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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 뗀 증권사 ESG]②‘교육남(교수·60대·남성)’이 대세…“전문가가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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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소영 기자

승인 : 2021. 10. 21. 07:00

ESG경영 강조 속 구체실행은 미지수…대부분 60대 남성 교수 차지
교수진 인사 구성에 '컨트롤타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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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형체 없이 모호해서 공염불에 그치기 쉽다. 추상적인 숫자 뒤에 놓인 구체적인 성과를 헤아리기 어렵다. ESG가 글로벌 투자의 핵심 잣대로 등장한 지금, 너도나도 ESG를 외치지만 뚜렷한 활약상은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선 국내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ESG를 두고 선명성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초기 ESG 경영 실태를 들여다 본다. 【 편집자주】

아시아투데이 설소영 기자 = 국내 증권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전략을 수립하는 위원회 소속 임원들 중 전문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내 ESG위원회를 차지한 건 대부분 60대·남성·교수였다. 이 같은 천편일률적인 인사 구성에 컨트롤타워의 전문성 부재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실효성 있는 ESG 실천이 어려울 거란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삼성·KB증권 등 국내 5대 증권사의 ESG위원회 내 위원으로 선임된 사람의 수는 총 12명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은 공식 ESG위원회를 두지 않고 ESG 대응 태스크포스팀(TFT)을 운영하고 있다.

◇미래에셋 ‘CEO 주도’ vs 한국투자증권 ‘참신’

우선 미래에셋증권은 이젬마 이사가 ESG위원회장을 맡고 있다. 이젬마 이사는 미래에셋증권 역사상 첫 여성 사외이사다. 미래에셋증권의 ESG위원회는 ‘ESG 정책 프레임워크’와 ‘사회 환경 정책 선언문’ 등 2개 안건을 결의하고, 2050 탄소 중립 이행을 위해 기후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CFD) 지지를 선언하면서 ESG경영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나머지 ESG위원회 구성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이젬마 위원장 이외 소속 위원은 최현만 부회장과 이만열 사장이다. 이 사장은 미래에셋증권에서 마케팅추진본부장, 장외파생본부장, 브라질법인대표, 리스크관리 대표를 거친 대표적인 ‘증권맨’이다. 최 부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투자증권은 정일문 사장이 ESG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정 사장은 실제 증권업에 ESG를 적용해 퇴직연금 ESG펀드 가입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ESG 우수기업을 담은 국내 첫 EMP 펀드를 내놓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위원회 구성도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한투증권 ESG위원장은 1980년생 김태원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김 사외이사는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현재 구글코리아 전무로 일하면서 한투증권의 ESG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나머지 위원 한 명은 1972년생인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교수 겸 사외이사다.

◇삼성·KB증권, ESG 전문가 부재·연구 성과 미비 등 한계

삼성증권은 1960년생인 이영섭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필두로, 장범식 숭실대 총장(1957년생)과 장석훈 대표로 ESG위원회를 꾸렸다. 업계 최초로 리서치센터 내에 ‘ESG 연구소’를 설립하고 ESG 관련 자문 및 전략 발굴 등의 활동을 이어가지만 위원회 내 ESG와 관련한 전문가의 부재는 약점으로 꼽힌다.

KB증권의 ESG위원회도 김인배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이재하(1957년생)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와 박정림 사장 등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모두 남성인 이들은 경제·증권 쪽으로는 전문가이지만 ESG 관련 구체적인 연구 성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증권은 올해 상반기에만 35건의 ESG 채권 발행을 담당하면서 활발한 ESG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어 지난해 ESG 환경경영점수가 우수한 100개 기업에 투자하는 ‘KB KRX ESG Eco ETN’을, 올해 ‘KB able ELS 1703호’를 상장·발행하면서 투자 부문에서도 남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 없는 ESG경영…“실질적인 활동 어려워”

이처럼 실질적인 전문가가 부재한 위원회의 구성으로 증권사들의 ESG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질적인 ESG에 대한 연구 성과가 부족하고, 경영 측면에서의 ESG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인물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한 만큼 실질적인 ESG 활동에 나서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거란 우려다.

김종대 인하대학교 교수는 “국내 ESG는 비재무성과 등 지속가능 경영 전반을 말하는데, 지속가능 경영 범위가 넓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전문 경영인이나 전반적으로 ESG를 잘 아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제대로 된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ESG위원회가 외부인사인 교수진,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돼 있어 결국 회사 실정을 몰라 겉도는 수준밖에 안 될 것”이라며 “기업에서 자문을 구할 때 구체적인 정보 제공을 해줘야 ESG위원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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