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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의 飛翔] ② 대한항공-아시아나 시너지 효과는

[조원태의 飛翔] ② 대한항공-아시아나 시너지 효과는

기사승인 2021. 03.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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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시 글로벌 10위권 '초대형 항공사'
연 3000억 이상 통합시너지 효과 기대
'규모의 경제'…항공기 가격·임대료 등
글로벌 협상 시 우월적 지위 선점할 듯
대한항공,아시아나
조원태시리즈컷
글로벌 10위권 국적 항공사가 탄생한다. 지난해 11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재무 위기에 봉착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추진 중인 KDB산업은행의 수장 이동걸 회장을 직접 만나 결정한 뒤 숨가쁜 일정을 소화해낸 덕분이다. 남은 변수는 대한항공이 KDB산업은행에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통합계획서 승인 여부와 국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다. 조 단위 실탄은 이미 마련됐다.

특히 조 회장과 이 회장,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까지 이구동성으로 공식석상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혀온 만큼 구조조정 없는 시너지 방안이 담겼을 통합계획서에도 관심이 쏠린다.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 2019년 수준으로 항공산업이 살아난다면 두 항공사의 통합 시너지 효과만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태에서 두 거대 항공사를 껴안는다는 것 자체는 조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여객 수요를 포함해 하늘 길이 다시 열려야 재무 위기를 가장 빠르게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는다면 재무 부담 역시 두 배씩 가중되는 탓이다.

◇내달 통합계획서 승인 결정난다…‘글로벌 10위권’ 메가캐리어 항공사 시너지 효과는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KDB산업은행에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통합계획서(PMI) 확정 여부는 이르면 다음달 무렵 결론이 난다. PMI에는 중복사업 통·폐합을 포함해 양 사의 통합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방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삼일회계법인에서 실사해 산업은행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양 사가 통합할 경우 연간 3000억원이 넘는 수익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 조건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 항공산업이 회복된 이후다. 우기홍 사장은 이같은 실사 결과 발표를 인용해 “항공산업 종사자라면 이보다 더 욕심내는 게 당연하다”는 취지로 발언해 ‘플러스 알파’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업계에선 양 사 통합 시너지 효과만 연간 3000억~4000억원으로 본다.

세계 10위권 항공사가 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항공기 가격이나 임대료 협상에서도 강점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이나 IT 인프라 등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함으로써 예상되는 비용절감 규모는 연간 약 2000억원 정도다. 해외영업 조직 통폐합과 항공정비 시설이나 부품 공동 사용으로 인한 원가 절감 등이 모두 포함된 추정치다.

또 그동안 대한항공은 연 4500억~50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60%가량을 이자비용으로 지출해왔는데 이를 포함한 금융 비용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통합 과정에서 진행되는 유상증자 등의 자본확충은 양 사 모두 신용등급 상향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날 3조3100여억원 규모인 대한항공 신주 1억7361만1112주가 또 상장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7월에도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어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660%대로 대폭 낮아진 상태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여전히 부채비율이 1000%가 넘는다. 아시아나항공의 자본확충은 연내에 대한항공이 1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신용등급 상향 검토가 발생되는 요인이다.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합병 과정을 마치려면 조직과 인력의 재배치도 이뤄져야 하는 만큼 관련 내용도 PMI에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았기 때문에 무조건 고용유지 상태는 인력의 90% 이상 이뤄져야 한다. 대한항공은 중복 인력을 10% 미만으로 추정하는데, 정년 퇴직 등 자연 감소 등으로 해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운송사업의 경우 유관업체까지 다양한 고용을 유지하는 사업군으로, 만약 항공사가 위기를 맞게 되면 다양한 유관업체까지 일자리 문제가 이어질 수 있다”며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2만여명의 자사 임직원, 1만여명의 아시아나항공 임직원, 7만여 명의 협력사 임직원들까지 일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우선적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작업이 본 궤도에 오른 뒤의 일이지만 자회사로 엮인 저비용항공사(LCC) 통합 문제도 남는다. 대한항공은 진에어를,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에어부산이 상장사인 탓에 공정거래법상 대한항공은 에어부산의 지분을 2년 이내로 100% 확보하거나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에어부산 지분 100%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진에어와의 합병을 추진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매각하는 플랜B도 고려된다. 이밖에 운송지원 자회사인 한국공항과 아시아나에어포트 등의 중복사업 통·폐합도 필요하다. KDB산업은행은 이같은 대한항공의 PMI 계획 이행과 경영 전반에 대한 평가를 위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영평가위원회’를 출범시킨 바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흡수 합병까지 남은 여정은
항공업계에서는 우선적으로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마무리 절차가 연말께, 대한항공과의 합병 작업 마무리는 2~3년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PMI가 승인 나기 전 지난 15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중도금 4000억원을 납부했다. 이미 지난해 12월 3000억원 규모 아시아나항공 영구전환사채를 사들이고 아시아나항공 신주 인수대금의 계약금 3000억원을 낸 데 이은 것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나머지 잔금을 치른다. KDB산업은행이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투입한 돈 8000억원으로 이번에 또 단행된 대한항공 3조3100여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흘러온 돈을 통해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 잔금 납입을 완료하면 60%가 넘는 지분율로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의 자회사가 된다. 이를 통해 조원태 회장·산업은행→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흡수 합병은 2~3년 후 나중 문제다.

현재로서 최대 변수는 기업결합심사다. 지난 1월 대한항공은 9개국에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제출, 터키로부터는 이미 승인받았다. 한국과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8개국이 남았다. 국내에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기업결합심사를 담당하는데 시장 독과점에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터라 우려의 목소리가 많으면서도 정부 주도로 항공산업이 재편되는 만큼 무난하게 승인되리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항공산업 자체가 존폐 기로에 서 있는 만큼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합병이라는 점이 크게 인정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였던 지난해 4월 제주항공·이스타항공의 결합을 승인할 당시처럼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능한 기업으로 판단해 기업결합이 승인될 것이라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아시아나항공을 청산시키는 것보다 합병시켜 계속기업으로 유지하는 게 국가적 이익이 크다는 점을 적극 소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사태 종식 불투명…합병 후 리스크와 조원태 회장 과제는
아시아나항공이 1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향후 대한항공과 합병해 부채비율이 대폭 낮아지는 등 재무적 시너지 효과만 1조1100억원에 이른다는 추정은 전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리라는 전제 하에서다.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돼 막힌 하늘 길이 언제 뚫릴 지 모른다는 것이다.

유례없는 사태에 지난해의 경우 타사와 달리 화물 수송으로 대한항공이 승부를 보긴 했지만, 올 들어선 다른 항공사들도 대한항공처럼 화물 수송에 집중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기까지 사실상 ‘버티기’ 게임인데, 국내외 시장을 막론하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올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돈을 빌리는 등의 재무 부담은 두 배씩 가중될 수 있다. 이미 1000%가 넘는 부채비율을 가진 아시아나항공 때문에 최악의 경우 자칫 한진그룹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공식석상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혀왔지만 임직원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 또한 조 회장의 경영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우선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물리적인 인수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양 사의 노동조합과도 소통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는다. M&A에서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화학적 결합은 가장 더디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박소영 한국신용평가 수석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는 국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 및 통합 완료까지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통합 FSC(대형항공사) 출범에 따른 과당 경쟁이 완화되고, 통합으로 효율성 강화 노력이 결실을 맺을 경우 영업수익성 개선·글로벌 시장지위 향상 등에 따른 근본적인 영업 펀더멘털 강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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