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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산업과 종교는 양립할 수 있을까?

사행산업과 종교는 양립할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11. 02. 0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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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뱅주의 교파는 反도박 정서 강해

김종훈 기자]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파스칼(1623 ~ 1662)은 신(神)에 대한 믿음을 도박에 비유했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신을 믿는 것은 도박이지만, 있다면 천국에 가게 되고 없다 해도 손해 볼 것은 없으므로 믿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신앙의 동기가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것 같지만, 파스칼은 종교의 효용성을 논리적으로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4일 사행성산업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니, 파스칼이 종교의 속성에 사행성(?)이 있음을 통찰했지만 사행산업과 종교는 역사적으로 항상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기독교는 도박에서의 승리는 다른 사람의 손실에 근거한 것이므로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을 거역하는 것이라 하고, 불교에서는 도박에 몰두하면 여섯 가지 나쁜 결과를 얻는다고 한다.

탈무드에서 노름꾼은 법정의 증인에서 제외시키라고 하고, 힌두교 경전은 도박을 미끼 달린 낚시에 비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에서는 술, 돼지고기와 함께 도박을 금지하고 있다. 두바이에서는 세계 최고 상금의 두바이월드컵이 열리지만 이슬람 율법에 따라 베팅은 할 수 없다.

1920년대 미국의 청교도인들은 경마를 금지시켰다. 한국은 반(反)도박 정서가 다른 아시아국가에 비해 높은 편인데, 종교관련 시민단체들이 반도박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대국가에서 사행산업은 실정법에서 허용되는 합법적인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종교적 신념과 관계없이 많은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즐기고 있고, 외화 획득과 경제발전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구사회의 종교인들은 실정법상 범죄(vice)는 아니지만 종교적으로 죄악(sin)일 수 있는 모순 속에서 현실적인 타협을 하고 있다.

영국 식민시대 미국에서는 퀘이커교도를 제외한 모든 교파에서 복권제도를 운영하였고, 지금도 많은 교회에서 빙고(bingo)라는 자선 도박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보수개신교가 우세한 조지아주나 미시시피 주에서는 카지노가 성업 중이다. 세속사회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온 카톨릭에서는 일찌감치 도박을 죄악시하지 않기로 했다. 유럽과 미국의 기독교가 이처럼 도박에 관대할 수 있는 것은 성경에서 도박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신교 중에서 칼뱅주의 신학을 따르는 교파는 도박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루터, 츠빙글리와 더불어 3대 종교개혁가로 불리는 칼뱅(1509~1564)은 신권정치(神權政治)를 추구하여 제네바 시민들에게 엄격한 금욕생활을 요구했으며 ‘사치금지법’을 제정하여 사적인 소비생활을 규제하려 했다.

칼뱅은 도박하고 거짓말하고 도둑질한 자들은 성찬식에 참석시키지 않았으며 이들에게 "당신 같은 인간들은 구원되기로 예정된 자가 아니다"라고 꾸짖었다고 한다.

참고로 한국 개신교인의 60%는 칼뱅주의 신학을 따르는 장로교(長老敎, presbyterian)에 속해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박 정서가 강하고 사행산업에 대한 규제 또한 OECD국가 중 가장 엄격하며, 기독교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도박규제네트워크가 사행산업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행산업 규제의 이면에는 이러한 흥미로운 역사적?종교적 배경이 깔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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