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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100세 시대] “스마트폰으로 그림 그리며 세상과 소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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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13. 01. 10. 16:30

* 삼성전자 임원에서 디지펀아트 작가로 변신한 안승준씨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즐기는 ‘호모루덴스’를 지향하는 안승준 씨는 “디지털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가수 싸이의 말춤보다 더 큰 디지털 생태계에서의 말춤을 추고 싶다”고 밝혔다./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아시아투데이 전혜원 기자 = 국내 굴지의 대기업 임원에서 스마트폰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변신한 한 남자가 있다.

30여년간 일한 삼성전자를 지난 2011년 떠난 뒤 후배에게 우연히 선물 받은 갤럭시 노트에 그림을 그리며 놀다가 이제는 전시까지 여는 전문 화가가 된 안승준 씨(57). 9일 오후 서울 인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안씨를 만났다.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장을 그만두고 난 뒤 몸이 안 좋아 한동안 병원에 입원하게 됐어요. 그런데 거기서 후배가 주고 간 스마트폰으로 그림 그리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된 거예요. 한국장학재단에서 멘토로 활동할 때 알게 된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그림 그리는 아이디어를 줬는데, 그림 그리는 동안은 아픈 것도 모를 정도로 몰두가 되더라고요.”

그는 자신이 명명한 ‘디지펀아트(Digifunart)’에 빠지게 된 계기를 이와 같이 설명했다. 디지펀아트는 ‘디지털 펀 아트’의 줄임말로 디지털 기기로 창조해내는 재밌는 예술을 의미한다.

안씨는 “카카오스토리에 작품을 올리면 지인들로부터 댓글이 올라오고 그런 것들이 아플 때 굉장히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있어 스마트폰은 단순히 안부만 묻는 기기를 넘어서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소통의 허브가 되고 자신의 작품까지도 공유하는 장이 됐다. 그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생활을 드러내기도 하고 주변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인생 2막을 창조적으로 열어나갔다.

안씨는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는 젊은이들의 향유물이라 생각했는데 인생 2막에 걸쳐 있는 중년에게도 엄청난 친구로 다가온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세계도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발전해갔다. 그는 천경자나 권옥연, 야요이 쿠사마 등의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이를 리터칭하는 작업을 하기도 하고, 주변에서 보내준 사진이나 여배우의 사진, 여성 누드 등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작품활동을 펼쳤다.

이러한 그의 작품을 보고 미국에서 50여년간 사진작업을 한 작가로부터 협업을 하자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

안씨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길 좋아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께서 글씨를 잘 쓰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저도 그림을 잘 그렸어요. 초··고등학교를 다닐 때 학교에서 그림으로 상도 많이 받았지요. 그렇지만 주변의 만류로 화가의 길 대신 법학도의 길을 걷게 됐죠. 이후 미국에서 MBA를 하고 삼성전자에서 인사업무를 오랫동안 맡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항상 그림을 향한 염원이 있었고 이것이 ‘디지펀아트’를 통해 발현됐다. 안씨는 디지털펀아트연합회도 만들었다. 핸드폰, 아이패드, 탭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새로운 예술을 하나의 아트로 자리매김하자는 의미로 만들어진 모임이다. 

“모임을 만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가입자가 벌써 100명이 넘어요. 할아버지부터 어린 학생까지 연령대도 다양하죠. 디지펀아트는 프로와 아마추어 간의 소통, 신구 세대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예술이에요.”

안씨는 자신처럼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또다른 삶을 꿈꾸는 50대 이상 세대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싶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이 어려워 보여도 어려운 게 아니더라고요. 디지털은 내 영역이 아니라고 할 게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배우고 즐겨야 합니다. 남녀노소 상관없고 터치 하나에 작품이 완성되고 작품 보관도 용이한 게 디지털 세상이에요.”

안씨는 인생 2막에 아날로그적인 삶에서 디지털적인 삶으로의 큰 변화를 맞이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즐기는 ‘호모루덴스’를 지향하는 그는 “디지털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가수 싸이의 말춤보다 더 큰 디지털 생태계에서 말춤을 추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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