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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멈추면 쓰러진다’ 초격차 벌리는 삼성

③‘멈추면 쓰러진다’ 초격차 벌리는 삼성

기사승인 2020. 12. 0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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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검승부 나선 삼성전자]
올해 시설투자 규모 35조2000억원…압도적인 투자
올해 석·박사급 1000명 선발..내년 박사급 채용 확대
3나노 반도체 2022년 양산에 QD·폴더블·롤러블폰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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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오늘날 위상을 얻기까지 도시바·소니·엘피다 등 쟁쟁한 경쟁자와 맞서 승리해야 했다. 이때마다 삼성을 위기에서 구한 것은 ‘초격차’ 전략이었다.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인 권오현 삼성전자 고문은 초격차를 “다른 누군가와 비교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고 기술은 물론 조직·시스템공정·인재 배치·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격’을 높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즉 모든 부분에 있어서 끝없는 혁신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이런 삼성의 초격차 전략은 하나의 문화가 됐다.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늘 초격차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지난달 12일 부친상 후 처음으로 열린 전략회의에서도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자”고 사장단에게 혁신을 주문했다. 멈추면 쓰러진다는 절박함이 그를 채찍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갈 수 없는 압도적 투자, 기술과 인재 모집
이 부회장의 원대한 포부가 실현되려면 투자와 기술, 인재가 필요하다. 삼성의 압도적인 투자는 경쟁자가 추격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은 늘 수십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로 격차를 유지했다.

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웨이퍼 기준으로 D램 월 3만장, 낸드플래시 월 6만장, 파운드리 월 2만장 내외를 증설할 계획이다. 총 월 10만장이 넘는 대규모 투자다. 삼성전자 시안 1공장, 인텔의 다롄 공장 등 생산능력과 맞먹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2020년 시설투자 규모만 약 35조2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의 투자는 양적인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질적 투자도 병행한다. 이달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 등 ASML 경영진이 한국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은 7나노 이하 EUV노광장비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업체로 이 회사에서 생산하는 장비를 두고 TSMC와 삼성은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는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ASML은 ‘High-NA’ 극자외선(EUV) 장비를 개발 중인데 이번 방문은 사실 ASML이 삼성의 투자를 받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ASML이 개발하는 이 장비는 기존 제품보다 해상력이 높아 더욱 초미세한 공정을 구현할 수 있다. 이 장비는 2022년 4분기 전후로 양산이 시작될 전망이다.

초격차를 결정짓는 건 최종적으로는 ‘사람’이다.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살린다’는 고(故) 이건희 회장의 철학은 이 부회장에게도 이어졌다. 시스템반도체 1위를 위해 133조원 투자에 1만5000명을 채용하겠다는 약속은 올해 석·박사급 인재 채용으로 이어졌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 반도체 설계·인공지능(AI) 분야에서 박사급 인력 500여 명을 채용했고, 하반기 추가 채용을 통해 올 연말까지 총 1000명의 석·박사급 인재를 뽑을 계획이다.

특히 최근 AI분야 최고 석학인 세바스찬 승(한국명 승현준)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삼성전자 통합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으로 영입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가 초격차를 위해 AI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올해보다 더 많은 인재를 채용한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내년 국내외 박사급 인재 채용을 올해보다 늘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조직을 연구했던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삼성의 초격차는 경쟁과 인재 중시 문화에서 나왔다”며 “앞으로도 경쟁력이 떨어지면 그 사업은 언제든 정리하고 적재적소에 집중 투자한다는 자세가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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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더 미세하게’…QD·폴더블·롤러블폰 차세대 제품 준비
삼성전자는 막대한 투자와 인재를 모아 글로벌 1등을 차지할 차세대 제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 파운드리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등’이란 이 부회장의 목표 달성을 위해 파운드리 사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최근 삼성 파운드리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5% 증가한 37억1500만 달러(약 4조308억원)로 예상했다. 트렌드포스는 “스마트폰 시스템온칩과 고성능 컴퓨팅 칩에 대한 높은 수요를 맞추기 위해 삼성은 5나노 제품 생산을 늘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세계 파운드리 시장 매출 규모는 750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23.8%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커나가는 이 시장의 특징은 기술력이 앞서는 기업이 독식하는 구조다. 2인자 삼성은 갈수록 기술력과 영업력을 키워가며 1인자 TSMC를 추격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요구되는 5나노 이하 EUV 미세공정에서는 삼성전자가 치고 올라와 TSMC만이 경쟁자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TSMC도 같은 시기 3나노 반도체 생산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여서 어느 기업이 승리자가 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삼성이 만일 앞서게 된다면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초격차 신화’가 시작될 수 있다.

삼성전자의 혁신은 반도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 전체 세계 시장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는 안주하지 않았다. 올해는 잘하는 중소형 OLED보다 퀀텀닷(QD)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접으면서 대형 디스플레이로는 QD 디스플레이를 낙점했다. 대형 디스플레이마저도 완벽한 경쟁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계산이다. 회사 측은 QD에 2025년까지 13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QD-OLED 시제품은 이달 나온다.

삼성전자는 스마프폰에서도 변화를 이끌었다. 삼성이 처음 만든 폴더블폰은 차세대 폰으로 시장에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뒤늦게 화웨이·모토로라 등이 폴더블폰에 뛰어들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 삼성의 경쟁력은 아직까지 확고하다고 업계에선 본다. 삼성전자는 내년 폴더블 패널 생산량을 1300만대로 늘릴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갤럭시 노트 시리즈 패널 생산량(약 1200만대)에 맞먹을 수준이다. 그간 소량으로 나오던 폴더블폰 제품이 이제는 ‘갤럭시Z’ 시리즈로 기존 인기작 갤럭시노트의 자리를 대신한다고 보는 이유다. 또 다른 차세대 제품인 롤러블폰은 이르면 내년 1월 출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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