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형성 후 개발 안돼…정비 시급하지만 ‘주거 불안’ 상존
“토지 소유 공유 지분 형태이다 보니 제대로 된 보상 어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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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내 마지막 달동네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에 살고 있는 80대 남성 A씨가 전한 말이다. 이곳에서 56년 동안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개미마을이 최근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후 삶의 터전을 잃을까 밤잠을 설치는 날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오르막길이 수없이 이어지는 이 지역에선 그간 여러 차례 재개발 사업이 추진됐지만, 주민 간 의견 충돌로 주거 여건이 악화된 채로 수십 년 시간만 보냈다.
오래된 주택과 건물들로 주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자 서울시는 지난달 22일 개미마을·문화마을·홍제4재개발 해제구역(홍제4정비예정구역)을 통합한 11만9730㎡ 일대를 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했다.
다만 A씨처럼 모든 주민이 재개발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재개발이 시작되면 동네를 떠나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주민들의 강한 재개발 의지에 동의서에 서명하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마음은 줄지 않는다고 했다.
개미마을은 서울 내 대표적인 무허가 건축물 밀집촌으로 꼽힌다. 이렇다 보니 재개발을 통해 지어질 공동주택에 거주할 수 있을 만큼 토지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개미마을은 1950년대 6·25전쟁 후 피난민과 실향민들이 이곳 인왕산 자락에 천막을 치고 거주하기 시작한 곳이다. 토지 구분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몸 눕힐 곳을 찾기 위해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토지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다. 필지 분할이 아닌 여러 사람이 전체 토지를 소유하는 공유 지분 형태로 땅을 보유한 주민들이 많다. 토지 소유자의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사유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따르다 보니,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뒤따른다.
A씨는 "신통기획 진행을 위한 주민 동의에 서명하긴 했지만, 막상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면 동네를 떠나야 할 수도 있다"며 "서대문구 구청장이 개미마을 내 들어설 계획인 공동전원주택인 타운하우스에 원주민들이 살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입주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할 텐데 그 정도의 금액을 보상받을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고 했다.
개미마을 꼭대기에서 만난 50대 남성 B씨는 그간 여러 차례 재개발이 추진됐다가 좌초된 점을 미루어 이번 신통기획 후보지 선정이 괜히 주민 간 갈등만 부추기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B씨는 "과거에도 개미마을 재개발 시도가 여럿 있었는데 다 무산됐다. 지난 2008년 제1종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돼 4층 이하로밖에 주택을 지을 수 없다. 공사비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사들 입장에서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잘 진행될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개미마을 주민들이 협조하지 않은 탓에 일대 재개발이 늦어지고 있다는 핀잔만 듣을까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서울시는 구체적인 원주민 이주 대책 및 합리적인 주거대책 방안 마련을 강구하고 있다. 서울시 주거정비과 관계자는 "개미마을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인 만큼 주거 정비가 가장 시급한 곳이기 때문에 재개발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대신 주민들의 주거 공간 마련 대책은 정비계획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개미마을 주민들의 현황 조사를 면밀하고 복합적으로 진행해 합리적인 주거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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