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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의 문화路]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

[전혜원의 문화路]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

기사승인 2024. 08. 2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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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나미술관 '불안 해방 일지'展..."일상에 스며든 '불안'을 주목"
7_백다래_인 앤 아웃 IN AND OUT
백다래의 '인 앤 아웃(IN AND OUT' 중 한 장면. /코리아나미술관
"작업만 하고 있으면 어떨 때는 저 자신이 너무 한심해요/가족에게 더 좋은 딸이고 싶은데...나이도 들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지도 모르겠고/더 좋은 딸은 돈도 좀 벌고, 삶도 안정적이라 부모님이 자식 미래 걱정을 덜 하는 그런 딸 아닐까요?"

서울 강남구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백다래 작가의 영상작업 '인 앤 아웃(IN AND OUT)'에서 작가는 댓글 창을 통해 예술가로서의 고민, 가족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등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늘어놓는다. 영상은 예술가로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청년세대로서의 불안하고 복잡한 감정을 드러낸다.

코리아나미술관이 일상에 스며든 '불안'이라는 감정에 주목한 기획전 '불안 해방 일지'를 선보이고 있다. 불안을 각자만의 방식으로 마주하며 해방 일지를 써 내려가고 있는 예술가들의 태도에 주목한 전시다. 김미루, 김지영(109), 도유진, 백다래, 신정균, 양유연, 이예은, 이원우, 조주현 등 작가 9인의 작품 34점이 소개된다.

미술관 관계자는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난 MBTI 신드롬, 사주나 점술에 대한 관심, 세기말 감성의 유행, 심리 치유 프로그램의 인기 등에는 불안을 달래고 위안을 얻고자 하는 심리가 반영돼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불안'이라는 감정을 들여다보고 나아가 관람객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9_김지영(109)_싱잉노즈 Singing Nose
김지영(109)의 '싱잉 노즈(Singing Nose)'. /코리아나미술관
전시장 한 켠에서는 누군가가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울려 퍼진다. 2020년부터 타인의 콧노래를 수집해 온 김지영 작가의 '싱잉 노즈'라는 작품이다. 작가는 콧노래를 '스스로를 위로하는 음악'이라고 여긴다. 콧노래와 설거지하는 소리, 지하철 소음, 국수 먹는 소리 등이 어우러지고, 이를 악보로 나타낸 드로잉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작품이다.

전시장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사이에는 'MOONSHINE BLANKET(달빛 담요)'와 'SATURDAY MOOD(새터데이 무드)'라는 문구가 적힌 두 작품이 눈에 띈다. 이원우 작가의 작품들이다. 작가는 날씨나 요일, 낭만 등 일상적인 단어를 사용해 우리의 삶에서 행복이나 평안을 주는 것이 평범한 것들임을 느끼게 한다. 그의 작품 배경은 다채롭게 변화하는 하늘의 모습을 그라데이션으로 표현해 불안한 미래를 밝고 투명하게 나타낸다. 작가는 관객이 문구를 읽으며 불안함은 잠시 잊고, 거울에 비친 스스로를 마주하길 기대한다.

6. 이원우_달빛 담요_새터데이 무드
이원우의 '달빛 담요'와 '새터데이 무드'. /코리아나미술관
김미루 작가의 관객 참여 퍼포먼스 '비언어적 소통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흙을 만지는 행위를 통해 내면을 감정을 끌어내고 교감하면서 불안을 해방하는 프로젝트다. 상시로 참여할 수 있는 전시장 내 스테이션에서는 참여자 2인이 서로 마주보고 테이블에 앉아 한 손을 사용해 흙으로 소통할 수 있다. 참여자 중 한 명이 손을 내려놓으면 작품은 종료되고, 작업 결과물은 전시대 위에 올려놓거나 가져갈 수 있다.

이밖에도 빛과 어둠에 가려진 얼굴을 통해 불안한 감정을 시각화한 양유연의 회화, 불법 촬영 범죄를 다룬 도유진의 다큐멘터리 형식 영상작품, 재난 대비 모의 훈련을 다룬 신정균의 모큐멘터리형 작품, 개인이 경험한 사회의 불안을 무모하면서도 재치 있는 행위의 사진으로 담은 이예은의 '무모 연작'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관람객이 스스로 느끼는 불안을 그림으로 표현해보거나, 불안과 관련된 책들을 만나보는 코너 등도 마련됐다. 전시는 11월 23일까지.

휘광
양유연의 '휘광' 전시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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