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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의 세계여성정치<4>] 노르웨이

[주진의 세계여성정치<4>] 노르웨이

기사승인 2011. 01. 2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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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걱정 끝! 여성이 행복한 나라, 노르웨이”
주진 기자] 스칸디나비아 반도 ‘노르웨이’ 하면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피오르드의 장관, 바이킹의 후예, 노르웨이숲 고양이, 백야 등이 떠오릅니다.
노르웨이는 여성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 가장 살고 싶은 나라로도 손꼽힙니다.

지난 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미국 하버드대, 영국 런던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발표한 전 세계의 ‘성 격차(Gender Gap)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과 보건, 고용, 정치 등 4개 부문에서 노르웨이는 아이슬란드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지난 해 104위, 2009년에는 112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제빈국 필리핀이 9위로 아시아권에서 가장 양성평등이 앞선 나라로 꼽혔습니다.

노르웨이는 여성 70% 이상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2005년엔 세계 최초로 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율을 40% 이상으로 의무화했습니다. 노르웨이 국회의원 169명 가운데 여성은 64명, 전체의 37.9%로 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남녀 동수인 노르웨이 내각. 여성 장관이 40~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노르웨이가 양성평등을 이뤄낼 수 있었던 힘은 정치에서의 우먼파워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 데서 나왔습니다.
19세기 중반 여성들은 참정권 획득을 위해 여성단체를 조직하여 집단운동을 펼쳤습니다. 노르웨이여성권리연맹, 전국여성참정권 등 이들 단체의 노력으로 1913년 여성 참정권이 처음으로 인정됐습니다.

1961년까지 노르웨이 국회에서 여성 의원들의 비율은 9%대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1978년 정부의 공적위원회에서 어느 한쪽의 성이 40% 이하가 되는 것을 금지하는 ‘성에 관한 평등지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이후 여성의 정치 참여는 놀랄 만한 성장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 결과 1986년에는 노동당의 여성당수인 하를렘 브룬트란트(Gro Harlem Brundtland)가 최연소이자 최초의 여성 총리로 선출되었습니다. 그는 노르웨이 최초의 여성장관(환경)이기도 합니다. 임명이 아닌 투표로 선출된 총리라는 점에서 브룬트란트 총리의 탄생은 세계 여성정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브룬트란트 총리는 취임 이후 1988년엔 모든 종류의 선거에서 여성이 40%를 유지하도록 하는 성별할당제를 제정했으며, 각료의 절반을 여성으로 임명하는 등 양성평등 제도적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 결과 1993년 선거에선 여성 국회의원이 39%나 배출됐으며, 처음으로 여성 국회의장이 선출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지금까지 노르웨이 내각은 여성이 늘 40~50%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3차례나 총리 연임에 성공한 브룬트란트 총리는 퇴임 후 1998년부터 2003년 7월까지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지내며 국제기구 내에서도 우먼파워를 과시했습니다.

오늘날 노르웨이의 주요 정당 6개 가운데 4개 정당이 공천과 당직자 구성에서 40~50% 여성할당제를 당헌당규에 명시해 실천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민당, 노동당의 경우 사회 평등을 주장하는 사회민주주의 이념을 채택함으로써 여성할당제를 가장 먼저 제도화했으며, 노동당은 2006년부터 50%의 의원직과 당직을 여성에게 배분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가 빈부 격차와 성차별이 적은 탄탄한 복지국가로 자리매김한 배경에는 노동당의 장기 집권으로 사회민주주의가 발전한 것도 한 몫을 했습니다. 비례대표제와 대선거구제도라는 선거제도도 여성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노동당은 또 2003년 기업법을 개정해 600여개 이상 공기업과 상장기업이 이사진의 40%를 여성에게 할당하도록 권고했고, 이 권고는 2006년 의무사항으로 강화됐는데, 이를 바탕으로 2008년 세계 최초로 노르웨이 주요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40%를 넘어섰지요.

무엇보다 여성정치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여성 정치인들의 육아 부담을 가족과 국가가 함께 나누는 ‘일과 가정 양립’ 가족정책이 큰 몫을 했습니다.
정부는 여성정책을 담당하는 아동가족부 산하에 가족아동평등국, 성차별개선 옴부즈만, 양성평등센터를 두고 양성평등 정책을 이끌어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공론화되고 있는 ‘파파 쿼터제(남성육아휴직)’가 이미 10년 전부터 도입됐습니다. 노르웨이에서 임신한 여성이나 배우자는 최장 42주일의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으며, 임금의 80%만 받는다면 휴가를 10주일 더 얻을 수 있습니다. 남성이 양육에 참여하는 것이 의무적인 일이라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국가가 심어 주고 있는 것이지요.

여성이 국력이라는 구호가 전혀 낯설지 않은 양성평등 선진국 노르웨이. 21세기 양성평등 국가의 롤모델로 손색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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