 드라마는 몰라보게 발전했고 '시청률 보증수표'로 통하게 됐다.

특히 2000년 방영됐던 MBC 드라마 '허준'은 최고 시청률 64.4%·평균 시청률 53.95%(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라는 전후무후한 기록을 세웠다.

허준이 '동의보감'의 상징성과 교훈성으로 의학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고 애틋한 러브라인까지 잘 녹여냈다면, 요즘의 의학 드라마는 로맨스보다는 탄탄한 스토리와 철저한 검증으로 의료의 전문성, 나아가 드라마의 신뢰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진부함의 극치로 각인됐던 달콤한 러브라인이 화제를 불러 일으킨다. 월화극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는 MBC 드라마 '골든타임'이 그렇다.

이민우(이선균)와 강재인(황정음), 최인혁(이성민)과 신은아(송선미)의 아리송한 러브라인이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기대감마저 높이며 인기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SBS 드라마 '신의'                                                                     /사진=신의문화산업전문회사
◆ 작품의 리얼리티와 디테일한 구성 "미드 못지 않아"

전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의학 드라마 열풍을 처음 일으킨 곳은 미국이다. 'ER', 'CSI', '그레이 아나토미', '시카고 메디컬' 등 미국의 TV 시리즈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친 것.

의학 드라마는 제작기간도 길고, 제작비도 많이 들고, 제작진과 배우 모두의 공력이 많이 들어간다. 또한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고증으로 드라마 내용의 신뢰도를 확보해야 한다.

때문에 제작 기획부터 대본 완성, 실제 촬영과 방영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SBS 드라마 '신의'는 '모래시계','태왕사신기' 등을 만든 명콤비 송지나 작가와 김종학 PD가 의기투합해 오래 전부터 방송가의 이목을 끌었던 드라마다.

'신의'로 6년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김희선은 제작 발표회에서 "2~3년 전 '신의' 시놉시스를 받았다"며 "그간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고 밝혀 드라마 제목(당초 드라마 한자 제목이 神醫(신에 비견될 정도로 의술이 매우 뛰어난 의사)였으나 송 작가의 투입 후 주인공 최영(이민호)의 충정을 강조하는 의미의 信義(믿음과 의리)로 변경됐다)처럼 제작진과의 신의(信義)를 지켰다.

MBC 드라마 '골든타임'의 연기자와 제작진들은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으로부터 세심한 자문을 받으며, 긴박한 수술 장면을 미드에 견줄 정도로 실감나게 그려내는 '웰메이드(Well-made) 의학드라마'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tvN '제3병원'                                                                                                      /사진=tvN
다음달 5일 안방극장을 찾을 tvN '제3병원' 역시 퀄리티 높은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기에 충분하다.

'제3병원'은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병폐인 '쪽대본'과 '생방송 촬영'을 아예 배제시켰다. 지난 4월부터 사전제작에 들어가 완성도를 높이는 한편, 국내 최초의 양한방 메디컬 드라마를 표방하는 만큼 양·한방 의사들의 뜨거운 열정과 패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침 놓는 것부터 시작해 고난도 뇌수술까지 디테일한 묘사와 함께 김승우·오지호·김민정·박근형 등 연기파 배우들과 첫 드라마 주연 도전에 나서는 소녀시대 최수영 등이 가세, 한의와 양의 간 벌어지는 미묘한 신경전을 리얼하게 그려내며 극적 긴장감과 재미를 배가시킬 전망이다.

게다가 여타의 의학 드라마와 다르게 의료계 종사자나 관심 있는 일반인이 아니라면 정확히 알지 못하는 부분까지 담아내며 의료계 현실을 그대로 투영한 작품이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외부적으로 양의학계와 한의학계는 정부 의료 정책을 포함한 개별적인 영역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끊임없이 쟁탈전을 벌여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의사와 한의사 간의 해묵은 불신과 반목이 자리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권력 암투가 리얼리티를 극대화시키는가 하면,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따뜻한 모습은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생명 경시 풍조와 자살·범죄 등의 사회 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성찰 기회를 제공한다.

MBC '마의' (왼쪽부터) 배우 조승우·이병훈 감독·배우 이요원                                    /사진=MBC
◆ 웰빙과 힐링이 필요한 시대, 따뜻한 인간미·감동 선사

약 10년 전부터 사회 전반에 '웰빙' 열풍이 불더니 이제는 '힐링'(몸과 마음의 치유) 신드롬으로 옮겨졌다. 그럼에도 '웰빙'은 여전히 삶의 중요한 화두인 가운데, 의학 드라마는 유용한 정보 제공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의학 드라마에서는 의사들이 쓰는 어려운 의학용어에 대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드라마 중간 중간 자막을 삽입하고 있다.

물론 의학용어가 생소하고 어렵기에 도저히 기억할 수 없는 것도 있지만, 반복 등장하는 것은 외울 수 있으며 자연스레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병원'에서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의사의 삶을 보고 있노라면 따스한 인간애에 가슴 찡한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의대는 국내 어느 대학이든 전국 상위 1% 안에 들어야 하는 만큼 수험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의사가 사회적으로 고소득을 올리는 안정적인 직업으로 인식되면서 선망의 직업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간접 체험이라고도 할 수 있는 드라마를 보면 '의사'라는 직업이 출세와 경제적인 부(富)만을 위해서는 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느낄 수 있다.

의학 드라마는 생사의 갈림길에 있는 환자와 그를 둘러싼 인간적인 고뇌와 슬픔을 삭이고 살신성인적인 희생을 하는 '의사'라는 직업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OCN '신의 퀴즈3'                                                                                        /사진=CJ E&M
나아가 참신한 소재의 드라마가 연이어 등장해 시청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간 의학 드라마 속 의사들의 전공은 급박한 의료상황을 그려내기에 적합한 외과나 산부인과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각했다.

2010년에 이르러 드라마 속 의사들의 전공 분야는 다변화됐다. OCN '신의 퀴즈'가 이른바 '신퀴 폐인'을 양산하며 희귀병을 소재로 미궁에 빠진 범죄를 풀어가는 국내 최초의 메디컬 범죄수사극을 선보인데 이어, 양한방 협진병원 내 신경외과가 배경인 국내 최초양한방 메디컬 드라마 tvN '제3병원'이 다음달 5일 전파를 탄다.

또한 MBC '골든타임' 후속으로 9월 중 방영예정인 새 월화 사극 '마의'는 조선 최초의 한방 외과의 백광현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심오한 의학세계, 드라마 최초로 가축과 사람의 교감을 다루는 한방의학드라마로 눈길을 끌고 있다.

지상파·케이블·종편 모두가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tvN '제3병원'과  MBC '마의'가 의학 드라마의 열풍을 그대로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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