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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평양서 러시아 수송기 군수물자 반입 정황 파악” “北 불평분자 색출TF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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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기자

승인 : 2023. 08. 17. 14:36

17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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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17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이병화 기자
국가정보원이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군수물자 반입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 내부에서는 최근 곡물거래 고공 상승과 주민 통제 강도가 높아지면서 불만이 속출하자 '불평분자 색출TF'를 신설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 유상범 의원은 17일 정보위 전체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24일 러시아 실무진이 평양에 입국해 군사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단독 면담을 통해 큰 틀의 군사협력 방안을 합의한 것으로 국정원은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전승절 70주년을 맞아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 고위급 인사들을 초청했는데, 러시아 실무진이 3일 전인 24일 먼저 평양을 찾았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러시아는 포탄·미사일 판매·연합 군사훈련을 제안했을 것으로, 북한은 서방제 무기 대여 및 노후 장비 수리를 포함한 기술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국정원은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이달 초와 8일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이 이뤄졌으며, 러시아 수송기가 평양에서 군수물자를 반입한 정황도 파악했다. 또 양국 군사협력이 속도를 더해갈 것으로 예상하고, 러시아의 핵 미사일 핵심 기술이 북한에 이전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동향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국경 개방도 점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열차 운행이 5월부터 1일 1회에서 2회로 증편됐고, 일부 세관이 개방된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했다. 북한이 국경을 폐쇄한 후 탈북자는 급감한 상태로, 올해 99명이 탈북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규모지만, 현재 탈북 브로커의 알선 비용이 급증한 상태라 탈북민이 과거처럼 늘어나긴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은 중국의 최우선 요구사항인 북한 범법자 조기송환을 전격 수용하고, 환자와 유학생 등 수천명의 귀국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동자 송환 문제는 중국이 전원 철수, 선별수용 입장을 취하는 반면 북한이 노동자 파견규모 유지를 요청해 이견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정원은 "향후 북한이 중국의 태도와 일부 인원 귀국 후 내부 파장을 살피며 국경 개방 속도와 폭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북한이 최근 주민 불만이 급증하자 지역당 산하 '불평분자 색출 전담 비상설 TF'를 신설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북한의 경우 2020~2022년 3년 연속 마이너스 경제성장, 2022년 국내 총 생산(GDP)이 2016년보다 12%나 감소하는 등 경제 악순환에 빠져있다. 유 의원은 "북한은 현재 사적 곡물거래 금지, 군량미 우선 배분으로 곡물가가 고공행진 중이고, 국정원에서 파악한 1~7월 아사 사례는 240여 건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5년 평균 110여 건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다만 북한 당국이 올초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실제 효과는 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정원은 북한이 보위부와 안전원 등 치안조직에 총기 소지 권한을 확대했는데 관련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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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회에서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출석한 가운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이병화 기자
북한의 올해 상반기 불법적인 금전 탈취 행위, 밀수출 규모도 급증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경제난 극복을 위해 선박의 해상 납치나 사이버 금전 탈취 등 불법적 수단에 매달리고 있는데 올 상반기 석탄 밀수출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금괴도 올해 상반기 580여 킬로그램(㎏)을 밀수출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금괴의 경우 작년 상반기보다 50% 증가한 물량이다.

가상 자산 불법 탈취도 북한의 수입원 중 하나다. 국정원은 북한이 2015년 이후 15억 달러 이상 가상 자산을 불법 탈취했는데, 올해 상반기에만 1억8000만 달러 이상 해킹 사고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 국민들의 신용카드 정보도 북한에 흘러간 정황이 포착됐다. 유 의원은 "북한이 국내 신용카드 정보 1000여 개를 절취한 사실을 국정원이 파악해 신속하게 보안 조취를 실시한 바 있다. 현재까지 개인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날 정보위 전체회의는 지난 5월 31일 이후 두 달 반만에 개최됐지만, 회의 초반 여야 공방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김규현 국정원장의 답변 태도를 문제삼으며 유감 표명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정보위 야당 간사 윤건영 의원은 "지난 5월 정보위 현안질의가 파행으로 끝난 이유는 김규현 국정원장의 답변 태도에 있었다"며 "거의 모든 내용을 답변할 수 없다고 한다면 국회 정보위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라고 의사진행 발언의 운을 뗐다. 이어 "국민을 대신해서 묻는 국회의원들에게 '(무조건) 답변할 수 없다'고 하는 태도는 다신 반복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난번 파행의 책임으로 국정원장이 유감 표명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윤 의원은 또 "정보위 전체회의는 무조건 비공개인데 현안에 따라 '공개'와 '비공개'로 회의를 분리해서 운영하고, 국정원 신원조회를 마친 일부 보좌진의 배석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박덕흠 정보위원장에게 제안했다.

반면 유 의원을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미국을 비롯해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그 어떤 나라도 정보위를 공개하는 예는 없고 보좌진을 배석하지도 않는다"며 "국가 안보활동 비밀이 외부에 노출될 수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정보위는 아니지만 다른 상임위원회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의 보좌관이 군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며 "민주당에서 요구한 세 가지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양당 의원 간 공방이 이어진 후 회의는 정회됐다. 김 국정원장은 회의 속개 후 "지난번 정보위 때 제가 드린 답변에 대해 불편하게 느끼신 점이 있다면 유감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정보위에서는 강민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정보원의 사찰 등 진실규명 및 정보공개 등에 관한 특별법안'과 이명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소위원회에 회부됐다.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한해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복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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