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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환의 심리학 카페]우리군은 용서받지 못한 자들일까?

[홍경환의 심리학 카페]우리군은 용서받지 못한 자들일까?

기사승인 2011. 07. 1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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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군의 전투력…첨단 무기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홍경환 기자] 참혹한 전쟁이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달을 가져 왔다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사실. 그런데 전쟁은 심리학의 급격한 발전도 가져왔습니다. 그 첫 번째 이유가 한꺼번에 너무나 많은 사람을 ‘징집’해야 했던 것에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데, 총 쏘는 법 수류탄 던지는 법을 익히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던 거죠. 그래서 군의 요청에 의해서 ‘지능검사’가 급격히 발달하게 됐던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참전 군인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참혹한 전장의 상황에서 몸뿐만 아니라 ‘인성’까지도 망가졌던 것이죠. 그래서 미국 정부는 심리학회에 재향군인들을 돌봐줄 수 있는 ‘인력’ 양성과 시스템 개발을 요청했습니다. 이것이 ‘임상심리학’이란 학문이 급격히 발전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최근 우리 군에서 잇단 사고가 터져 나왔습니다. 올해 초에는 훈련병의 사망으로 낙후된 우리 군 의료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르더니, 이제는 자살 가혹행위로 신문 1면을 장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저는 올해 이런 사고들이 연이어 터져 나올 것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왜냐구요? 북한의 잇단 도발로 “전투력 강화” “싸워 이기는 군대” “정신력 강화” 등의 발언이 연이어 정부에서 나오는 것을 봤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직업 군인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사고’가 터지지 않게 부대를 관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사고란 ‘탈영’ ‘부대 내 총격 사건’ 등을 뜻합니다. 즉 병사들을 ‘전사’로 훈련시키기 보다 사고가 나지 않게 감시하는 것이 장교와 간부들의 중요한 임무가 된 것이죠.

제가 사병으로 군 복무하던 90년대. 그때 저는 유격훈련을 가서 PT체조만 하다 왔습니다. 이유인 즉 훈련 중 다치는 병사가 나오면 지휘관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힘들지만 안전사고는 나지 않는 PT만 줄기차게 시킨 것이죠.

그런데 북한과의 격한 대결 국면이 펼쳐지면서 ‘안전 사고 관리’는 뒷전이 됐습니다. 군 내에서 싸울 줄 모르는 군대라는 비판이 격하게 쏟아져 나왔습니다. 요즘 병사들은 정신력이 나태하다는 비난도 줄을 이었죠.

이런 분위기가 전개됐으니 과연 병사 개개인의 ‘인성’과 ‘개성’이 존중 받을 수 있었을까요?

예전에 한번 말씀드린바 있지만, 심리검사는 매우 정밀한 ‘과학적’ 도구입니다. 숙련된 임상심리사가 ‘심리검사’를 진행할 경우 MRI보다 더 정확한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제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심리검사 등의 방법을 통해 ‘사고’가 일어날지 말지 여부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고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는 것은 군 최고 지휘관들이 이런 부분들에 대해 ‘무지’하거나 아예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군 전투력 강화를 목청껏 외쳤지만, 이에 수반되는 의료시스템 개선은 아예 염두에도 두지 않았습니다. 사고가 터져서야 부랴부랴 개선책을 마련한다고 부산을 떨었죠.

마찬가지로 군내 구타 등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을 적절히 진단하고 올바른 처방을 내려줄 수 있는 전문가가 있어야 합니다. 즉 현재 우리 군에서는 병사들의 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말이죠. 이번에 총격사건을 주도한 해병대원이 이미 신체검사를 받았을 때 ‘정신적’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고 해명한 해병대 관계자의 발언이 이를 증명합니다.

‘심리검사’ 따위는 ‘요식’행위이자 말 그대로 ‘서류’에 불과했던 것이죠.

오히려 군은 전투력 증강에 어느 만큼 기여를 할지 판단하기 힘든 ‘여성 ROTC'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까지 보여줬습니다.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입니다.

그나저나 해병대 자원입대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배우 현빈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과연 그는 이런 낙후된 군의 실상을 알고 간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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