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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 사회적 가치는 아버지의 남다른 심부름에서 시작

최태원 SK회장, 사회적 가치는 아버지의 남다른 심부름에서 시작

기사승인 2020. 06. 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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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태원, 지나온 22년 함께할 22년]⑤上
선대회장 가르침에 나누는 삶 깨달아
5년 전 '착한기업' 돕는 SPC 제도 도입
지난해 200곳 사회성과 600억원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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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함께하는 세상. 대기업의 이익을 중소기업과 공유하며 성과와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 이게 바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꿈꾸는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며, 향후 SK가 가야할 방향이다.

그의 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에 나오는 사회적 인센티브 ‘SPC(Social Progress Credit)’의 모티브는 이렇게 출발했다.

‘사회적 기업을 통한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란 정의는 매우 생소하고 낯설지만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하고 평범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수천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재벌가에서 태어난 최 회장이 사회적 가치라는 개념을 주창하게 된 데에는 부친인 故최종현 선대회장의 가르침에서 유래된다. 최 선대회장은 아들에게 용돈을 주더라도 뭔가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숙제를 내주곤 했다. 대표적으로 세차를 하거나 마당을 청소하고, 부친의 구두를 닦는 등의 노동을 통해 100원, 200원씩 가치에 맞는 용돈을 받는 식이었다. 최 회장은 아버지의 남다른 심부름 덕에 자신이 한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과 어떤 일이 더 가치 있는 일인지도 배우게 됐다.

사회적 기업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기업의 활동이 불특정 다수에게 도움을 주고 공공의 가치를 만들어 낼 때 그에 맞는 보상을 해주는게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다. 일례로 현재 SK가 지원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중 ‘스타스테크’는 불가사리를 이용해 친환경 제설제를 만드는 곳이다. 그동안 불가사리는 산호초를 파괴하고 어패류를 잡아먹는 바다의 골칫거리였고, 염화칼슘으로 만드는 기존 제설제는 콘크리트를 파괴하고 가로수를 괴사시키는 환경 문제의 주범이었다. 이에 이 회사는 불가사리 추출 성분을 이용해 친환경 제설제를 만들어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

최 회장은 이 같은 사회적 성과를 내는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행복나래를 설립해 SPC를 도입했으며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도 만들었다. ‘사회적 기업들이 많아져야 사회적 문제를 더 많이 해결할 수 있다.’ 최 회장이 사회적 기업가들을 후원하고 적자에 시달리는 사회적 기업들을 돕는 배경이다.

2일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해 사회성과인센티브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들에 106억원의 SPC를 지급했다. 2015년 사회성과인센티브 추진단을 만들어 SPC제도를 시행했으며 지난해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들은 200곳으로 이들이 창출한 사회성과는 598억원으로 집계된다.

최 회장은 그의 저서에서 밝힌 대로 사회적 기업의 가치 창출을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에 비례해 성과 보상을 하면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가 생각한 사회적 가치 실현 방법은 이렇다. 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적자에 시달려 사회 문제 해결보다는 투자를 받기 위해 뛰는 시간이 더 많다. 이에 사회적 기업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해야 하는데, 무턱대고 한다면 본래 취지가 변질될 수 있다. 사회적 기업이 내는 사회 성과를 측정해 그에 비례하는 보상을 해주는 게 목표다. 이렇게 되면 더 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생겨 사회적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이란 생각이다.

다만 여기엔 한계가 있다. 보상에만 급급한 나머지 사회적 기업들이 사회 문제 해결 보다 투자에만 치우칠 수 있으니, ‘이타적 사람’을 많이 만들어 평형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타적인 사람이란 ‘성과보다 사람을 보는 사람’이다.

평소 토론하는 것을 좋아하는 최 회장의 스타일대로 책에는 많은 비유가 나왔는데, 그 중 하나가 ‘흰 고양이 우화’다. 쥐가 들끓는 마을이 있다. 마을 촌장은 쥐를 잡기 위해 사자를 투입했는데 으르렁 거리기만 하고 쥐를 잡기에는 너무 덩치가 컸다. 이번에는 개에게 쥐 잡는 것을 맡겼는데 짖기만 하고 집밖으로 쫓아내기만 할 뿐이다. 촌장은 고양이가 쥐를 잘 잡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문제가 또 있다. 검은 고양이는 잡기 쉬운 새끼 쥐들만 잡고, 흰 고양이는 잡기 어려운 쥐도 잡고 새끼를 가진 어미쥐부터 잡아 근본적 문제를 해결했다. 여기서 쥐는 사회적 문제, 사자는 정부, 개는 비영리조직이다. 고양이는 사회적 기업인데 그중에서도 흰 고양이가 사회적 가치 실현에 목적을 두는 사람, 이타적 사람이다.

최 회장의 가장 근본적 목표는 잠재적인 사회적 기업가들을 많이 만들어 사회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최 회장이 지원한 사회적 기업들은 사회 문제 해결과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가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인 ‘업드림 코리아’는 누군가 생리대를 하나 사면, 하나는 취약계층 여성에게 기부하는 형태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 회사의 최종 목표는 ‘회사가 사라지는 것’이다. 생리대를 지원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없는 사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생리대를 사지 못하는 아이들이 생겨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 실현에서도 최 회장의 ‘뚝심’은 발휘되고 있다. 최 회장은 5년째 SPC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기업에 보상을 해주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들은 200곳이 넘고 이들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는 600억원에 달한다. 그가 처음 사회적 가치를 이야기할 때, 주변에서는 ‘대기업 회장이 왜 직접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고 운영하냐’는 질문이 많았다고 한다. 이 질문에 대해 최 회장은 “부친께서 몸소 보여준 사회공헌 정신을 발전시키는 것이 내 소명이고, 그 해답은 사회적 기업”이라며 “흔히 기업인은 자신의 성공담을 쓰는데 나는 사회문제를 효율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를 책으로 썼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추진하는 사회성과 프로그램이 사회적 기업들의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SK관계자는 “SK가 선제적으로 사회적 가치 실현에 나서고 있다”며 “업계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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