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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광고는 베껴도 된다...현대차그룹 이노션의 새로운 생각

[기자의눈] 광고는 베껴도 된다...현대차그룹 이노션의 새로운 생각

기사승인 2012. 06.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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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션에 필요한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 정신
한국이 좋아 왔다는 미쉘(여·32세)은 한양대 인문대에서 실용영어 강의를 한지 5년이 넘었다. 웬만한 한국의 정치·사회·문화 이슈에 대해서는 토론도 가능할 정도로 관심이 많다.

"현대차 참 좋다. 영국 도로를 점령한 포드, 복스홀, 폴스바겐 같은 차들보다 디자인이 세련됐고 승차감도 훌륭하다. 새로 나온 싼타페 광고도 벤츠 C클래스 광고를 잘 패러디한 것 같다"

창피하고 얄미웠다. 미쉘이 패러디와 표절을 구분하지 못할 수준이 아니란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영국 북런던 출신의 그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한국 대기업에 대한 자부심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점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수년전 삼성을 일본 기업으로 오해했다가 해리포터의 고향은 프랑스 아니냐는 한국 친구의 비아냥이 좋은 학습이 된 모양이다.

올해 4월 출시된 신형 싼타페의 TV 광고는 이노션이 만들었다.

이노션은 지난 2005년 현대차그룹이 세운 광고대행사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첫째딸 정성이 고문이 회사 경영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사 지분의 80%는 정 회장과 정 고문이 각각 절반씩 보유중이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나머지 2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노션은 싼타페의 광고를 만든 것이 아니라 베꼈다. '베꼈다'는 어휘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 위험성을 잘 알기에 여러 광고 전문가들에게 문의했다. 놀랍게도 광고업계를 이끈다는 ㅈ사부터 T사, K사 등의 광고제작책임자(ECD), 기획총괄(AE) 등의 반응은 똑같았다.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담당 팀에게 듣기로 레퍼런스를 검토하다 이거다 싶어서 살짝 훔쳤다 한다" "일반인들이 눈치챌 줄 모르고 그랬다고 한다" "시간에 쫓기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베낀 건 맞다"

현대·기아차의 지난 4월 유럽 시장 점유율은 6.1%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도 점유율 10% 돌파했다. 세계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판매량도 '톱 5'에 들었다.

현대차는 이제 한국인들만을 위한 기업이 아니다. 전세계인이 애용하는 가운데 새로운 차종이나 광고가 나오면 뜨거운 관심을 갖는 수준에 도달했다. 예전 삼성이 그랬듯, 이제 현대차도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 지점에 서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현대차에 좋은 것은 한국에도 좋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는 국민들이 많다. 만일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이 두 개의 광고를 비교해 봤다면 한국의 현대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된다. 모든 외국인들이 미쉘처럼 유연하게 생각하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이런 모기업의 활약을 아는지 치열한 밤샘 PT(프리젠테이션) 준비와 비딩(입찰) 과정없이 현대차의 모든 광고를 도맡는 수혜(?)를 누리는 이노션은 대놓고 '창작'이 아닌 '카피'작업을 했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4월 출시된 벨로스터 터보의 광고 역시 폭스바겐그룹의 자회사 스코다 파비아 vRS의 광고를 베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노션의 광고 '표절 의혹'이 하루이틀이냐는 반응이다. 한 ECD는 "업계 매출 2위가 실력이나 열정까지 2위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노션이 거창하게 의식개선을 위한 방법을 찾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들이 직접 만든 카피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 (새로운 생각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든다)'의 의미를 한번 곱씹어 보길 바랄 뿐이다. 답은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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