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전쟁 참여 이란러, 굴욕적 패배...튀르키예, 역내 영향력 확대
이스라엘, 시리아 군사시설 초토화...미, 이슬람국가 목표물 공습
|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의 수장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와 시리아구원정부(SSG) 수반 모하메드 알바시르는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로 도망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모하메드 알잘랄리 총리·파이살 메크다드 부통령을 만나 SSG로의 권력 이양에 관해 논했다고 로이터·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
SSG는 2017년 HTS의 근거지인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 정부 역할을 맡았으며 바시르가 시리아 과도정부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알자지라방송이 전했다.
HTS는 또 히잡을 비롯해 여성의 옷 선택권을 침해하거나 여성 외모와 관련해 발언하는 것을 엄금했다고 현지 일간 알와탄 등이 보도했다.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단체로 보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하고 주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정상적 통치 세력'임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AP통신은 알졸라니가 2016년 이슬람 무장세력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발표하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처음 얼굴을 공개한 이후 '시리아 해방조직'이라는 의미의 HTS로 단체명을 개칭하고, 이들리브주에서의 권력을 공고히 한 후 군복을 벗고 일반인 옷을 입고 종교적 관용과 다원주의를 강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
이러한 반군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정권의 급격한 교체는 중동뿐 아니라 전 세계 힘의 균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011년부터 13년 동안 이어진 시리아 내전이 역내뿐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 등의 대리전쟁으로 전개됐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격변의 최고 패배국은 이란과 러시아이고, 승자는 튀르키예로 꼽힌다. 이스라엘은 혼란의 틈을 타 숙원을 달성하려고 하고,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의 정권 교체기인 미국은 위기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시아파 맹주국인 이란은 '저항의 축'을 구성하는 주요 동맹 단체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연결하는 육로를 잃게 됐다.
러시아는 2015년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함으로써 이란·이스라엘·튀르키예 등 경쟁국과의 관계를 이용해 역내 분쟁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서구 자유주의에 맞서는 대안적 세계 질서의 중심 국가로 자리매김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특히 러시아는 소련 시대부터 가지고 있던 시리아 타르투스의 해군기지, 시리아 내전에서 중심 역할을 한 라타키아 인근 공군기지 등 지중해에서의 군사적 영향력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반면 반군 세력의 한 축을 담당한 수니파 시리아국가군(SNA)을 지원한 튀르키예는 시리아·레바논·요르단 등에 대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
|
미, 시리아, 이슬람국가 목표물 공습...테러 피난처 재건 저지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권력 공백의 틈을 타 연구소·무기·물류창고·비행장·항공기 편대, 그리고 화학무기 공장 등 시리아 전역의 군사시설을 공습해 초토화시켰다. 이란과 '저항의 축' 구성원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헤즈볼라를 사실상 와해시킨 상황에서 새로운 시리아 정권이 자국에 대항할 수 있는 기반을 제거한 것이다.
미국은 강온 전략을 구사하면서 위기관리에 나섰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반부패 옹호자' 시상식에서 한 연설에서 미국은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에 피난처를 재건하는 것을 막을 결의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군 중부사령부는 전날 시리아 중부에 있는 이슬람국가(IS) 기지와 대원 등 75곳 이상을 공습했다. 중부사령부는 "ISIS(미군의 이슬람국가 호칭) 지도자와 대원, 기지에 대한 공습은 이들을 방해·약화하고, 격파하기 위한 임무의 일환"이라며 "이들 테러 집단이 외부 작전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현재 상황을 이용해 시리아 중부에서 재건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주 중 이스라엘을 방문해 시리아 사태에 관해 논의할 계획이다.