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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탐사] ‘취직’아닌 ‘창업’에 뛰어든 2030, 삶에 만족할까?

[MZ탐사] ‘취직’아닌 ‘창업’에 뛰어든 2030, 삶에 만족할까?

기사승인 2021. 04. 0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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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설립된 광고 마케팅 및 마케팅 솔루션 스타트업 '마야크

2016년 설립된 광고 마케팅 및 마케팅 솔루션 스타트업 ‘마야크루’의 대표 오준호씨(30)가 업무를 하고 있는 모습./제공=마야크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취업난과 고용 위기가 커지며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과 개인의 발전 가능성 등을 중요시하는 MZ세대가 창업을 주도하고 있다.


2일 아시아투데이가 만난 젊은 창업자들의 창업 이유는 다양했다.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어 창업을 선택했다는 이도 있었고, 경직된 문화 등 회사 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뒤 창업을 택한 이도 있었다. 2030 세대를 아우르는 가치를 하나로 묶을 수 없는 만큼 창업에 뛰어든 이유도 여러 가지였다.

2016년 설립된 광고 마케팅 및 마케팅 솔루션 스타트업 ‘마야크루’ 대표 오준호씨(30)는 ‘하고 싶은 일’ 때문에 창업을 택한 케이스다. 오씨는 군 복무 시절 외출을 나갔다가 크게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리를 심하게 다쳐 두 달간 병상에서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큰 사고였다. 그는 “죽음을 마주하고 나니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인류에 기여하는 일을 하자, 둘째 내 가슴을을 뛰게 하는 일을 하자”라고 말했다.

여성 속옷의 대안품을 만드는 스타트업 ‘리무브’ 대표 민유나씨(27)가 창업을 결심한 건 ‘가치’ 때문이었다. 민씨는 졸업 후 인턴을 지원했을 때, 당시 면접장의 모습이 자신을 창업까지 이끌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면접장에 갔는데 지원자가 전부 여성이었다. 그런데 회사는 최종 면접에서의 성비를 본 뒤, 최종 합격자 수는 그대로지만 남성 지원자를 따로 더 받겠다는 공고를 올렸다”며 “내가 과연 앞으로 회사 생활을 하면서 성차별 없는 조직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경험이 계기가 돼서 여성 삶의 질을 올리고 여성 인권에 기여하는 회사를 차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회사에 다니던 부정적인 경험을 토대로 창업에 나선 이들도 있었다. 여성 의류 쇼핑몰을 운영 중인 김모씨(27)는 “4년간 동종업계에서 회사 생활을 했었다. 퇴사 후 공백 기간을 가지며 여행도 다니고 진로에 대해 생각해보던 중, 도저히 직원으로서 회사를 다시 다니기는 힘들 것 같았다”며 “차라리 바닥부터 시작하더라도 내가 나만의 회사를 운영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슈플레이트’를 운영 중인 최지수씨(27)도 퇴사 후 창업을 결심했다. 최씨는 “스카우트를 받아 스타트업 MCN에 2년가량 몸담았었다. 회사에 다니다 보니 더 이상 해보고 싶은 업무가 없고 회사 자체도 명확한 비전이 보이지 않아 퇴사하게 됐다”며 “퇴사하면서 이직도 많이 고려했었고, 아예 신입으로 취업 준비를 해볼까도 고민했었다. 다만 이른바 ‘취준’ 과정 자체에 두려움을 느꼈던 것 같다. 퇴사 후 창업한 지인의 영향으로 쇼핑몰을 열게 됐다”고 창업 이유를 밝혔다.

다만 이들 모두가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지는 않았다. 이들은 밑바닥에서 무엇인가를 일궈내야 한다는 부담감, 직장을 다니는 주변인들과의 관계 변화, 일과 휴식의 모호한 경계 등을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리무브 대표 민씨는 “일 주문량, 일 매출, 내가 매일 매일 내려야 하는 큰 결정들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안정적인 마음가짐 자체를 가질 수가 없다”며 “스타트업 특성상 경영, 영업, 제조 등 전 분야를 통틀어 내가 책임져야 하고, 모든 일을 ‘사수’ 없이 직접 몸으로 부딪쳐야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가장 힘든 건 일한 만큼 월급을 받지 못하는 ‘대표’라는 직책”이라고 토로했다.

마야크루 대표 오씨도 ‘대표’라는 위치가 갖는 어려움에 대해 털어놨다. 오씨는 “채용, 자금 조달, 인사(HR) 등 어렵지 않은 게 없었다. 창업 후 2년간은 급여를 안 받았고, 회사 잔고가 비어 친구와 가족에게 돈을 빌려 직원 월급을 줬던 적도 있다”며 “팀원을 구하려고 두 달간 해커톤(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한정된 기간 내에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 참여자가 팀을 구성해 쉼 없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앱, 웹 서비스 또는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는 행사)을 네 개 정도 간 적도 있다. 리스크를 극복하는 게 습관이 돼서 지금은 웬만한 일에는 끄떡없다”고 말했다.

‘워라밸의 붕괴’도 창업자들이 겪는 대표적인 어려움이었다. 스마트스토어 슈플레이트 운영자 최씨는 “블로그, 인스타그램을 통한 쇼핑몰 마케팅을 100% 직접 하고 있다 보니 온종일, 쉬는 시간 없이 생각날 때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관리한다”면서도 “반대로, 육체·심리적으로 업무가 부담되는 날에는 그만큼 쉬어가면서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일반 직장생활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유도가 주어진다”고 전했다.

창업자들은 공통적으로 ‘성취감’을 현 생활의 장점으로 꼽았다. 오씨는 “창업을 하고 회사를 키워갈 때 나의 역량 또한 함께 성장해나간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다 보니 유아기 시절 언어를 습득할 때 이후로 학습이 가장 빨랐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씨도 “직장을 다니며 다른 직장인 지인들과 회사 얘기 중심으로 대화를 나누던 때보다는 훨씬 더 대화 폭이 넓고, 시야가 확장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저라는 개인만 놓고 봤을 땐 회사에 다닐 때보다 창업을 한 지금이 더 발전적이라고 느껴진다”고 밝혔다.

민씨 역시 “창업 후 어려움이 많긴 하지만, 그런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하나둘씩 이뤄나갈 때의 성취감이 크다. 사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최고의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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