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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100세시대]홀로된 여성 베이비부머, 사회적 안전망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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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

승인 : 2013. 01. 15. 10:40

*50세 이상 1인가구 중 절반이상이 사별 여성가구
#1)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최민선(가명·58)씨는 명절이 반갑지 않다. 지난 2009년 추석에 남편을 잃었기 때문이다. 암이었다. 

대학생인 첫째 딸과 군 복무중인 둘째 아들을 두고 남편은 그렇게 떠났다. 최씨는 현재 초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남편은 경기도에서 슈퍼마켓 두 곳을 운영했다"며 "남편이 떠나고 사업을 정리하는 등 유산을 파악하는 데만 1년여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2)강원도 정선에서 팬션을 운영하는 이민정씨(가명·62)는 10년전 암으로 남편을 잃었다. 남편은 투병생활 중 모든 재산을 정리해 집을 제외하고 모두 현금화시켰다. 두 아들과 이씨를 위해서다. 

하지만 이씨는 남편이 사망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기를 당했다. 이씨는 "벌이는 없는데 세금으로 자산이 줄어드는게 불안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집을 담보로 4억원의 대출금을 받아 투자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실감과 정신적 충격에 3년을 방황했다. 누군가 조언을 해줬거나 상담할 곳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사별하는 여성 베이비부머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절실하다. 남편과 사별하는 여성 베이비부머는 순식간에 경제적 현실과 싸워야 하는 가장으로 내몰린다. 

대부분 남편과 자녀들 뒷바라지만 해온 탓에 정작 자신들의 노후를 준비할 시간적, 경제적, 정신적 여력이 없었다.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다. 벌이는 없는데 세금으로 자산은 계속 줄어든다. 자녀들의 결혼이나 노후를 생각하면 돈을 굴려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사회경험이 없어 사기당하기 일쑤다.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

상황이 이런데도 여성 베이비부머 지원에 대한 논의는 노인대책이나 여성대책 속에서 일부 다뤄지는 데 그치고 있다.

특히 남편의 유산에 대해 세금 등 법률적인 문제는 물론,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재테크 등 금융상담조차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곳도 없다.

13일 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만 50세 이상 1인 가구(191만1351가구) 가운데 여성 1인가구(130만9458가구)가 68.5%를 차지했다. 

이중 사별로 인한 경우가 99만4343가구로 절반이 넘는 52%에 달했다. 배우자가 있는 경우(11만2997가구)나 이혼으로 인한 경우(14만9517가구)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기대수명이 길어 사별로 인한 1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11년 기준 기대수명은 남성이 77.6세, 여성이 84.5세로 여성이 남성보다 6.8년이 더 길다. 통계청은 사별로 인한 여성 1인 가구가 앞으로 매년 평균 4만6000가구씩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여성 베이비부머에 대한 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최씨와 이씨는 짧지 않은 기간 쓰라린 경험을 통해 현실을 배웠다. 이들은 사별 여성들을 위한 지원책을 촉구했다.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사별한 여성들의 경우 남편이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가족부 산하 건강가정 지원센터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 활용도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남편의 기존 소득이나 연금 등에 의존해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빈곤화될 우려가 크다"며 "유산 처분이나 재테크 등에 대한 공신력이 있는 상담센터 설립 등 지역단위 차원에서 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가족부도 10일 '제4차 여성정책 기본계획'을 통해 노인 여성들에 대해 연금, 기초생활보장 등 실질적 노후소득 보장 정책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노인일자리 제공 등 자립 지원도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여성노인 빈곤율은 47.2%에 달했고, 여성 국민연금 가입자 비율은 38.2%에 불과했다. 

이성호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정책적으로 노인빈곤문제 중 특히 1인가구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며 "남편과의 사별 후 7.5배 정도 더 사는 노인여성에 대한 복지정책도 국가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박사도 "여성 베이비부머 지원에 관한 논의는 노인대책이나 여성대책 하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며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만큼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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